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그리스여행7일) 네메아를 거쳐 아가멤논의 왕국 미케네로

정인숙 2020. 3. 11. 22:24

2020. 2. 20, 목

나프플리오 - 아르고스 - 네메아 - 미케네 - 티린스 - 나프플리오


아침에 일어나니 눈앞에 보이는 바다가 환상적이다.

객실이 스무 개라는 이 호텔은 침실도 고풍스럽고 계단이며 장식물들이 우아하다. 아침 뷔페도 맛깔스러워 행복하게 해준다. 아무데도 가지않고 이 도시에서만 지내도 괜찮을 듯.




아르고스에 도착했다. 표지판이 덜렁있는 숲을 헤치고 가니 저 앞에 높이 올린 바위 같은게 보인다. 가까이 가니 극장이다. 자연 암석을 수직으로 곧게 파서 의자를 만들었다.  높이가 있으니 아래 오케스트라에서 벌어지는 공연이 잘 보일거 같다. 여기에 2만 명 정도가 수용된다니. 그리스 시대에는 극장의 역할이 공연보다는 제사 의식을 치루는 데 자주 씌였다 한다.



아래 오케스트라 부분은 아치형으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오케스트라가 사각형이었다가 아치형으로 변했다가 점자 원형으로 바뀌었다. 계단 사이에 들꽃이 노랗게 피어났다. 꼭대기에는 선인장이 담장처럼 둘러쳐 있다. 회원들이 아래에 모여 설명을 듣는 동안, 위쪽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궁금해지니 무릎이 아프건말건 성큼성큼 올라가진다.  위쪽 계단에 앉으니 쉽게 떠나고 싶지 않다. 풍광도 아름답고 바람도 살랑거리며 땀을 식혀준다.



극장에서 나와 옆에 가보니 로만목욕장이 있다. 한쪽에 남은 벽 사이에 구멍이 뚫려 파란 하늘이 비추더니 구름이 흘러간다. 제임스 터넬이 이런 것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누군가의 장례를 알리는 부고를 동네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전신주에 붙였다.



네메아 경기장. 널찍한 탈의실을 가로질러 아치로 된 터널을 지나가면  숨어있는 듯, 눈 앞에 달리기 경기장인 스테이디엄이 나온다. 여기는 미케네 문명지이다. 사람들이 모여 올림픽 경기를 열던 곳. 올림픽이 열리면 교역이 활발해져서 이 지역민들의 소득이 올라간다. 올림픽하느라 사람들이 모이고 이 지역민들은 포도와 올리브를 키워 포도주와 올리브를 잔뜩 팔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기서는 올림픽 달리기 의식을 재현하다.  한국에서도 여기와서 참가한다고.  홍보물 뒷배경인 제우스 신전의 기둥이 점점 늘어나서 흥미롭다. 발굴이 진행됨에 따라 신전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탈의실



선수들이 입장하는 터널




출발선







스테이디엄 근처로 야생 꽃이 피어있다. 우리집 뒷산에 피는 각시붓꽃과 비슷하지만, 좀 더 크다.



근처에 있는 제우스 신전을 가기 전에 네메아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에 갔다. 그리스에서는 어느 유적지나 유물이 발굴되면 바로 그 장소에  박물관을 지어 보관한다고 하니 전국에 박물관이 얼마나 많을 지 부럽기만 하다.  올림픽이 열리던 곳이라 올림픽과 관련된 유물이 눈에 많이 띈다.













박물관을 나오면 곧바로 제우스 신전과 연결된다. 처음 발굴을 시작할 때는 기둥이 몇 개 없었는데 점점 발굴량이 많아져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 신전은 아직 출입금지 통제를 하지 않으니 마음껏 들어가서 감상하고 신전의 기운을 느끼라고 하신다. 교수님 왈, 조만간 접근금지 표시를 해놓을거라네. 



신전 안에 들어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보인다. 그 안에 가로기둥이 세 개. 여기에도 음식을 놓았단다. 사제가 집전을 했을 자리에 서서 신전을 한참 바라보았다. 하늘이 파랗게 투명하여 기운을 더 돋구워준다.











2천오백여 년 전,  여기 돌들이 식탁이 되어 제물을 차려 바쳤다. 지금은 바닥돌만 남아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평온하고 멋진 제우스신전을 뒤로 하고 아가멤논의 왕국, 미케네 왕국으로 들어섰다.  지금껏 다닌 곳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어 유명한 유적지임을 실감한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앞을 보니 산세가 심상치가 않다. 높은 삼각형의 산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평평한 언덕같은 곳이 바로 왕국이 있던 곳이다.



사자문으로 들어선다. 3천여 년 전에는 아치형 문이 아니라, 이렇게 사자문을 쌓아 드나들었다. 여기를 지나가며 터키에서 갔던 히타이트족의 근거지 핬투사가 떠올랐다. 거기도 사자문을 지나서 언덕 위에  왕국이 있었는데 시기가 엇비슷한가보다.



다시 위로 올라가니 왕궁터. 왕비가 기거했다는 방 터가 보인다.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목욕했던 곳, 엘렉트라는 엄마가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을 어디쯤에서 엿봤을까 그 위치를 가늠해본다. 무엇보다 풍광이 뛰어나고 공기가 시원하다. 그 꼭대기에서도 아몬드 꽃이 피어나고 있다.










사자문으로 들어오면 오른쪽에 원형 무덤이 나온다. 이곳이 왕들의 무덤인 만큼 황금 유물이 엄청나게 발굴되었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미케네 문명 유물들이 거의 다 여기서 발굴됨.


원형무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의 학생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뿌리라 여기고 집터나 무덤 주변을 꼭 돌고 간다고 한다.





아가멤논이 살았으리라 추정되는 왕궁 터. 지붕 아래에 목욕탕이 있다. 저 멀리 항구와 바다가 보인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10년이나 걸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무사히 귀향한다. 그러나, 출항할 당시, 역풍 때문에 출항이 어려워져서 자신의 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친다. 그 후 바람이 잔잔해지자 순풍을 타고 출항한다.  그의 아내 클뤼타임네스트라는 딸의 원수를갚는다고 전쟁을 끝내고 돌아와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그들의 아들 오레스테스는  복수를 결심... 어머니와 그의 정부를 죽여서  아테네 아레이오파고스 바위에서 재판을 받는다.











묘지 입구의 사자문 위 넓적한 돌과 사자상이 무게도 대단할 듯. 사자상은 16톤의 통돌이라니 어떤 장치로 저 놓은 곳에 올렸을지 사뭇 궁금하다.






미케네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있는 미케네 박물관.  아가멤논의 황금 데드 마스크는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 있고 여기 것은 모사품이라네. 항아리, 검, 금속품, 금반지들과 반지 인장 등 황금이 흘러 넘쳤다는 미케네를 입증하 듯 많은 황금 부장품이 나왔다. 1876년 슐리히만이 이 엄청난 보물을 보고 얼마나 희열을 느꼈을지 상상해 본다.



 트로이 전쟁이야기를 진짜 역사라고 생각하고 매달린 노력 끝에 트로이를 발굴하고 미케네에서 다수의 유물을 발굴하고 신전 터, 왕궁 터, 무덤, 창고 등을 찾아냈다. 황금가면은 무덤 속의 한 사람이 갑옷과 함께 쓰고 있던 것으로 슐리히만이 역사와 전설을 걸합시키기 위해 이 황금가면을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라고 불렀다.  사실은 아가멤논이라기엔 어렵다고.







미케네에서 출토된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소장품들.



발굴과정을 전시물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여 원래의 모습을 찾아낸다.



돼지 뼈로 만든 투구



미케네 왕국을 다시 돌아보니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아트레우스의 보고 (Treasury of Atreus)에 갔다.  이것이 톨로스 무덤(묘지가 원형스타일로 만들어 진 것) 형태란 말도 처음 들었다. 설명을 들으니 출입문 위에 석판이 가로 8.3, 세로 5.2, 높이 1.2 미터로 무게는 120톤, 세계에서 가장 큰 석판이라 한다. 미케네 문명이 청동기 시대니 이 무덤도 당연히 청동기, 대락 BC1250년 경에 건설되었다니 신기할 뿐이다.




무덤의 천정. 삼천여 년 전에 돌을 다듬어 이렇게 차곡차곡 견고하게 쌓아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니 감탄만 나올뿐.





안에서 살펴보니 두툼한 통돌이 확실하다. 어떻게 저 무거운 돌을 올렸을까 ...







점심을 먹고 티린스로 갔다. 여기도 하인리히 술레히만이 발굴하였다. 그리스 지역에서 왕궁터는 무조건 바위 산의  산등성이나 언덕 위에 위치해 있으니 전망이 탁 트여있다. 티린스 왕궁터와 목욕장이 남아 있고 특이하게도 화장실이 목욕장에 연결되어 있다.  방들이 돌로 구획되어 흔적을 남긴다.








청동기 시대 주거지.
















 티린스에서 나프플리오까지는 십여 분 걸린 듯. 아직 해가 길다. 오랜만에 맞는 자유시간이다.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샵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골목을 걸어다녔다. 시가지 뒷편으로 무너진 성이 있는 듯해서 친구와 올라갔다. 성큼성큼 앞장서서 잘 걷는 친구 덕택에 쉽게 올라가보니 양쪽으로 너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호텔 위치를 찾아내고 반대쪽 바다는 망망대해 너머로 석양이 물들고 있다. 작은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다. 













나프를리오 아름다운 해변에서 두번 째 밤을 맞는다. 어젯밤에 밤공기를 마셔서 그런가. 목이 칼칼하다. 오늘은 밤마실을 삼가며 혼자 방 안에서 여유를 누려본다. 오성급 호텔로 다니니 욕실에 욕조가 다 설비되어  뜨거운 물에 몸을 풀 수 있어 개운하다. 피로도 말끔히 풀고 간단히 한국에 소식을 보내고 잠이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