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2. 일요일
자연사 박물관 - V&A 박물관 - 점심 - 대영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으로 서둘러 나갔다. 여기도 무료이지만, 예약을 해놓으면 빨리 입장이 된다 하여 예약도 해놓았다. 아침 기온이 약간 쌀쌀하지만,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이 들어온다. 오래지 않은 1952년에 런던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모그가 발생하여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런던. 그 후 석탄연료를 쓰지 않고 환경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이렇게 공기가 깨끗해졌다니 그 노력에 박수.
자연사 박물관에 벌써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10분 전인데도 아이들 손을 잡고 줄지어 움직인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가족 단위로 오는 일행들이 꽤 많구나. 예약 덕택에 바로 입장했다. 먼저 공룡관부터 갔다.
공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티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정도만 생각난다, 그것도 손녀 덕분에. 뭐가 육식인지 초식인지 구분도 잘 안 간다. 2억 5천만 년 전부터 6천6백만 년 전까지 지구를 장악하던 대규모 동물군. '사우루스'는 고대그리스어로 도마뱀. 소행성 충돌로 대멸종하였어도 후손으로 새는 번식하고 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지식...
10m 정도 되는 공룡뼈를 찾아내 전시해 놓은 게 놀랍고 신기하다. 바로 '크아앙' 소리를 내며 걸을 것처럼. 공룡알을 보니 타조 알보다 좀 크다. 저렇게 작게 태어나서 거대하게 자라다니 일 년이면 얼마큼 자라는 걸까 궁금해진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공룡에 대해 관심이 많다. 부모와 함께 열심히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도 흐뭇해진다.
자연사 박물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온다. 대형 향유고래를 중앙홀에 박제해 놓고 코끼리, 해양동물, 육지동물 등등 박제해 놓은 동물들을 빙 둘러가며 구경하게 전시해 놨다. 이 많은 동물을 실어왔을 영국의 과학자, 박물학자들은 오로지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탐욕까지 전해지는 전시관이다. 조류관에 들어가니 온갖 새들이 박제된 표본으로 맞이한다. 지금은 멸종된 도도새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부리가 뭉특하게 구부러졌다. 인도양의 로드리게스 섬에 살다가 유럽인들에 의해 멸종된 새. 도도새가 표정 없이 유리관에 들어가 있다.
찰스 다윈관에 갔다. 여기는 표본 위주라 그런가 소란스럽지 않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가면서 남미와 태평양 섬들을 탐험하면서 가져온 표본들이 있다는 곳. 1758년 암모나이트 비슷한 표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윈이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를 탔다는데 그 이전 표본이 있는 거다. 수장고 방을 들여다보니 방마다 수많은 표본들이 진열되어 있다. 저것들이 진화론의 모태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인류가 망치로 땅~! 맞고 깨어났으니.
인파에 밀려다니다 친구도 잃을 뻔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 간식으로 잠시 요기하며 쉰다. 자연사 박물관을 쳐다보니 참 멋지게 지어놨다. 건물 외관에 그 내용물까지 가히 세계 최대라 할만하다.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며.. 길을 건너 빅토리아 & 알버트 박물관에 들어섰다.
자연사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품을 많이 봐서인지 기운이 빠져서인지 여기서는 그저 둘러보는 정도다.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공의 소장품.. 주로 왕실 공예품을 전시한다는데 내 머릿속에 매머드 한 전시품들이 이미 가득 차있어 들어설 빈 공간이 없는 듯하다. 왕실 공예품보다는 자연작품을 훨씬 좋아하니 전생에도 왕족은 아니었구나 하며....
그리스 조각들은 여기도 즐비하다. 도대체 얼마나 가져온 걸까. 대형 선박에다 가득 싣고 싱글벙글하며 가져왔겠지. 한국관, 중국관, 일본관도 주르륵 둘러보고 나왔다.
'와사비'라는 초밥집을 발견. 초밥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연어가 싱싱하고 고소하다. 밥알을 씹으니 좋구나...
근처 공원에서 잠시 쉬고는 두 시쯤 대영박물관에 갔다. 끝 모르게 줄이 길다. 꽁무니를 어찌어찌 찾아 섰다. 빠르게 줄이 줄어든다. 가방 검색하고 입장~. 드디어 British Museum에 들어왔다. 소중해서 아끼고 아끼다가 대면한 느낌이다.
이집트관부터 들어섰다. 사전 조사를 해왔어도 수많은 인파와 거대한 규모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로제타석이 정 가운데서 맞이해 준다. 1799년에 알렉산드리아 로제타 마을 부근에서 발견된,,, 이집트어와 그리스어가 상형문자, 민용문자, 그리스 알파벳 세 가지로 새겨졌다.. 세 종류 글자를 유심히 들여다봐도 글자가 아니라 그림 같다.
이 글자로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했다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저 아름답다. 정갈하게 쓴 글씨에서 글씨를 쓴 사람의 손이 느껴지고, 얼굴이 그려지고, 혼이 다가온다.
새로운 왕이시며 왕관의 주인이신, 영광이 크시고 이집트를 평탄케 하시며 신들에 대해 경건하며 적들보다 워월하며 인간의 삶을 올곧게 하시고, 헤페스투스 대왕처럼 30년을 다스리시고, 태양과 같은 왕이시며 윗 세상과 아랫 세상의 위대한 왕이시며... 프타에게 사랑받는 영생하실 프톨레마이오스께서 통치하실 적에....
- 로제타석 비문
람세스 2세를 대면하다. 거대하지만 잘 생긴 얼굴이 왠지 슬프게 느껴진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을 저 얼굴이 박물관에 갇혀 있다니...
이집트관을 누비고 다니며 말 한마디 못하고 눈으로 담기에 바쁘다. 휴일이라 사람은 많고 유물도 많고... 조각상들을 보고 또 다른 이집트관에 갔다. 이번에는 미이라가 가득이다. 동물도 미이라로 만들어 합장했나 보다.. 미이라를 담은 관에 그린 그림은 얼마나 정교한 지... 채색이 아름답고나...
오천 년 전 사람은 썩지도 못하고 엎드린 자세이다. 시체들을 여기까지 이렇게나 많이 끌고 오다니... 미이라 사이를 걸어 다니니 오싹해진다. 영혼이 존재한다면 영국인들이 무사했을까 의문도 들고.
기원전 3천 년 전 이집트 문명이 시작되어 최고로 꽃 피웠던 이집트 시대. 우리는 아직 석기시대인 그 시절에 저런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니 놀랍다. 그보다 조금 앞선 메소포타미아관은 입구만 유리창으로 넘겨 볼 수 있다. 벽화들이 많이 뜯어져 있다. 이걸 통째로 뜯어와 잘 보관하고 있다고 변명하는 영국.
앗시리아 유물도 볼 수 있다. 모두 기원 3천 년 전에 존재하던 나라들. 박물관에 모여 있으니 인류의 문명 근원지를 쉽게 대할 수 있어 편하긴 하다.
소아시아 지역, 네레이드 신전 앞에 서 있다. 신전을 통째로 가져와서 세워놨다. 도둑놈들 하면서 구경한다. 엘긴 마블즈.. 엘긴경이 퍼 날은 파르테논 신전 조각들을 아쉽게도 못 봤다. 청소한다고 굳게 문이 닫혔으니.
수많은 그리스 조각품들 사이에서 페리클레스 두상을 발견했다.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으며 페리클레스에 마음을 홀딱 뺏기고 아테네에서 페리클레스가 연설하던 자리를 눈에 꼭꼭 담아왔더랬다.
구경하느라 지쳤다. 다리는 아프고 목이 마르다. 밖에 나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달랜다. 역에 가는 길에 공원을 지나가니 잠시 쉬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떨어진 가을 풀밭이 아름답다. 바닥 분수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풍경에 피곤함이 녹아든다. 인류가 5천 년 전부터 이렇게 이어졌구나 생각하니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옥경이가 저녁을 만들어 내놨다. 채소와 달걀, 햄을 넣고 볶은밥에 라면 한 개로 끓인 국물... 따뜻함이 온몸에 스며든다. 맛있게 먹으니 생기가 돈다. 위로를 주는 내 나라 음식...
1758년 표본. 린나이우스 1758. 학명을 라틴어로 쓰니 이해하기 어렵네.
수장고 내부
도도새
암모나이트 화석. 대단히 크다.
V&A 박물관
대영박물관
로제타석
람세스 2세
메소포타미아관
네레이드 신전 기념물
각종 동물 미이라
각종 미이라 관
5,500년 전 사람
모아이 석상
람세스 2세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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