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북유럽가기 13일차> 오슬로 시내(2023. 5. 23)

정인숙 2023. 7. 15. 17:19

시청사 - 국립미술관 - 아스펀리 현대미술관 - 왕궁 
 
오슬로 시내 관광 첫날이다.  첫날이니 도시 분위기를 맛볼 겸 시청사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비가 가늘게 뿌린다. 북유럽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하였는데 처음 비를 만나 기쁘게 맞이한다. 

주택가 옆 공원에  조성된 묘지를 가로질러서 거리로 나선다.  집들이 다 다르듯이 묘비들도 각기 다른 모양으로 조화롭다. 아침부터 공원에서 풀 깎는 소리가 정겹다.  한국의 묘지가 떠오른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혐오시설로 기피하여 외곽에 조성하는 묘지들이. 
 
비가 그치고 청명한 하늘이 드러난다. 공기가 얼마나 신선한 지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지나는 거리에 높이 솟은 현대식 건물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노르웨이는 1975년 북해에서 유전이 발견되어 급격히 부유해져서 그 이후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던데 멋진 건물들이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목을 빼어 올려다보며 감탄.
 
시청사에 들어갈까 하다가 건물 구경으로 그치고  그 앞 국립미술관으로 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제일 인기 있는 뭉크관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책으로만 대하던 절규를 들여다본다. 뭉크의 그림은 이상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얼굴을 세밀히 그리지 않았는데도 고뇌와 슬픔이 전해진다. 아픈 소녀들, 장례식에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의 절망적인 감정에 나도 뒤따라간다.

북유럽 작가들은 그 시대 생활상을 그림에 담아서 보여주어 그림을 통해서 그 시대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알게 된다.  노르웨이는 북으로 가는 길이란 뜻.  북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웅장한 자연환경을 그림에 많이 담았다. 그림에서 풍광 감상하기...
 
주제별로, 시대별로 끝도 없이 그림이 많이 걸려있다. 이콘 성화부터 15, 16, 17, 18, 19, 20, 21세기 작품까지 룸으로 연결이 되어있어 미술변천사를 가늠케 해 준다.  1층에선 큐비즘 그림들이 특별전으로 걸려있다.  그림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우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천천히 보면서 이동하니 벌써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온몸이 지쳐서 미술관내 카페테리아에 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한국인 중년부부를 스톡홀름 길거리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또 만났다.  그분들도 그림 볼 때는 따로 다녀 부인 만났다가 남편 만났다가... ^^ 사람마다 속도와 취향이 다르니...
서로 안녕을 고하고 헤어졌다. 
 
실내에서 몸과 머리를 혹사했으니  거리 구경 겸 왕궁을 찾아 나섰다.  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입헌군주제라니... 왕이 사는 왕궁이 궁금하다. 오슬로는 작은 도시라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다리 아프면 트램을 타고 아니면 걷고... 오슬로 패스를 끊어서 편하게 다닌다. 

왕궁엔 입장불가라 못 들어가고 뒤쪽 공원으로 갔다.  수목과 연못으로 이루어진 공원에  녹음이 신선하다.  가까이 다가오는 오리와  노닐며 오슬로의 봄을 즐긴다. 여기는 라일락이 이제 꽃을 피워 라일락 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봄을 몇 번 맞이하는 거지?
 
오슬로 시내를 걸어 시청사 옆 패딩 가게로 갔다.  입어보고 벗어보고... 피곤한 일... 얇은 패딩을 사서 나왔다.  리펀드용 서류까지 챙겨서 (카드정지로 혜택도 못 받았으면서). 

숙소에 들어오니 기진맥진... 저녁으로 삼겹살 구워서 맛있게 먹고... 노을 지는 밤하늘을 감상하고.... 긴 하루를 보낸 다리를 쓰다듬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공원 한쪽에 조성된 작은 묘지.
 

인간 군상을 작품화. 마치 이응로의 작품을 조각해 놓은 듯.

의복, 생활도구도 끝없이 전시되어 있고...

저 여자는 아파서 실려나가는 걸까. 죽어서 실려나가는 걸까.

비겔란의 조각들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털실로 벽의 한 면을 꽉 채워 작품으로 만들었다.

에드바르드 뭉크의 작품들.

뭉크 자화상

사춘기

마돈나

오른쪽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착잡한 표정이 눈을 끌다. 전면의 남자도 즐거운 표정은 아니네.

절규. 

자화상. 스페인 독감을 앓고난 후.

드가의 무희 조각상

 

 

엄청 편안했던, 탐나는 의자.

피카소, 모딜리아니, 모네 ....  인상파 이후 화가들 그림은 유럽 미술관들의 필수 구입품인가 보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 한 그림들.

 

아우슈비츠 가스실인가.  독일 장교의 표정이 끔찍하다.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일까.

미술관 로비 한쪽 벽면에 걸린 작품. 순록의 머리 부분이라 깜짝 놀랐다. 

야스펀리 현대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국립미술관에서 바닷가를 따라 걸어가면 나온다. 카페도 예쁘고 건물들도 특색 있고 잘 사는 나라답게 바닷가 경관도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하고 멋지다. 간판이나 주차된 차들이 바다를 가로막지 않아 시원하고. 
야스펀리 현대미술관에 들어가니 설치 작품이 큰 방에 한 개씩.  난민들 이야기가 주제인 듯하다. 세 개 정도 보고 나니 끝~~!.  옥상에 올라가 앉아 바닷가를 내려다보며 편안하게 쉬다가 나왔다.  작품이 적어서 도와주었네 하며...
 

 

왕궁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상. 동상이 조각상 같다. 디자인의 나라에 걸맞은 동상.


길에서 만난 개와 주인. 헤어스타일이 닮았다. 여기 사람들은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 기차에도 데리고 타지만...희한하게도 개 짓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노르웨이 왕궁.

공원을 지나 거리로.  시내에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인구 552만 인 노르웨이.   3/4 정도가 도시에 몰려 살고 있다 한다. 여기 사람들도 씩씩하고 건강미가 넘친다.  비가 내려도 우산을 받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햇빛도 비도 그냥 받아들인다. 비 맞으며 달리는 사람들이 흔하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어릴 때부터 강인하게 키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