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겔란 조각공원 - 비겔란 박물관 - 뭉크미술관 - 오페라하우스
하늘이 맑게 개어 파랗다. 오늘은 비겔란 조각공원에 간다. 스톡홀름에서 만난 70대 교포 분이 한국에 비겔란 조각공원 같은 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며 꼭 가보라고 한 곳.
구글에서 알려주는 대로 기차를 갈아타고... 동네구경하며 걸어서 찾아갔다. 유명한 공원인데 가는 사람이 없어 이상하다 하면서 마을을 지나고 공원을 지나고 20여 분 걸어도 표지판이 안 보인다. 아! 중간에 잘못 내려서 다시 찾아오느라 정문이 아니라 위쪽으로 들어오는 길을 알려준 거다.
울타리도 없는 너른 공원에서 만난 첫 번째 조각이 'circle of life'... 어린 아기부터 어른까지 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생을 의미하는구나 추측하며.
더 걸어가니 인간군상을 탑으로 올린 '모노리탄'을 중심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희로애락을 조각으로 보여준다.
모노리탄은 1929년부터 석공 세 명이, 121명의 인간군상을, 14m 높이로 14년간 만들었다. 단단한 화강암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숨쉬 듯 표현하였다. 햇살이 눈부신 하늘로 솟은 탑을 경탄하며 올려다본다. 그 주변을 빙 돌아가며 세운 조각상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행로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생물인 돌이 짓는 표정이 생생하다. 이 조각상들을 보니 저절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머릿속에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작품 주위를 거닌다.
젊은 부부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시절을 보냈지' 하며 추억을 들추어보고.. 노년의 조각상에 나타난, 사는 동안 아낌없이 쏟아붓고 난 허허로운 표정에 잠시 울적해진다. 해맑은 어린아이들 모습에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청년들에게선 역동적인 힘이 전달되는 듯하다. 이 모든 걸 구상하고 작업한 비겔란이란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너른 공원임에도 단체관람이 많이 오니 점차 붐빈다. 분수대 주변에도 삶의 궤적을 담은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도로에 늘어선 조각상에는 주로 가족과 아이들 형상이다. 아이들 표정과 제스처가 재미있어서 하나씩 살피가며 따라 해본다. 아이를 보니 내 아이 키우던 기억은 아스라하고 손녀 자라던 모습과 겹쳐진다. 애엄마가 꼭 안아줄 때 모습이 조각상과 똑같다고 느끼며...
정문으로 나가면 바로 교통편이 연결되는 것을 우리는 빙 돌아온 셈이다. 곧바로 나가지 않고 비겔란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겹벚꽃이 활짝 피어 꽃길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겹벚꽃을 즐기느라 찾아다녔는데 다시 또 맞이한다. 북쪽으로 오니 봄꽃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구나 싶다.
비겔란 박물관에 들어서니 비겔란이 작업하던 사진들과, 석고를 먼저 떠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전시되어 있다. 그와 제자들의 노고가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곳이다. 비겔란은 자신이 작업하는 공간과 비용을 시에서 지원받고 작품 전부를 오슬로 시에 기부하였다. 그 혜택으로 비겔란 공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구나... 이런 뜻깊은, 숨은 박물관을 찾아낸 일행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모노라탄. 조각가 세 명이, 14년 동안 14m 높이에다 121명의 군상을 새겨 넣었다.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느껴보는 작품들.












'화난 아이'... 이 아이가 제일 인기가 많다. 왼손을 잡으면 행운이 온다 하여 왼손이 반들반들. 나도 잡으면 우리의 여행이 무탈하길 빌어본다.




























카페로 쓰이는 옛 건물을 지나 비겔란 박물관으로 향한다. 이미 지쳐 그런가 꽤 멀게 느껴진다.



드디어 비겔란박물관이 보인다.


박물관 앞 공원. 여기서 잠시 쉬며 시민들 구경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 보충도 하고.




뭉크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다.
뭉크미술관에 들어서서 일단 요기부터 한다. 미술관마다 카페테리어가 있어서 점심식사하기에 딱 맞춤이다. 간편한 식사부터 샌드위치 등이 있으니 커피와 함께 먹으며 잠시 쉬기에 좋다.
뭉크전용관이니 널찍한 공간에 뭉크 작품이 가득하다. 대형작품을 감상하기도 좋고 주제별로 분류해 놓아 여유롭게 감상하게끔 전시해 놓았다.



The Sun. 이 거대한 작품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 의자에 앉아 한참 들여다보며 쉬다.
뭉크가 어두운 작품만 그린게 아니라 다행.



헨릭 입센. 인형의 집' 노라도 이 동네 사람이었구나..
오슬로는 뭉크, 비겔란으로 차고도 넘칠 정도로 문화적으로 풍성한가 했는데 입센이 또 있다. 문학과 미술의 힘이 이 도시를 살아나게 하는구나.


이 사람은 남편과 많이 닮아서 깜짝 놀라고^^



제설작업에 나선 노르웨이 노동자들. 강인함이 드러난다. 뭉크는 자신의 고뇌와 슬픔만 그린게 아니라 주변인들에 대한 시선도 따뜻하다. 그러니 작품 전부를 오슬로시에 기증하고 떠나겠지.


'질투'로 눈이 뒤집힌 남자.

한스 예거.

오페라하우스 옥상에서.

바다에 띄워놓은 조형물. 돛배를 유리로 만들어 바다 위에 설치해 놓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북구의 씩씩한 여인들은 추위를 즐긴다. 씩씩하고.. 건강하고.. 외모를 꾸미지 않고 당당하고 소탈하게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청바지에 아웃도어 차림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밤 10 시쯤.

뭉크 박물관 카페에서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다. 저 멋진 건물은 어디지... 찾아보니 오페라하우스다. 빙하의 얼음조각을 형상화한 건물이라니. 저 건물 양쪽이 경사면으로 되어 옥상으로 올라가는 거구나.
유리건물인 오페라하우스를 들여다보며 올라간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 머리칼이 날린다. 올라가서 보는 전경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현대식 건물들이 '나 여기 있다'는 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 보내고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도 꽤 피곤하다. 저녁을 먹고 일정을 검토하다가 아뿔싸! 28일 자 플램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페리가 잘못 예약된 걸 발견했다. 예약한 당사자는 밤마실을 나가서 안 들어오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진작 발견했으니 해결방법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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