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영국여행 2일차>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서다

정인숙 2024. 10. 20. 12:40

2024. 9. 20, 금요일
내셔널 갤러리 - 점심 - 웨스트민스터 사원 - 버킹엄궁
 
시차로 늦게까지 깨있다가 새벽녘에 잠들다.  그릇 씻는 소리가 조용히 달그락달그락~  여기가 어디지? 하며 깨었다.  런던까지 무사히 와서 숙소에 편히 누워 잠들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어젯밤에 근처 슈퍼에서 사 온 음식으로 아침을 차려먹고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토스 카드를 사용할 참이다.  950 파운드를 외화통장에 챙겨 넣었다.  남은 돈은 다시 원화로 환전된다니 편리할 거라 생각하면서. 

영국에서는 metro가 under ground.  언더그라운드 표지를 잘 익혀두어야 찾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카드를 단말기에 대니 지하철 입구가 열린다. 티켓을 따로 사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 
 
내셔널 갤러리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앞에 트라팔가 광장은 펜스가 쳐져 있어 답답하다.  펜스 안에 무대를 설치하여 야외공연을 여나보다.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이 나라의 영웅, 넬슨 제독은 50m 높이 올라앉아 템즈강 쪽을 내려다본다.  고개를 뒤로 젖혀 넬슨제독을 올려다보지만,  얼굴을 보기 어렵다. 

시간이 남아 화이트홀 쪽으로 걸어가 빅벤을 얼핏 봤다. 런던아이도 건물 위로 살짝 보인다. 여기가 런던의 중심가, 천 년의 세월을 지닌 거리이다.  통일신라, 고려 초기에 해당되는 시기이구나. 


퐁파두르 부인. 초록빛 드레스 입은 그녀가  떠오른다.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매력적인 얼굴을 보며  음모와 처세술에도 능했을까 생각해 본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암굴의 성모.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지팡이와 후광이 아니면 예수와 요한이 뒤바뀔 뻔.  요한을 더 크게 그린 것도 파격이었으리라.

모네의 수련

아픈 채원이가 엄마 품에 안긴 모습 같다.  채원이가 어여 말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옥경이가 내셔널갤러리를 미리 예약해 두어 수월하게 입장.  무료여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내셔널갤러리, british museum, natural museum 등은 미리 예약을 해야 빨리 들어간다.  많은 그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를 여기서도 보다. 루브르에 있는 암굴의 성모와 조금씩 다르다는데 찾아봐야 알 정도이니.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다. 옆에서 보면 해골이 보인다니 옆으로도 보고.  모네, 마네, 쇠라, 피사로 등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 많다. 고흐의 꽃게 작품은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텅 비워 온 머릿속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림을 보다 보면 마음이 보이고 시대가 보인다. 스토리를 엮는 재미...  가까이에 두고 볼 수 있으면  울적하거나 공허해질 때 찾아오겠지.  그림 속 인물의 눈을 맞추며 그가 혹은 그녀가 말하는 메시지를 상상하며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텐데.
 
머릿속은 채워지고 몸은 후덜덜 떨린다.  배를 채우며 쉬어야지.  옥경이가 프렛망저를 찾았다.  샌드위치 위주로 파는 저렴하고 맛있는 집이라네.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다시 힘내서 일어서자~
 



웨스트민스터 애비를 찾아가다. 성공회 성당으로 7세기 초에 건설되어 11세기에 증축 12세기에 고딕양식으로 개축, 다시 18세기에 첨탑 2개를 세웠다. 영국의 모든 왕이 대관식을 거행한 장소.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러져 영국의 왕들 묘와 기념비, 처칠도 이곳에 있고 셰익스피어, 워즈워드, 찰스 디킨스, 뉴턴과 다윈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니 찾아봐야지. 

사원 외관이 공사 중이라 예쁜 얼굴을 보지 못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사람들이 많다.  들어서니  빛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여 반사한다. 언제 봐도 놀랍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무명용사들을 위한 묘지는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들의 공헌을 잊지 않고 영혼을 위로하고자 일 년 내내 꽃을 놓는다.  작가들은  쵸서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잠들어서도 서로 토닥이며 위로해주고 있구나 느껴진다. 
 
오후 네 시경. 우리는 공원에 누웠다.  버킹엄 궁에 가는 길이 공원을 끼고 가길래 들어가 잠시 쉰다. 많이 피곤하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 발이 욱신거린다. 공원에 누워 나뭇잎을 올려다본다. 눈을 감자 살짝 선잠이 든다. 습기가 올라와 몸이 선뜻해진다.  한 시간 못되게  쉬었는데  훨씬 피곤이 풀려 개운하다. 
 
5시 반에 버킹엄궁에 입장했다.  날씨가 쌀쌀해졌다. 야간 내부투어를 신청하여 시간에 맞추어 도착.  입장객들이 재킷 등 격식을 차려입고 오셨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일본관광객 일가족이 아기까지 데리고 관람한다. 각 방의 성격에 맞게 화려하게 꾸며진 방들... 접견실, 식사실, 연주자의 방, 갤러리등.  영어 설명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데다 영국식 영어라니. 

아기가 가끔 칭얼대는 소리가 오히려 반갑다.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샹들리에가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호사스러운 궁에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은 느낌이다.  여기에서 살아간 왕가의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빅토리아 여왕 시절을 끝으로 왕가가 소멸되었어야 왕가의 사람들이 빛을 내며 살아갔을 거 같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이 얼마나 피곤했을는지. 

찰스 국왕과 카밀라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기념으로. 그들도 얼굴을 팔아 살고 있으니.
 
 
숙소에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저녁으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라면을 먹었다.  눈이 안 떠질 정도로 피곤하다. 열도 나는 듯하여 서둘러 자리에 누웠다.  핫팩을 두 개 붙이고 파쉬를 껴앉고.  시간을 보니 9시. 어서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