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 여행 20일) 판테온에 내리는 비

정인숙 2019. 10. 8. 03:56

2019. 10. 7, 월요일

판테온 ㅡ 나보나광장 ㅡ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ㅡ 미네르바 광장ㅡ 트레비 분수 ㅡ 점심 먹다 ㅡ 수도교 ㅡ 떼르미니역

 

날씨가 잔뜩 흐리다. 매일 한 두 군데씩 갈 곳을 정했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오늘은 판테온에 가는 날. 판테온은 기원전 27년에서 25년 사이에 아그리파가 아우구스투스에게 지어 바친 것으로 시작. 그 뒤 화재로 전소하자, 서기 110년경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아예 완전히 새로지어 무려 이천 년 가까이 끄떡도 않고 그자리에 서있다. 아래에 무거운 현무암을, 그 위에 벽돌과 화산암, 더 위 돔의 가운데 부분은 가장 가벼운 돌을 사용하여 하중을 덜 받게 지었고, 아직도 공사방법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신전. 이천년의 세월이라니...


판테온은 원래는 다신교 신전이었으나,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유일신을 모시는 기독교 성전으로 쓰였다.  기독교 성전이 아니면 콜롯세움처럼 망가졌을텐데 훼손되지 않아 다행이다.

둥근 돌집에 유일한 창인 가운데 뻥 뚫린 천장 구멍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기둥도 없는  이 건물 안에 둥근 원이 꽉 채워진다니 철저하게 수학과 공학 원리를 이용하여 지은 집이다. 브루넬레스키가 여기 들어와 살다시피하며 연구를 하여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를 올린 곳. 둘러보고 또 올려보고 앉아서 둘러보고 또 올려보고 ... 그 구멍으로 가느다란 가랑비가 들어와 흩뿌린다. 햇빛에 투명하게 반사되는 빗방울이 신비롭다. 판테온은 비올 때 최고의 풍경이라는데 우리에게 행운이 쫓아다니나보다.







라파엘로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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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판테온. 신비하고 아름다운 판테온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니 평안해졌다.

이천 년 동안,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를 하던 곳이라 평화로왔나보다.



판테온을 나와 구글앱에 들어가려는데 인터넷이 작동이 안된다. 왜지? 6기가짜리 유심이라 용량이 넉넉할텐데.  계속 불통이다. 이런~ 게다가 친구 핸폰을 들고 길을 찾다가 놓쳐서 떨구었다. 살짝 깨졌다... 큰일났네.  친구가 작동 된다며 오케이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편치 못하다.


근처에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에 들어갔다. 외관을 공사중이라 못 찾을뻔했으나,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옳거니!' 하고 들어갔다.  카라바조의 마태오  세 점을 볼 요량이었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그의 인생이력만큼이나 강렬하여 미술관에서 마주치면 눈길을 잡아끌었다. 성당을 둘러보다가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 급히 그곳으로 옮겨갔다. 동전을 넣으면 불이 켜지며 카라바조의 그림 석 점을 볼 수 있다. 1599년, 로마에 있는 프랑스인들의 성당인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마태오 콘타렐리 추기경은 제단화를 카라바조에게 의뢰한다.  

세 벽면 가득찬 거대함에 깜짝 놀라고

강렬함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 잘 그려서 감동적인 그림...



성 마태오의 계시


마태오의 순교 장면


'마태오를 부르심'.

마태오가 놀란 표정으로 '저 말입니까. 저를 부르십니까' 묻는다.

빛이 가득 들어와 인물들 얼굴에 포커스를 주는 강렬한 그림.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 들어서면 눈에 확 들어오는 천장부터 카라바조의 강렬함까지 곳곳이 아름다운 데이 프란체시 성당이다.



나보나 광장으로 나왔다. 베르니니 조각품을 관찰한다. 참 잘도 만들었다. 이 나라는 그림이면 그림, 조각이면 조각, 건축이면 건축 다들 대가들 작품이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물 뿜어내는 무어인들







피우미 분수는 4대 강을 나타낸다. 나일강, 갠지스강, 다뉴브강, 리오강. 자세히 보니 지역에 따라 사람 형상이 다르다. 가운데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에서 운반해왔겠고.







넵튠 분수. 1574년, 자코모 델라 포르타가 설계함.  로마 곳곳에 분수대 물을 마실 수가 있는데 여기 물도 마시기 위해 만들었다.

광장 가득 음악이 흐른다. 장중한 콘트라베이스를 깐 현악기 연주팀이 직사각형의 너른 광장을 우아하게 띄워놓는다.





다시 판테온을 지나며 뒷쪽으로 돌아 미네르바 성당을 찾아왔으나, 문을 닫았다. 아기코끼리가 오벨리스크를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미네르바 성당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트레비 분수.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다행히도 앉을 자리가 있어 앉아서  조각상들을 감상하고 분수 건물도 쳐다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나도 뒤돌아서서 동전 하나 던졌다. 물속에 보이는 수많은 동전이 짭짤한 수입이 된다는데 일조했구만 하며.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베네똥 매장에 들어가 손녀 선물로 가디건 하나 샀다. 예쁘게 잘 맞기를 바라며...


떼르미니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수도교를 찾아갔다. 한 시간 정도 걸을 요량으로 lucio sestio 역에서 내려 공원을 찾아나섰다. 길에 사람이 없어서 가다보니 지나쳐가서 다시 돌아와 공원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 수도교가 멋지게 모습을 나타낸다. 세고비아에서도 시대에서 ... 로마 유적지를 찾아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수도교. 로마의 공병술을 떠올리게 되는 신기하고 감탄스러운 시설물. 물을 저 위로 끌어올려 공급하였다니...한적한 공원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서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한다.  좀 더 걸어가니 청소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더 내려가다가 도시가 멀어지는 듯 하여 'subaugusta?' 하고 물어보니 저쪽이라며 너무 많이 내려왔다 한다.  산책로를 벗어나니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 나타난다. 로마에서 전철로 삼십 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마을. 집들이 멋지고 골목길이 깨끗하다. 


7시쯤 떼르미니역에 도착하였다.  역 푸드코너에서 뭘 먹을까 살피다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보니 스테이크 집이다. 꼬치 스테이크와 감자를 맛있게 먹고 숙소로 향하다.  오늘도 꽉 찬 하루. 점점 로마에 익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