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 여행 19일) 로마,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스페인 광장까지

정인숙 2019. 10. 7. 05:36

나폴리 ㅡ 로마 ㅡ 캐피롤리노 미술관 광장 ㅡ 대전차장 ㅡ 진실의 입 ㅡ 바르베르니 미술관 ㅡ 스페인광장


나폴리에서 마지막 아침이다. 나폴리에서는 호텔값이 저렴하여 사성급 호텔에 들었다. 널직한 방에서 편안히 자고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갔다. 빵류와 디저트류가 화려하게 차려져있으나, 내가 먹는 종류는 매양 똑같다. 호밀빵류와 요거트, 과일, 치즈, 소세지 한 개... 여기는 샐러드가 준비되어있으니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좋다. 채소가격이 상당히 싼데도 아침엔 샐러드를 먹지 않는지 호텔 조식에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침을 잘 먹고 '나폴리 안녕~!'하며 기차에 올랐다. 치안을 걱정할 정도로 아주 야만적인 도시로 생각했으나, 오래된 역사를 지닌 규모가 큰 도시답게 사람들로 붐비고 생기있는 나폴리였다. 9시 45분 기차를 타고 로마로 돌아간다. 창밖 풍경을 보면서 살짝 눈을 감았다 생각했는데 로마 테르미니역이다.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서 체크인. 삼성급의 낡은 호텔이라 별 기대를 안했는데 방도 넓고 아늑하다. 오히려 민박보다 주위 환경도 안전하고 편안할 거 같으니...



캐피톨리니 광장으로 올라간다. 우리가 뒤에서 부터 오르느지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면서 포로 로마노를 다시 보았다. 그냥 지나치면 옛 유적지지만, 로마인이야기를 생각하며 걸어보면 온갖 이야기가 들릴텐데... 기원전, 역동적이던 로마의 모습을 잠시 그려본다. 시월인데도 날씨가 무척 뜨겁다. 광장에 올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을 올려보고 카피톨리노 미술관 티켓을 끊으려 줄을 섰다. 콘세르바토리 박물관과 누오보 궁전 박물관으로 이루어진 캄피톨리노 박물관에서는 무엇이 나를 홀려놓을 지 살짝 기대하면서...


이 박물관은 1471년에 지어져 교황 식스투스 4세가 약탈한 전리품이나 개인 선물들을 모으면서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다. 로마의 신전이 세워져 있던 언덕에서 고대 로마의 작품들을 대할 수 있는거다.


포로 로마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 이것은 카피이고 진짜는 박물관 안에 있다.



옆 건물에서 결혼식이 있었나보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한다. 줄 서서 기다리며 또 하나의 구경거리.




콘스탄티우스 황제의 거대한 조각상. 기독교를 공인한 황제이기에 어딜가나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반면  로마를 쇠락하게하는데 일조한 황제일수도. 동로마제국이 번창하면서 서로마는 기울었고 일신교를 믿는 기독교가 융성하면서 다신교를 믿는 고대 로마 문화는 상대적으로 쇠락해졌으니.







발에 가시를 빼는 소년 조각상. 기원전 1세기 작품. 당시 유행하던 조각상이어서 저택 정원에 있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다리를 어루만지는 막달라 마리아.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혼절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막달라 마리아는 그나마 감정을 절제할 수 있었는지 울거나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려진다.



조각과 그림을 보다보니 중정이 나온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 원본이다.  기원전 2세기 작품. 기독교신자들이 콘스탄티누스 황제인줄로 알고 때려부수지 않고 숭상했다니 ... 오래된 청동 조각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조각상 두상. 똑같은 꼬불머리라 혼동했나보다. 

그 덕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을 보존할 수 있어 대단히 다행스러웠겠네.


박물관내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바깥 풍경. 박물관에서 샌드위치와 쥬스로 점심 먹다. 박물관 음식은 대체로 믿을만하다. 커피도 맛있고.






헤라클레스



카피톨리노의 암늑대. 로마 건국 신화에 나오는 암늑대로 기원전 5세기에 만든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광장을 지을 때 광장에 있던 암늑대를 실내로 옮기면서 암늑대 아래에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함께 놓아 로마의 상징물로 만들었다. 기획자로도 천재... 


누오보궁으로 가는 지하통로를 가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포로로마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온전히 내려다볼 수있는 자리에 창이 있다니 일부러 여기에 만들은 것인지 놀랍다.




중정에 있는 분수의 조각상. 넵툰인지...


반인반수인 사티로스.

 신화의 내용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신기하여 쳐다보고. 



죽어가는 갈리아인. 기원전 3C 작품.

어찌나 잘 만들었는지 나도 동화되어 곧 쓰러질거 같았다.




카피톨리노의 비너스, 2C 작품.

투박한 듯 매끄러운 조각상으로 여기 대표작중 하나이다.




미켈란젤로가 조성한 꼬르도나타 계단. 

아래를 좁게 만들고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 전체 넓이와 폭이 넓어져서  아래에서 보면 위 아래가 똑같은 넓이로 보이면서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착시 효과를 이용한 기발한 발상. 




 

대전차 경기장으로 걸어왔다. 4세기에 지어지고 수용인원이 25만 명이나 되었다. 영화 '벤허'의 촬영지라 그 모습을 가늠해본다. 사두마차를 몰며 먼지를 날리고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던 영화속 장면이 여기서도 이뤄졌겠거니. 바닥에 앉아 젤라토를 먹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로마에서는 소나무들이 막 이발을 끝낸 듯 단정하다. 우리와 다른 방식...




'진실의 입'을 찾아 근처 성당을 헤메다. 그 덕택에 조용한 성당 안에 들어가 쉬기도 하면서.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을 찾아 한바퀴 돌았다. 이 성당 바깥에 있는 '진실의 입'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다. 성당 내부도 꽤 오래된 거 같다. '성 발렌타인'의 유골이 있는 유서깊은 성당이라는걸 알고 지하 묘지에 기도하고 기부하니 안내원이 밝게 웃는다. '진실의 입'에서는 줄 설 엄두를 못내고 남들 포즈에 웃고 돌아서다. 영화의 힘이 상당하군 하면서.





다리는 아프지만, 아직 한 낮이니 골목을 돌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바르베르니 미술관을 찾아갔다.  

멋진 외관의 미술관이다.






라파엘로가 사랑한 여인  '라 포르나리나'.  빵집 딸이란 뜻. 저렇게 예쁜 얼굴로 사랑이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이 여인이 아니었으면 라파엘로는 좀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당시 사회 시스템의 희생자일까 고개를 갸웃하며 오래 그림을 보았다.


이 여인은 마르게리타 루티로 우피치 미술관에서 본 성모의 얼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라파엘로는 추기경 조카와의 결혼을 마다할 정도로 사랑하여 비밀리에 약혼까지 한다.  사후, 작업실에서 발견된 이 그림은 왼팔의 리본에 라파엘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약혼반지도 끼고 있었다.(사후, 제자들이 그녀의 존재를 숨기려고 덧칠함).


그러나, 사랑이 과하여 병을 얻은 라파엘로는 병의 원인을 숨긴 탓에 약을 잘못 처방받아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둔다(1483 ~ 1520). 라파엘로를 깊이 사랑한 로마인들은 그를 팡테옹에 안치하고... 마르게리타는 항테옹 옆의 수도원에 들어가 그의 명복을 빌면서 수녀로서 생을 마친다.



카라바조의 유디트도 여기서 발견.



베네치아의 쵸핀과 베네치아 풍경화도 많이 있다.

며칠 전 다녀온 곳이라 더욱 친근감이 생긴다. 리얄토 다리 부근, 우리가 사진 찍은 곳이네^^







베일을 어떻게 저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했을까 신기해서 눈여겨보다.




스페인 광장이 가까이 있어 아에 들러가기로 했다.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다.

'로마의 휴일'을 연상하며 계단 위 대리석 난간에 기대어 내려다보았다.

밤기운에 쌀쌀해진다.

오늘도 머릿속을 꽉 채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