2024.10. 8. 화
런던 ㅡ 스톤헨지 ㅡ 코츠월드 ㅡ옥스퍼드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어두컴컴한 거리를 걸어 해머스미스역으로 갔다. 스톤헨지를 가기 위해 한국인 투어를 신청해 놨다. 투어가 해머스미스역에서 출발하기에 숙소도 해머스미스역 근처로 정한 거다. 공항도 가까워서 편리하니까.
시간에 맞춰 한국인 가이드가 나오고 총 18명이 밴에 올라탔다. 두 시간 정도 달리는 동안 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 오는 솔즈베리 평원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빗물에 젖은 스톤헨지도 멋일을거 같다고 위안하면서.
멀리 스톤헨지가 보인다. 두근두근... 저 신비한 돌무더기는 어떻게 여기 세워졌을까.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기원전 3천에서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된다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인돌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드라마 '아웃랜드'에서 흰 옷을 입고 돌 주위를 도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의 오래된 종교의식이 돌에서 시작되는구나 짐작했다. 드루이드교를 믿는 고대켈트족들은 스톤 헨지 주변을 돌았을까. 그들은 전생과 윤회를 믿으며 인신공양을 했다고 전해진다. 누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돌을 세워놨을까 아직도 미스터리 한 돌.
스톤헨지 가까이 가려면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일찍 도착했어도 버스가 앞 팀을 가득 채워 떠나고 다음 순서로 잠시 대기하면서 솔즈베리 평원을 바라본다. 이 넓은 곳을 둘러보니 스톤헨지의 미스터리를 더욱 신비롭게 해 준다. 비가 순식간에 그쳤다. 해까지 쨍~! 하고 비춘다.
마치 하늘의 자비심으로 잠시 쨍한 날씨를 선사받은 것 같다.




스톤헨지는 거대한 돌들이 (무게 25톤~30톤, 높이 4m~7m) 평원에 둥글게 원을 그리며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올려져 있다. 바깥 돌 위에는 그보다 작은 돌들이 수평으로 올려져 있다. 내부에 있는 돌들, 블루스톤은 웨일즈에서 가져왔다는데, 최신 발표에서는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거로 밝혀졌다. 무려 750km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어떻게 운반했을지는 미스터리다.
스톤헨지 위에 뜨는 태양은 동지와 하지의 일출, 일몰과 일치하여 이곳에서 대대적인 축제가 벌어진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온 영적인 신비를 받아들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 연유로 기독교가 득세하던 16, 17세기에는 이 교도의 장소라 하여 철저히 파괴되었다. 19세기 들어와서 다시 복구하였다.
토마스 하디의 소설 '테스'의 주인공 테스가 돌아온 연인, 에인젤과 보낸 마지막 안식처 스텐헨지. 솔즈베리 평원엔 안개가 자욱히 드리우고 테스가 걸어가고 있다. 이교도들의 신전에서 하늘에 바친 제물처럼.




처음 세운 돌, 힐스톤과 스톤헨지는 동지와 하지의 일출 시간에 일직선이 된다 한다.


스톤헨지 돌 위에 새가 앉아있다. 스톤헨지 보다 더 오랜 공룡의 후손인 새의 모습을 보며 영겁의 시간을 더듬어본다.
돌들이 햇빛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여주더니 솔즈베리 평원 위에 무지개가 떴다. 영적 기운이 강한 이곳에 무지개까지 떠올라 신비감이 더해진다.

스톤헨지를 떠나 차에 오르니 다시 비가 내린다. 빗 속을 달려 코츠월드의 바이벌 마을에 도착하다. 8백 년 되었다는 돌 집들이 동화같이 예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마을을 거닐면서 이렇게 가꿔나간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투어 가이드가 김밥을 나눠준다. 오랜만에 먹는 김밥이 참 맛있다. 근처 카페에 앉아 후식으로 커피와 스콘, 초콜릿 브라우니를 먹다. 진한 초콜릿의 맛과 스콘의 구수한 맛을 음미하면서 사람들 틈에 섞여 마을을 내다본다.









이제 옥스퍼드로 간다.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옥스퍼드에서는 비와 함께 다녔다. 그래도 폭우는 아니니 옥스퍼드 대학 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설명을 듣는다.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 다른 건물로 이동하면서 대학의 분위기를 잠시 맛봤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이끈 대다수의 지도자들이 다닌 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1096년에 문을 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교( 첫 번째는 볼로냐 대학교). 39개의 각 칼리지와 5개의 홀은 재정상 독립되어 자치권을 갖고 운영한다는 대학교.
세계 최우수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들으면서 참 힘들겠다고 느낀다. 이들이 살아내는 치열함은 듣는 거 만으로도 버겁다.


레드클리프 카메라.




탄식의 다리. 학생들이 저 다리 건너가서 성적표를 받아 든다고.

도서관을 만든 토마스 보들리. 이 분 발을 만지면 공부 잘한다는 속설에 따라 한 번씩 만지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모형.
작가 루이스 캐럴이 옥스퍼드 대학교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수학교수로 재직했다.

대학 근처 서점에서



해머스미스역에 돌아오니 날이 어두워졌다. 역에서 저녁을 사 먹고 호텔로 돌아오다. 런던에 머무르며 뮤지컬을 보고 싶었으나, 어두운 길을 걸으니 부질없는 생각이었구나 느낀다. 밤길은 무섭고 겁난다.... 편안한 호텔에 들어와 솔즈베리 평원 위에 우뚝 서있는 스텐헨지를 떠올리며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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