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그리스 여행 8일) 메세나 스타디움에서 달리다

정인숙 2020. 3. 16. 16:27

2020. 2. 21, 금

나프플리오 - 메세나 - 올림피아


아름다운 나프플리오를 뒤로 하고 메세나로 떠나는 날이다.  아침이 화창하게 깨어나 바다로 오라고 부르는 듯 하다.   새벽에 바닷가를 산책해보고 싶었으나, 마음뿐. 떠날 채비를 하고 나선다.  19세기 중엽, 한 때 희랍의 수도였던 나프플리오...뒤쪽 해변에 가서 하루종일 해수욕하면서 놀다가 책 읽다가 이 호텔에 와서 쉬다가 ....그러고싶은 곳이다.  안녕~!





메세나로 가는 길 티린스 어디쯤일까 헤라신전을 본다고 버스를 멈추었다. 산길을 좀 올라가니 신전터가 나온다. 헤라신전이 있던 곳. 유채꽃이 가득 피어 바람에 흩날린다. 직사각형 형태의 신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출입구가 동쪽에 있고, 헤라여신은 서쪽 안쪽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형태다. 아직 돌기둥도 여신상 돌조각도 발굴 못한거 같다. 온전한 폐사지 느낌이다. 여기서서 저 멀리 바라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어떤 말이 필요하랴, 마냥 행복해진다.
























산길을 오르면서 집들이 나타난다. 메세니아. 메세나는 펠레폰네소스 반도 남서쪽에 위치한다. 



BC1200년 경,  도리아인들이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들어온다. 스파르타 지역에 들어온 도리아인들은 메세나 지역 도리아인들을 정복하여 노예로 삼았다. 이들이 스파르타의 노동력이었던 노예 헬로트이다.  이들은 같은 그리스인임에도 노예로 살게 되어  늘 자유를 얻고자  스파르타인들을 상대로  싸웠다.



이들은 개가죽 망또를 입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노예 헬로트로 살면서, 전쟁이 나면 스파르타 전사 1인당 노예 헬로트 7명이 뒤쫓아가며 시중을 들었다. 영화 '300'의 장소, 테르모필레 싸움에도 헬로트들이 쫓아가서 시중을 들었으나, 영화에서는 물론이고 역사에서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고대 메세나 지역인 이토메 산을 둘러싼 성벽의 게이트. 예전 성곽과 문이 무너진 채로 남아있다. 이것을 들어올리려면 더 많은 조사와 발굴이 필요하니 그대로 둔다고. 여기서는 모든 일이 천천히 돌아간다.


















메세나 유적지에 도착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입이 딱 벌어진다. 메세니아인들을 지배하던 스파르타에는 변변한 유적지가 없는 반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는 '아~!' 소리만 나올뿐이다.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였는지 모를 지경이다.




여기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현지 가이드샘이 갑자기 흥분하여 '저기 작은 키에 썬글래스 낀 분이 여기서 31년 동안 발굴작업을 하고 계신 분'이라고. 자신이 엄청 존경하는 분'이라며 뛰어간다.



한국에서 그리스 전문인 우리 교수님을 소개시켜 드린다고 인사나누고. 우리도 그 감동적인 장면을 지켜보았다. 일생동안 오로지  메세니아 지역의 유물을 파내느라 땅을 만지고... 고대의 자료를 살펴가며 끼어 맞추고 세우고... 그 분의 평생 작업의 결과물을 이제 가까이 보러 간다...

평원 전체에 작은 마아가렛이 꽃을 활짝 피워 장관을 이루니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원형극장




























병원 자리











아고라 스토아 흔적





고목이 된 올리브 나무


스토아에 둘러싸인 메인 스타디온



스타디온 끝에 있는 마우솔리움(특정 가문을 기리기 위한 사당). 그 뒤 산이 스파르타와 처절하게 싸웠던 이토메산.



가이드샘과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틈을 타서 스타디온으로 내려갔다. 계단이 사라진 곳은 잔디가 잘 자라서 둔덕을 받쳐준다. 스타디온에서 살펴보고 있는 동안, 위에 있던 팀이 되돌아간다... 늦으면 안되니 어쩔까하다가 스타디온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



우와와~!. 친구의 응원을 바람결에 들으며 다다다다~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날씨가 더워져서 벗은 옷을 한 아름 안고서. 고대인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 고대 메세니아인들이 달렸던 경기장을 뛰는 기분...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쪽은 2월이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같다. 인적이 드물고 야생꽃은 가득 피었고 날씨도 적당히 따뜻하여 걷기에 딱 적합하다. 한국에서 다시 여기에 오려면 꽤나 먼 거리이니 또 오긴 어렵겠지.




메세이나 박물관. 출토 유물이 대부분 조각상이다. 유적지 곳곳에 세워져 있었을 조각상들을 보니 메세나인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스파르타는 리쿠르고스 개혁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자 메세니아, 아르카디아, 아르골리스 순으로 주변국가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메세니아와의 전쟁은 BC743부터 724년까지 19년간 치뤘다. 처음에는 메세니아 청년들이 스파르타 처녀를 납치해가서 시작되었지만, 사실 스파르타는 메세니아의 비옥한 땅을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은 용감히 맞섰지만, 연전연패하여 산꼭대기 이토메 마을까지 밀려났다.

결국 메세니아는 스파르타에 점령당하고 모든 시민이 스파르타의 노예인 헬로트가 되었다.



그후, BC685년에 메세니아인들은 반란을 일으켜 제2차 메세니아 전쟁(BC685-668)을 벌였지만,  주변도시들도 동참했음에도 완패. 결국 BC369에 이르러서야  지도자 에파미논다스가 이끌어 독립에 성공하게 된다.



메세니아인들은  거의 360년을 노예로 살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다.  독립을 쟁취한 후에 노예로서의 삶을 설욕하고자 어느 곳 못지않게 훌륭한 시가지와 병원, 경기장, 아고라를 건설했다.








점심을 해변가에 있는 식당에서 먹고 여유롭게 산책을 나섰다. 여기가 칼라마타... 마을이 예뻐서 지명도 예쁜가.  어떤 분은 양말을 벗고 바다로 들어가신다. 여행을 만끽~

이제 올림피아로 올라간다. 버스 안에는 그리스 음악이 흐르고 간간이 펠로폰네소스에 관련한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올림피아에 도착하여 호텔로 들어갔다. 언덕 위에 위치한 호텔 입구에  꽃이 활짝 핀 커다란 아몬드 나무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식사 후, 호텔 밖을 나오니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오리온자리가 선명하다. 북두칠성도 못지않게 빛을 발한다.  서산보다 훨씬 선명한 별빛이다. 여기가 공기가 깨끗하다는 증거.  공기가 얼마나 달콤하고 신선한 지 호텔 주변 마을을 거닐다가 동료들과 언덕아래로 내려가니 다운타운이다. 



상점에 들락날락...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가 꽤나 적막하다. 우리팀만 시내를 휘젓고 다닌다. 오늘 하루 피로를 밤기운에 날려보내고 내일 다시 상큼한 하루를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