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3. 월요일
런던 ㅡ 에든버러
오늘은 에든버러로 이동하는 날이다. 10시 45분에 킹스크로스 역에서 출발하여 오후 3시 10분에 에든버러 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을 먹고... 남은 음식으로 도시락 싸고... 플라스틱 통을 하나 가져가 비행기에선 허리를 받치고 이동할 때 과일 등을 싸가니 아주 편리하다. 깨끗하고 편안했던 런던 숙소에서 나흘 밤을 지내고 건강한 몸으로 나선다.
킹스크로스 역에서 빵과 물을 사서 넣고 기차를 탔다. 곧 이어지는 푸르른 평야... 수확을 끝낸 밭에서 다시 푸릇푸릇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밀이 자라는 걸까. 양 떼들이 고개를 풀밭에 처박고 부지런히 풀을 뜯어먹는다. 밖을 내다보다가... 자다가... 점심 먹고... 또 자는 사이에 도착할 시간이 다가온다. 내 생애에 에든버러에 가볼 수가 있을까 했는데 드디어 에든버러에 왔구나. 기차에서 내리면서 벌써 설레는 마음이다.
역에서 십분 거리에 숙소가 위치한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 캐리어를 질질 끌고 주소로 찾아갔으나, 정확한 주소 없이 자꾸 그 자리에서 맴돈다.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숙소를 못 찾아 쩔쩔맨다. 길 가던 사람들도 도와주려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숙소 담당자에게 전화했으나, 영어실력 부족으로 정확히 못 알아듣겠다. 이메일을 확인하라는 소리가 들려 확인. 아뿔싸~ 이곳은 관리자 없이 운영하는 시스템이었다. 숙소앱에서는 '호스트가 키를 건네줍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관리자 없이 키를 건네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앱 메시지뿐만 아니라 이메일도 계속 확인해야겠구나!!
친구와 같이 암호 해독하듯이 해독하여 키박스 문을 열어 키 뭉치를 손안에 넣었다. 이미 기운이 다 빠졌는데 숙소가 4층이란다. 우리 식으로 하면 5층인 셈이다. 게다가 층고도 높다. ㅠㅠ
허리 다칠까 무서워 어설프게 가방을 들어 올리느라 낑낑 매니 1층에 기거하는 중국인 여학생이 힘을 보태준다. 어찌나 감사한지 땡큐를 연발했다... 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 갚아나가야겠지.
숙소에 들어오니 살짝 낡은 아파트다. 그래도 침실 1개, 거실 1개, 주방 1개로 각 방이 널찍하다. '런던에서 워낙 현대식 아파트에 기거하다 보니 익숙지 않아 불편한 거야' 스스로 위로하며 숙소 시설물을 가동해 본다. 점검 끝~. 여기가 로열마일과 이어져있으니 나가보자~ 어두운 색깔의 에든버러 거리에 나서다.
돌로 지어진 고딕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게다가 색깔이 거무튀튀하다. 오랜 세월을 비껴간 모습이다. 거리 어디선가 망토 두른 기사나 수사가 나타나 납치할 거 같은 느낌... 그냥 멋지다. 숙소에 들어가느라 기운이 다 빠졌는데 거리에 나오니 그냥 기분이 좋다. 전생에 서양 중세에 살았었나.. 왜 이렇게 다정하고 편안한 느낌이지?
에든버러 캐슬 앞까지 가서 다시 노스브리지까지 걸었다.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린다는 게 도시의 매력에 빠져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벌써 6시가 넘었다. 사위가 어둡다. 낯선 곳에서 더구나 국가인정 노인이 늦게까지 다니는 것은 위험... 슈퍼에서 장을 봐서 숙소로 들어가 간단히 저녁을 해 먹다. 따뜻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내가 잘하는 것... 잠 잘 자는 것... 하루에 8, 9시간을 자다니 나도 놀랍다.
숙소 주방 창으로 보이는 풍경
숙소 거실 창으로 보이는 풍경
거실. 여기가 내 아지트가 되다.
주방. 런던에서처럼 식기 세척기와 세탁기를 아주 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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