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3, 일요일
델피 - 아라흐바 - 칼뤼돈 -요아니아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에 아몬드 꽃이 활짝 피었다. 오늘 아침이면 떠나야하니 아쉬어서 마을 길로 들어섰다. 올해는 봄을 두 번 맞이하는 셈. 한국은 지금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져서 난리이건만, 여기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마을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아몬드 꽃을 잔뜩 눈에 담고 상큼한 공기에 시원해져서 돌아왔다.
오늘은 델피신전에 올라가는 날, 고대에 여기서 받는 신탁은 영험하기로 유명하여 무녀의 한마디를 들으려고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니 각지의 소식이 난무하고... 무녀는 자연스레 세상사에 능통하게 되어 미래를 내다보는 말을 하게 되었으리라.
아테네가 페르시아 대군과 맞설 때도,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가 전사 300명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계곡으로 나서기 전에도, 알렉산드로스가 동방 침략에 나서기 전에도 이곳 아폴론 신전에 와서 앞날의 명운을 물었다.
무녀는 애매모호한 말을 신탁이라고 던져 놓으면 그것을 해석하여 전투에 나서야할지 말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 신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들의 몫.
먼저 델피 박물관에 들어섰다.
당시 델피 신전 모습
스핑크스
보물창고의 박공
아폴론과 헤라클레스가 삼발이 의자를 두고 싸우는 모습
발굴 당시 사진과 대리석 나체상 한 쌍. 기원전 580년 경 작품.
금으로 장식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신.(추정)
황금머리 황소상. 길이가 2m가 넘는 대작으로 기원전 6세기 작품.
은판 세 조각으로 연결하였다.
아폴론 신전 모습과 박공 조각
월계관을 쓰고 리라를 들고 있는 아폴론이 그려진 술잔. BC470 년경 작품.
옴파로스 진품
무희의 기둥.
기둥 위에 무희의 기둥, 다시 그 위에 올파로스가 올려져 있다고 그림이 나타내준다.
땅에 놓여져 있는 줄만 알았더니 이런 방법으로도 놓았네. 신기하다.
옴파로스는 여기만 있는게 아니라 신성한 장소를 뜻하는 곳 여러 곳에 놓여졌다고 한다.
옴파로스가 올려져 있던 기둥. 거대한 높이다.
안티누스상. 발굴모습이 사진으로 되어있어 쉽게 이해된다.
안티누스는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총애를 받았다고.
청동빛이 선명한 전차를 모는 사람. 얼굴 윤곽이 뚜렷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이 마부가 이끄는 말과 전차.
BC478년 시칠리아의 겔라에서 피티아(델피의 무녀) 제전의 전차경주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델포이에 봉헌하였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정문 위의 청동말(복제품) 네 마리가 바로 이 마부가 몰던 말이다.(검색해보고 깜놀~)
330년 콘스탄티누스가 델포이를 정복하고 청동 말 네 마리와 청동 뱀기둥을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에 가져다 놓았다.
기독교를 공인하고 신봉하던 콘스탄티누스에게 델포이는 이단인 다신을 섬기는 장소이기에 철저히 파괴하고 약탈해간 것이다.
1203년, 베네치아의 단돌로는 십자군 원정을 핑계로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기습하여 청동 말 네 마리를 강탈해 갔다.
그 후, 문화재를 욕심낸 나폴레옹이 베네치아에 입성하여 청동 말을 프랑스로 가져가서 카이젤 개선문 위에 놓았다가 다시 베네치아에서 찾아와 성당 박물관(진품)에 모셔놓았다.
작년에 베네치아에 갔을 때, 박물관 관람이 끝나서 진픔을 못보고 성당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찾아보던 말이다.
멀리서도 품새가 달랐던 말 네 마리... 고향이 이곳 델피였구나 싶으니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인간의 탐욕으로 원래 이 자리에 마부와 같이 있어야 할 말들이 마부와 떨어져서 이리저리 쓸려 다녔다.
말 네마리의 사연을 알게되니 마음이 씁쓸해진다. 인간에게 종교와 국가가 싸움의 근원인거 같기도 하여.
박물관을 나오니 까마귀 떼가 유영하고 있다. 파란 하늘에 까만 새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나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아고라와 스토아가 즐비한 언덕을 올라가니 아몬드 나무가 맞이해준다.
신전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자란, 활짝 꽃을 피운 커다란 아몬드 나무도 상서로이 보인다.
돌에 써있는 글자들.
산을 올려다보니 경사가 급한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위태롭게 솟아 있다.
신화에서는 아폴론이 이곳에 살던 괴물 피톤을 죽인 뒤 아폴론을 숭배하는 성소가 되었다는데...
인간이 두려워할만치 아찔한 협곡이다.
어딜가다 이야기를 잘 지어내는 그리스인들답게 이곳에 아폴론 신전을 세운 연유도 다 그럴 듯.
옴파로스. 옴파로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을 뜻한다.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 신이 독수리 두 마리를 동, 서 양쪽으로 날려 보내 서로 만난 곳이 중간 지점 바로 여기, 델피 신전이다.
아테네의 보물창고. 그리스 각 지방에서 아폴론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 등을 보관하던 곳.
단단하게 쌓아올린 축대. 돌을 갈고리 모양으로 깍아 끼워 맞추었다.
청동으로 만든 뱀 형상.
8m 높이. 뱀 형상의 기둥 위쪽에 뱀 세마리의 머리가 고개를 쳐들고 있고 그 위에 세발 황금 그릇이 있었다.
양쪽에 있던 기둥 중 한 개는 303년 콘스탄티누스가 약탈하여 이스탄불에 가있다.
아폴론 신전과 무녀로부터 신탁을 듣는 모습.
땅 밑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올라와서 무녀와 의뢰인이 환각에 빠지게 된다. 무녀는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애매모호하게 신탁을 내린다는.
신탁은 신전 뒤쪽에 작은 방에서 여사제가 삼각대에 앉아서 이뤄졌다.
위에 올라가니 아폴론 신전이 잘 보인다.
아폴론 신전은 BC 366~329년에 도리스식 돌기둥 38개를 세워 지었다. 길이가 60m, 폭이 23m로 제물을 놓는 신전 앞 제단도 높이 3m의 거대한 돌이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레토 여신 사이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쌍둥이를 낳는다. 그런데, 헤라는 레토의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뱀 '퓌톤'을 보내 괴롭혔다. 나중에 아폴론이 자라서 이 퓌톤을 죽이고 델포이에 자신의 신전을 세웠다.
이 노란꽃도 환각작용에 씌였다.
원형극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BC4세기 경에 지은 극장. 로마시대까지 계속 사용한 극장.
아폴론 신전과 스토아의 열주를 다시 돌아보고 내려오다.
퓌톤이 살던 협곡. 여기서부터 물이 흘러 아래에 샘물이 나온다.
아테네 신전터. 아폴론 신전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아테네 신전터가 나온다.
아라흐바를 지나며 설산 아래 휴게소에서 쉬다.
아라흐바 가까이 펠리콘산 아래 식당에서 그리스 전통음식인 치즈 튀김과 고로께, 파스타, 소고기 스튜까지 맛있게 먹고 눈 쌓인 설산을 올려다보았다. 산아래는 햇볕이 따가운데 설산이라니 신기하다. 이쪽 산들은 해발 2000미터가 넘어 상당히 높다. 아직도 스키를 탈 수 있어 스키장비를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칼뤼돈 유적지에 가다. 칼뤼돈의 멧돼지 이야기를 들으며 도착했다. 주차장도 없고 팻말도 찾기 어려운 길가 안쪽이다. 극장 터에 가보니 야생 데이지꽃으로 뒤덮혀 있다. 네모난 오케스트라. 지금껏 본 극장 중에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유적지에 고즈넉한 기운이 감돈다.
교수님이 구글로 유적지를 찾아보았다 하시니 차대표님이 앞장서서 위쪽으로 더 올라가셔서 손짓을 한다. 위쪽으로 좀더 올라가자 언덕 위, 평평한 고원에 멋진 풍경이 나타나 모두 탄성을 터뜨렸다. 설산과 바다, 평원이 내려보이는 곳에 신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스포탈레스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언덕위 평원 길을 걸으며 그리스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신비로운 유적지로 들어간다. 행운을 만들어가는 팀이랄까. 예상치못한 신전을 만나 다들 기분이 업그레드 되었다. 다들 시간이 늦어져도 아랑곳하지않고 태양이 사그러져가는 모습을 즐겼다. 컴컴해져서야 요아니아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고...
이제 이틀밤만 자면 돌아가는 날이다. 요아니아는 큰 도시이고 호텔이 호수 가까이 있어 풍광이 멋지다고 한다. 낼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호숫가를 좀 걸어야겠다. 오늘밤도 편안한 호텔에서 푹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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