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5. 토
리버풀 ㅡ 맨체스터역 ㅡ 도서관ㅡ미술관 ㅡ축구박물관 ㅡ 에티하드뜨 구장
맨체스터에 다녀오려고 숙소를 나섰다. 이제 여행 막바지라 식사를 대부분 사 먹게 된다. 일을 벌이기 싫은 마음이랄까.
리버풀 라임역에서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까지 50분 거리. 라임역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먹는다.
기차는 조용히 미끄러져 가고 창밖으로는 햇살아래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 평화로운 정경...
맨체스터 피카딜리역에서 나오니 눈먼 부상병 7명이 귀환하는 조형물을 맞닥뜨린다. 전쟁에서 돌아오는 군인들이리라.. 1차 세계다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만들었다고. 이 조형물을 보면서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괜히 화가 올라온다.
피카딜리 공원을 지나 미술관 쪽으로 가는 길에 도서관 앞이 웅성웅성. 들어가 보니 도서관 한쪽에서 북페어 행사를 한다. 도서 분야별로 부스를 만들어 홍보하는가 보다. 소박하고 정겹다. 테이블보를 덮고.. 책을 나열해 놓고.. 책을 들어 설명하는 이런 행사를 오랜만에 접하니 예전 기억도 겹쳐 반갑다.
광장 한 귀퉁이에 한 여성이 연설하는 조형물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시민들이 사회를 바꿔나간 사람들 동상을 보며 그 사상을 되새기며 더 나은 사회를 이어가겠구나...
Rise Up, Women. 이 분은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싸운 사회운동가, 서프라제트(suffragette : 여성 참정권 운동가) 지도자인
에머린 펑크허스트(Emmerine Pankhurst, 1858 ~1928).
'나는 노예가 되기보다는 반항아가 되고 싶다' 며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끔 평생 참정권 운동에 헌신한 맨체스터 출신의 활동가.
영국은 서프라제트들이 시위와 단식으로 '여성 투표권을!' 슬로건을 내세우며 권리를 주장.
1918년에 30세 이상 여성들에게, 1928년에는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미술관. 런던이나 더블린에 비해 규모나 수준이 떨어져도 한 도시에 이런 미술관을 꼭 갖춰놓아 도시가 풍요롭다.
누군가 했더니 시인 사포. 매혹적이고 도도한 고대 그리스 시인.
이 도시는 맨체스터일까. 다양한 시민들이 각자의 일상을 꾸려나간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삶의 현장을 잘 포착했구나...
모딜리아니의 슬픈 사랑, 쟌느.
빔코 조각공원. 이런 조형물에서 노는 아이들은 감성이 풍부해지겠지.
축구박물관. 외관만 보고 음악소리 요란한 광장으로 갔다. 인도인들이 축제를 벌이고 한쪽에서는 다른 팀들이 퍼포먼스로 시선을 끈다. 흥겨운 리듬에 관중들도 들썩들썩. 다들 즐거운 주말을 보내는구나^^
먼 곳에서 온 우리는 점심을 먹고 맨체스터 시티 전용구장인 에띠하드뜨 구장에 가보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가다 보니 점점 교외로 나간다. 이런~!
반대로 가고 있었네. 다시 갈아타고 에띠하드뜨에 도착하니 경찰이 곳곳에 서있다.
높은 구장 안에서는 경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FC, 스코어는 3:1. 곧 우레 같은 함성이 터지더니 전광판이 3:2로 바뀐다. 경기 종료...
사람들... 남자들이 무리 지어 나온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느라 경찰이 저렇게 많은 거구나 깨닫고 무리를 따라 역으로 걸어갔다. 트램이 무정차... 사람들에 섞여 피카딜리역까지 걸어왔다. 역에서도 구호와 함성이 터진다. 리버풀 시민들이 돌아가야 하니 북적북적..
기차 안에서도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고 응원이 한창이다. 아버지와 아들과 아들의 친구.. 이분들은 내내 맥주 마시며 응원을 이어간다. 시끄러워도 눈이 마주치면 웃게 되고 흐뭇해진다. 사람이 많아 그런가 도착 예정시간보다 더 걸렸다.
리버풀에 도착하니 어둡다. 집에 가는 길에 반딧불이라는 한식당에 갔다. 육개장을 시키고 둘러보니 한국인이라고는 우리 둘뿐이다. 종업원도 손님도 다 한국인이 아니다. 젓가락질로 상추에 고기를 싸고 김에 밥을 올려놓는다. 손님이 많아 웨이팅까지..
육개장은 좀 짜지만 맛있다. 김치 몇 조각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밥과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고 일어섰다. 후드득 비가 내린다.
마트에서 빵, 우유, 과일 등 아침식사거리를 사서 집으로 간다. 광장에서 아이들은 떠들고 집안은 따뜻하다. 아이들을 내다보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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