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영국 7일차> 하이랜드 풍경

정인숙 2024. 10. 23. 12:39

일찍 숙소를 나섰다. 새벽 어두컴컴한 로얄마일을 거쳐  버스스테이션으로 걷는다. 7시 좀 넘어 도착하여 출석 확인하고... 30분에 출발~.   밴 차량에 15명 정도 태우고 가이드 겸 운전사 마이클이 인솔.  한국여행사 투어는 쉬어갈 겸 넋 놓고 창 밖을 만끽하면 되지만, 영어 인솔 가이드는 신경 써서  들어야 하니 편치 않다.  더욱이  유머를 던지면 다들 웃는데 이해를 못 하니... 뻘쭘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내 모습을 들키기 싫고.
 
오늘 하루를 가볍게 보내자고 마음먹고 출발한다.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인지 내 눈은 나긋나긋한  마이클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점차 감긴다.  초반에 자두자 생각하며 쿨~.  1시간쯤 지나니 풀밭 위에 양들이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있다.  코 박고 풀 뜯는 양들은 언제 봐도 정겹고 귀엽다.
 
작은 마을에서 첫 번째로 정차한다.  계곡의 맑은 물이 마치  강처럼 넓게 흐르는 마을. 화장실에 갔더니 코인을 요구한다. 앗차~! 현금이 한 푼도 없는데 어쩌지 하다가 카페로 갔다. 작은 빵집에서 커피와 스콘을 사고 화장실을 물으니 화장실이 없단다. 이런~! 카드로 더 지불할 테니 현금을 주실 수 있느냐,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하니 만면에 웃음을 띤 작은 할머니가 얼른 동전을 쥐어주신다.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선뜻... 땡큐를 연발하며 화장실로 직행^^.
 
다리 위에 서서 커피와 따뜻한 스콘을 먹으며 할머니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작은 마을에서 빵을 구우시며 정감 있고 따뜻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을 거 같다. 
 
버스가 무어호수(Moor Loch)에서 두 번째로 스톱한다.   loch는 스코틀랜드 토속어인 게일어로 lake라는 뜻이다. 그림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  잔잔한 물이 주변 산과 어우러져 영롱하다.  물가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세 번째 쉼터는 네스호.  호수 한가운데에 괴물이 산다는 네스호다.  점심으로 먹을 수프와 빵을 들고 위쪽 배로 올라갔다.  아뿔싸~ㅣ 그 배가 아니라, 저 아래 배란다. 이런~ 4분밖에 안 남았으니 뛸 수밖에.  전속력으로 달려 간신히 탑승했다.  타자마자 배가 떠난다. 휴우~!

2층짜리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돈다. 네스호 괴물은 유람선 유리창에 붙어있다^^. 중국인들이 단체로 탑승하여 큰소리로 떠드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승선 45분.  게다가 작년에 장엄한 피요르를 봐서인지 감흥이 덜하다. 
 
그다음 코스는 글렌코 마운틴. 여기 산들은 커다란 바위가 융기하여 코끼리 등껍질 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숲이 우거진 것도 아니면서 지질과 산이 특이한 모양새다. 산꼭대기에서 물이 그대로 쏟아질 거 같이 계곡이 얕다. 
 
쓰리시스터즈라 명명한 곳에서 정차한다. 산 세 개가 붙어 있으니 그리 이름을 붙였나 보다.  잠시 너른 평원을 내려다보며 깊이 숨을 들이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이번 휴게소에는 소가 보인다. 하이랜드 소다.  사람들이 함빡 웃으며 긴 털로 뒤덮인 소에게 먹이를 준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코로라 시국에 시골 소가 평화로이 사는 모습을 방영하여 인기몰이 중이라나. 
 
에딘버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깜빡 졸다 깨다 다시 졸다 한다. 정신 차리고 밖을 보자!! 언제 또 볼 수 있으랴 하며 나를 붙잡아 맨다.  하이랜드를 점차 벗어나 차들이 많아지고 길이 넓어지고 번화해진다.

여기는 사방이 초지. 그 초지에 양들이 먹이를 먹거나 곤포 사일리지가 쌓여있다.  한국에선 흰색 플라스틱으로 꽁꽁 동여매었는데 여기는 한쪽만 투명비닐로 묶었다.  플라스틱을 덜 쓰려는 마음일까.  저렇게 하면 비닐을 훨씬 덜 쓰겠구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7시 반쯤 처음 출발지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니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  12시간 동안 먼 거리를 다녀 그런가 몹시 피곤하다.  저녁식사로  음식을 사 갖고 들어와  먹었다.  머릿속에 하이랜드의 물과 산, 구름이 떠다니고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그런가 편안하게 곯아떨어졌다.

네스호

배의 유리창에 괴물 스티커가 붙어 있다.^^

 

네스호 선착장
글렌코 마운틴

 

이번 투어의 엔터테이너인 하이랜드 소. 극한의 추위를 견디려고 털이 길어졌다는데.. 언뜻 보이는 눈이 마냥 순하디 순하게 생겼다.  몸은 강인하고 성품은 온순한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