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램 ㅡ 스테가스타인 전망대 ㅡ 플램 ㅡ 송네 피요르 ㅡ 베르겐
잠결에 덜컹대는 소리가 귀에 거슬려 거실에 나와보니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열렸다. 새벽 4시. 비바람에 나무들이 휘청거린다. 비도 거세게 내려서 내일 배가 뜰까 걱정이 든다.
다시 잠들어 깨보니 오전 7시. 비 안개가 드리웠고 빗발이 약해졌다. 날씨요정이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나 보다. 9시엔 완전히 날이 개어 멀끔해졌으니...
체크아웃하겠다 하니 친절한 굿맨이 올라와 착착 내려다 보관함에 넣어준다. 힘차고 싹싹한 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아낌없이 전했다. 플롬페르다미에.. 편안하고 따뜻하고 편의시설과 가까운 데다 친절한.. 가성비 값인 숙소에 머물러 기분이 좋다.
비지터센터에 가서 스테가스타인 전망대 셔틀을 신청했다. 왕복 1시간에 관람이 30분 예정인 코스다. 오전 예약은 매진되었고, 12시 운행이 자리가 남았다. 오후 세 시 반에 베르겐 가는 페리를 탈 예정이라 12시도 괜찮다. 여기서는 뭐든 서둘러 예약해야는데, 날씨 때문에 망설이다 전망대 투어를 놓칠뻔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플램 작은 박물관에 들러 기차역의 역사와 옛 생활모습을 보고.. 오늘은 다른 쪽으로 산책로를 잡았다. 캠핑장 너머로 올라가니 폭포가 나온다. 눈이 녹아내리는 물이 내를 이뤄 콸콸~ 끝없이 흐른다.
스테가스타인 전망대로 가는 버스 타다. 운전기사가 여자.. 씩씩하고 친절하다. 굽이굽이 낭떠러지 길을 능숙하게 운전해 나간다. 옆자리 앉은 분은 스페인에서 오셨다고.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그 그룹이 버스를 뒤흔들어 놓는다.
전망대에 도착. 자연의 장엄함에 가슴속에서 눈물이 올라온다. 저 먼,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설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경이로움에 그저 휘둥그레 해질 뿐. 가슴이 벅차오른다. 저 장엄한 자연 앞에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구나. 내 맘이 소용돌이칠 때엔 저 아래 피요르 협곡과 저 설산들을 떠올려야겠다. 싸하고 시원한 공기를 흠뻑 들이켠다. 내 마음속 찌꺼기가 다 빠져나가도록. 눈썰미 좋은 일행이 저 아래 협곡이 내뢰피요르라고 알아챈다. 어제 다녀왔으니 이야기는 더 풍성해지고.. 전망대에는 우리 버스 20인 뿐이라 여유롭게 감상하고 사진 찍고 내려오다.
노르웨이는 6월부터 관광 성수기로 들어가 사람들이 몰려든다는데.. 숙박료도 오르고... 5월 말이라 그런가 어딜 가나 아직 한적해서 여유롭다.
3시 반에 송네 피요르를 거쳐 베르겐 가는 페리 출발~~!
다섯 시간을 갈거라 플램 내 유일한 빵집에서 곡물빵과 크루아상을 챙기고 쿱에서는 물과 과일 등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페리 선내 모니터에서 배가 지나가는 경로를 알려준다. 송네 피요르는 내뢰피요르에 비해 폭이 넓어 설산이 멀리 보인다. 스타가스타인 전망대에서 설산을 가까이 내려다본 감흥이 너무 컸나 보다. 송네피요르가 넓다 보니 어느 곳에선 바닷길을 지나가는 듯하다. 흐리던 날씨가 완전히 개어 설산 위 하얀 눈이 햇빛에 빛난다. 맑은 물이 넘실대는 넓은 피요르... 내뢰피요르를 지날 때처럼 흥분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 풍경과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자 옷을 겹겹이 껴입고 계속 갑판을 지켰다. 다시 못 오리라 생각하니.
갑판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재미... 저 청년은 브래드핏 젊은 날이네. 저 아저씨는 피어스 브로스넌.. 저 여자는 쥴리엣 비누쉬... ^^
그지없이 아름다운 청춘들은 계속 깔깔거리며 이야기 나누고.. 인도인 대가족은 똘똘 뭉쳐 다니고..
사람들이 관광하는 풍경을 살피는 게 피요르 못지않게 재밌다.
베르겐이 다가오자 양 안으로 예쁜 집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주택들이 싱그런 녹음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 집 화단은 풀로 뒤덮였겠구나...
드디어 베르겐에 도착하였다. 오후 9시 가까이여도 해가 지지 않아 길 찾기가 용이하다. 원래 더블베드, 소파베드 한 채씩인 숙소였는데 소파베드가 우려되어 뒤늦게 한 채 더 빌렸다. 부두에서 돌로 깔린 길을 계속 올라간다. 집을 찾아야는데 건물과 도로가 멋진 도시 풍경에 시선을 자꾸 빼앗긴다. 햐아~! 예쁜 도시네... 10분도 채 못 가서 광장 앞의 하얀 아파트 건물을 찾았다. 오~~ 굿~~!
숙소가 깨끗하고 널찍하다. 큰소리로 불러야 들릴 정도로. 지금까지 숙소 중에 제일 비싸다. 계산해 보니 하룻밤에 인당 12만 원이 넘는다. 여태 10만 원 이내로 묵었는데... 물가가 비싼 북유럽에서 참 알뜰하게 다녔구나 싶다. 여기가 노르웨이의 마지막 장소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개운하게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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