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북유럽가기 19일차> 베르겐 시내 (2023. 5. 29)

정인숙 2023. 7. 23. 22:19

부두 ㅡ 어시장 ㅡ 브뤼겐 지구 ㅡ 플뤼엔 산

럭셔리한 숙소에서 편안하게 자고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린다. 중심가인데도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하다.  월요일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베르겐은 피요르 여행의 중심지니 피요르를  예약하러 페리항구로 갔다.  숙소에서 5분 거리..  예쁘게 깔린 돌 길이 빗물에 빛난다.  어느 곳을 보아도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건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아름답다.

안내센터에서 상담받으니 하르당에르를 추천해 준다. 날씨 검색까지 해주면서 내일 추천하여 예약했다.  인터넷 예약을 하려니 그렇게도 애를 먹이더니 직접 오니까 바로 예약.   인터넷은 한국이 강국.. 맞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식사.  어시장에서  연어수프, 대구수프,  연어 대구구이 등을 먹었다.  꽤나 비싸다.  베르겐에서 연어 많이 먹자고 했는데... 십만 원어치를 사도 부족할 거 같다.  여기 사람들은 얼마나 벌어야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비가 세차게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니 몸과 마음이 누그러진다.

고풍스러운 스타벅스 들어가다. 사람들이 꽉 차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 못하고..

브뤼엔 거리로 갔다.  큰길 쪽엔 좁고 옆으로 긴 건물들.. 옛 목조건물들을 보고.. 작은 갤러리들이 다 문을 닫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늘이 오순절이라 공휴일이라고 귀띔해준다.  골목길에 갤러리나 샾들이 문을 열면 훨씬 더 살아있을 텐데 아쉽다.

골목길을 따라 오르며 집 구경.  하나같이 예쁜 집들이다.  노르웨이의 옛 수도였고 인구 25만 명의 도시.  집들이 꽤 많은데 사람들을 구경할 수 없다.  다들 집안에 계시는지.   골목 끝에 교회와  작은 호수가 있고   플뤼엔 산으로  이어진다.  


옛 상인들이 사용하던 바닷가 집들. (출처:네이버)
브뤼겐 지구

가로등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도시가 깔끔한 이유 중 하나.

집집마다  화분과 정원에서 꽃이 피어나  골목길이 화사하다.  눈이 즐거운 동네풍경.

첫 번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베르겐.

도시 중심가에서 바로 이렇게 깊은 숲이 있나 할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이곳 시민들은 비 맞으며 뛰어서 산을 오르내린다.  북유럽 사람들은   강인함이 생활화되어 있다.

천천히 한 시간 여 걸어 올라가니 정상이다.  비가 좀 더 세차게 내려서 베르겐 시내는 안개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운무를 즐겨야지..

카페에 들어가 따끈한 쇼콜라와 빵으로 요기를 했다.  일행 중 둘은 푸니쿨라를 타고 하산하고... 둘이  숲 속 빗물소리를 벗 삼아 내려오다.  숲 속 공기가  초록을 머금은 거 같이 청량하다.   12세기부터 14세기까지 200여 년 수도였고  한자동맹으로  부산했던 도시... 지금도 노르웨이 서부의 중심 도시임에도 매연이라는 걸 떠올릴 수 없는 청정도시.

내려오는 시간이 올라갈 때보다 짧게 걸려 내일 타고 갈 노선을 체크했다.  버스를 타고 에이드 피오르 페리 타는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내일 헤매면 안 되니까 버스터미널에 가보자...   구글을 보고 찾아가는데 목표점에서 자꾸 멀어지고 멀어지고.. 어떻게 된 거지?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터미널 입구가 아니라 반대편 출구 쪽을 향해 갔던 거다. 아휴~~  산에서부터 두 시간 정도 걸었더니 완전히 지친다.  

오늘이 휴일이라 버스터미널 상가에 있는 큰 마트가 다 문을 닫았다.  
빵집에서 마지막 남은 빵을 쓸어 담고.. 길 건너 아시안 마트에서 채소류와 과일 좀 샀다.  숙소까지 십 분이면 걸어갈 길이 끝없이 멀다. 짐을 들었으니 허리도 아프고.. 아휴~~  뭘 먹겠다고 이렇게 챙겨 들고 가는지.. 내 미련함과 어리석음을 탓하며.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숙소 도착.  간단히 먹고 일찌감치 누웠다... 씻고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 길었던 하루를 돌아본다.    베르겐에서의 하루 하루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 내몸의 회복탄력성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