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그리스 여행 4일) 마라톤, 브라브로우, 수니온

정인숙 2020. 3. 8. 11:12

2020. 2. 17. 일요일


아테네 - 마라톤 - 마라톤고고학 박물관 - 브라브로우 고고학박물관, 아르테미스 신전 - 수니온 - 아테네



오늘은 마라톤을 거쳐서 수니온까지 내려간다. 날씨는 쾌청, 파란 하늘이 드높다.

기원전 490년에 페리시아군이 마라톤으로 몰려와 한순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당시 페르시아군은 20만 대군을 끌고 마라톤 앞바다로 들어와 마라톤 평야에 상륙했다. 아테네는 급히 스파르타에게 지원병을 요청했으나, 스파르타는 축제기간이라 보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거절한다.

총사령관 직을 맡은 밀티아데스는 페르시아군을 물리쳐야했다. 



밀티아데스는 플라타이아이의 소수 지원병과 그리스군 총 만병으로 작전을 짰다. 페르시아의 좌 우 진영에 혼란을 일으켜 치고 들어가는 병법.   이 전투에서  고대전투 방식대로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폐르시아군에 비해 아테네는 전술을 짜고 무기를 활용하며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등  그리스인의 전력을 활용했다. 



마라톤으로 가는 길은 평온했다. 낮은 구릉 사이에 보이는 길게뻗은 낮은 건물들이 광산이 있던 흔적이란다.  가는 내내 길바닥 위 파란색 선은 마라톤 경주코스라 하며.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가 소아시아 지방으로 진출하자, 이오니아 지방은 페르시아와 그리스 세계 사이의 교역과 문화를 교류시키는 전초기지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을 터전으로 문명을 일구기 시작했다.    철학자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는 밀레토스 출신이고  헤라클레이토스는  에페수스 출신, 피타고라스는 사모스 출신인 것처럼 문명의 수원지 역할을 했다.



이런 이오니아 지방이 페르시아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자,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 국가들이 페르시아의 신전과 도시를 불태우는 등 반란을 일으킨다. 페르시아는 반란을 진압하고 반란의 싹을 자르려고  배후인 그리스를 침략한 것이다.




밀키아데스  장군은 작은  조각상으로 흔적을 남긴다.

그는 마라톤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나, 파로스 원정에 실패했다고 사형형을 받을뻔 했다.  가까스로 고액의 벌금형을 받는걸로 끝났으나, 전쟁 때 당한 부상이 악화하여 사망...



그리스시민들은 자기 권리와 재산을 지키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개인 무기도 각자 구입해야했다. 당연히 중장비 보병은 재력있는 시민들 몫이었다. 그들은 30kg이 넘는 장비를 몸에 지니고 밀집대형을 이루어 싸운다. 그에 비해 페르시아군은 용병들이었으니 정신무장부터 약체였으리라.



마라톤 전투가 끝난 후, 그리스 군은 서둘러 아테네 시로 이동해야했다. 페르시아군이 배를 타고 우회공격하려고 이동중이므로. 그리스군은 중장비로 무장한 채, 밤사이 달려와 아테네로 들어오는 항구를 막아섰다. 이에 페르시아는 상륙을 포기하고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이로서 아테네는 완벽한 승리를 얻었다. 



아테네인들은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지 한 사람의 성공을 위험요소로 받아들이는지   밀키아데스를  그 다음 전투에서 졌다고 재판하고 가두고 심지어 사형선고라니... 

하긴 알키비아데스는  전투에 나가는 도중에 소환을 당해 도망갔으니.

로마에서는 이것을 교훈삼아  전투중에는 소환하지 않기로하여 카이사르가 갈리아전투중에 잡혀오니 않았다한다.



밀키아데스는 2,500년 후 먼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그를 올려다보녀 경외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리라. 내가 죽은 후, 2,500년이 흐른 다음에 인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밀키아데스와 아테나군, 플라타이아 군은 저 위 산위에 포진하여 있다가 이 평원에 내려와 싸웠다. 그때 죽은 병사들 192명을 묻은 거대한 봉분이다. 봉분 주변으로 아네모네 꽃이 피어난다. 고목이 된 올리브나무도 즐비하다.



마라톤 경주 출발지와 성화봉송대를 둘러보고 마라톤 고고학 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판 신을 위한 굴. 마라톤 전투에 판 신이 갑자기 나타나서 페르시아 군대를 패닉에 빠트렸다.  판 신이  아테네을 도왔다하여 판 신 굴을 만들어 경배한다.


마라톤 전투 이전에 이 땅에서는 테세우스가 황소와 싸워 물리쳤다는 신화가 내려왔다. 신화가 먼저일까, 역사가 먼저였을까... 마라톤에 참여한 병사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약 40킬로미터를 달려 승리를 알리고 그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설이다.



실제로 그리스 전령 페이디피데스는 스파르타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그는 스파르타까지 왕복 240km를 2일 만에 주파했고 너무 힘들어서 도중에 헛 것을 볼 정도였다. 스파르타가 성벽이 필요없을 정도로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했다는데 그는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던거다. 근대 올림픽은 페이디피데스의  정신을  기리고자 스토리를 각색하여 마라톤 종목을 만들었다한다.





















마라톤 고고학박물관과 주변.  박물관을 나오자 온통 꽃밭이다. 여기 마아가렛꽃은 우리집 마아가렛보다 크기도 키도 작다. 하얀 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발길을 붙든다. 아스포델레스도 지천이다. 낯설은 꽃이 이제 낯익은 꽃으로 다가온다.



브라브로우로 이동한다. 여기 아르테미스 신전은  여인들, 특히 임산부와 산모, 아이들을 위한 신전이라 이곳에서 출토한  아이들 조각상과 아이들 장난감인 도기가 눈에 띈다.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풍요와 다산을 기리는 여신으로도 숭배하였다. 터키에서 온몸 가득 가슴을 주렁주렁 달린 여신상을 많이 보았기에 교수님께 물어보니 그리스에서는 사냥의 신으로, 소아시아쪽에서는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 더 많이 숭상한다고 설명해 주신다.



박물관 관람 후, 뒷문으로 걸어가니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곳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신전은 특이하게도  임산부들의 출산을 돕는 일종의 입원실 같은 방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발굴팀 사진.  이곳에서 신전을 발굴하고 얼마나 기뻤을까.







신전 건물의 조각들을 꿰맞추어 놓았다.








동물 뼈로 만든 주사위. 아이들 장난감겸 게임도구로 씌임.
























고대 그리스에서 아기를 낳는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모형.





아이들 조각상이나 작은 장난감 유물이 유독 많은 박물관을 나와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간다. 파란 하늘아래 낮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안온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장소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자리잡고 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평안을 구하는 장소의 분위기는 비슷한가보다. 신전 주위에 출입금지 표시가 없으니  2,500여년 전 돌 위로 걸어다니며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편안하게 쉬었을 그리스 여인들을 그려본다.



이곳은 오레스테스의 동생 이피게네이아가 여기와서 사제역할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아가멤논이 제물로 바친 딸, 이피게네이아를 빼돌리고 대신 사슴을 올렸다고 하니 ... 그럼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이 사실을 몰랐나. 신화인지 역사인지 헷갈리네...

 






신전 내 방들에 임산부들이 출산을 앞두고 머물렀다고.







여사제들이 기거하던 동굴. 그 후에 지붕을 올렸다. 기원 후에는 그리스도교 성경에 나오는 디모데가 여기서 기도했다.



점심으로 양고기 구이가 수북하게 나왔다. 불에 직접 구운 양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않는 양고기... 와인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건만, 나는  아직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어색해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게 쉽지 않구먼...



남쪽 수니온곶으로 가는 길 곳곳에서 은광을 발견하였다. 이 동네는 은광으로 유명하다. 기원전 480년에 벌어진 살라미스 해전을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는 시민들이  여기 은을 나눠갖자고 하자,  그돈으로 페르시아군을 상대할  갤리선 함대를 준비해야한다며 설득하였다.  결과는 대승~!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 덕택에 아테네는 민주주의도 정치력도 재력도 문화도 활짝 피우게 된다.



그당시부터 은을 수출하던 라브리우 항구엔 여전히 배가 많이 들락거린다. 바람이 엄청 심하게 불어서 잠시 서 있으려니 추위가 급습.




수니온곶으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로 유명한 길이다. 영화 '페드라'에서 앤소니홉킨스가 스포츠카를 타고  '페드라 페드라'를 부르며 질주하다 절벽으로 추락한  길.



새어머니와 사랑을 나누는 전처의 아들을 설정한 테마가 그리스신화를 재해석한거라는 설명을 들으며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본다.

 

영웅 테세우스는 아마조네스 왕국을 정복하고 여왕 파이드라를 부인으로 맞이한다. 파이드라는 왕자 히폴리토스에게 피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지만, 히폴리토스는 그 사랑을 거절한다. 그러자 파이드라는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범하려했다고 모함한다.  아버지에게 쫒겨난  왕자는  전차를 타고 해안을 질주하다가  바다에서 소 한 마리가 솟아올라 말이 놀라는 바람에 전차에서 떨어져 죽게된다. 신화와 영화에서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 연결된다니...   


이번 여행에서는  머리를 비워서  오로지  새로운 이야기를 가득 채워가야 할까보다.  



버스에서 내리자 포세이돈 신전이 우뚝 솟아있다. 이곳이 남쪽 최남단 수니온곶이다. 파란 하늘 아래로 하얀 신전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져있다. 신전이 없으면 평범한 바닷가였을 이곳이 신전으로 인해 스토리가 풍성하게 자라난다. 가까이 가니 바람이 어찌나 센지 고대 그리스인들이 여기에 포세이돈 신전을 세울만하다 여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일을 자랑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풍랑이 제일 두려운 법. 포세이돈에게 마음을 모아 제물을 올리고 바다가 평온하기를 기원했으리라.



신전앞에 서니 온 바다가 다 드러난다.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펠레폰네소스 반도가 있겠고, 앞쪽으로는 크레타가, 왼쪽으론 소아시아로 가는 섬들이 연결되어있는 에게해겠거니 시선으로 짚어본다.






바이런이 다녀갔다고 사인을 남겼다하여 찾아보았다.





아테네 신전이 있던 터.














포세이돈 신전이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다가 석양빛에 점점 붉어진다.

해가 지려면 아직 40여분 남았다.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바다 가까이 갔다가 프랑스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바람이 좀 잦아든 곳에  범성치않은  돌들 발견.

안내판을 보니 아테네 신전이 있던 자리다.  여신을 모시던 자리는 한결 바람이 잔잔하다.  

돌 의자에 잠시 앉아 여기에 세워져 있을 아테네 신전을 그려본다.  



점점 해가 바다 가까이 내려온다.  올리브나무 사이를 거슬러 올라와 석양을 기다렸다. 

포세이돈 신전이 붉게 물든다. 해가 떨어졌다. 서해안 바다에서 일몰을 보는 것보다 더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신전이 주는 힘으로 더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바람이 매서웠나보다. 버스안에서도 추위가 가시지않는다. 오는 길에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식사. 새우, 빙어, 오징어 튀김이 잔뜩 나오는...

기운이 딸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먹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