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 여행 22일) 티볼리 빌라 데스테

정인숙 2019. 10. 22. 20:56

2019년 10월 9일, 수요일


로마 - 티볼리, 빌라 데스떼 - 로마 - 공항


이탈리아 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지난 여름에 발가락을 접질러서 낫지 않길래 혼자서 뜸뜨다가 화상 입어 내내 항생제 먹으며 치료 받았다. 초반에 그 후유증으로  적응하기 힘들어 쩔쩔매던 나를 떠올리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3일째 다녀도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참으로 바빴나보다. 날마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지쳐 잠자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곳으로 쏘다니고 ....  옷가지들을 한 번 대대적으로 세탁하면 얼마든지 더 다닐 수 있을만큼 컨디션이 양호하다.  하긴 식구들이 보고싶고 ...편안한 우리집... 김치찌개와 매콤한 음식이 그립긴하다.



예상치않게 편안했던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9시 5분 티볼리 행 기차를  탔다. 1시간 정도 가서 하차,  빌라데스테를 찾아  걸었다. 로마에서 좀 벗어나면 참으로 한적하고 공기가 더 깨끗한거 같다.  다리를 건너고 시내 큰길을 걸어 언덕에 오르니 빌라 데스떼가 보인다. 1550년에 세워진 빌라 데스테는 르네상스시대 분수답게 화려하고  경사진 아래로 평원이 펼쳐진다.  꽤 올라온 셈이다.  경사를 이용하여 분수를 곳곳에 만들었다. 멋진 조각품과 함께 꾸며진 정원 전체가 분수 마을같다. 용 분수, 오르간 분수 .... 이 물을 어디서 다 끌어들였을까.



티볼리 시내에 보다폰 매장을 발견.  내 폰이 인터넷 불통이라며  봐달라고 했지만, 나만큼도 핸폰을 못다루는 직원이 다른 매장을 알려준다. 에잇~. 일행들은 근처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얼핏보니 계산대에 줄이 길어서 장볼 엄두를 못내고 ... 과일과 물을 얻어 먹었다.

12시 40분에 기차를 타고 다시 로마로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는 날은 멀리가면 불안해서 근처에서 머무르곤 했는데 여럿이라 용감해졌나보다.  로마에 도착하니 안심이 된다.  테르미니역 근처 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먹는 파스타... 파스타여 안녕~! 당분간 파스타를 비롯한 빵종류는 못먹을거 같다.  호텔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세시 반 공항행 버스를 탔다.



로마에 다시 올 수 있으려나... 겉으로 지나치면 거기가 거기인 듯 비슷한데 내부에 들어가면 같은 곳이 없고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건축물들.  로마에 다시와도 볼거리가 무진장일거 같다.  그 때는 좀더 차근차근히 살펴보겠지....  공항에 4시 반에 도착해서 아시아나 부스로 가니 벌써 한국인들이 버글버글하다. 7시 40분 비행기인데도...  출국할 때 가방 무게가 16kg, 지금은 15kg.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무게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택스리펀을 하러 갔다.  끝없이 늘어선 줄... 족히 삼십여 분 넘게 걸렸다.  리펀을 받고 검색대를 통과해 나오니 벌써 6시다.



게이트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며 연락을 취한다. 인터넷이 되니 가슴이 후련하다. 나도 어느새 중독이 되었나. 예전엔 인터넷 없이도 달랑 지도 한 장만 갖고 찾아다니고 공항에서 대기할 땐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게 모르게 많이 변했구나싶다.  탑승하자 이륙하기도 전에 졸음이 쏟아진다. 멀리 교외로 나가서 슬쩍 불안해지면서 피곤했는지...그동안 쌓였던 피곤이 한꺼번에 풀어지는지... 아무튼, 시간을 맞춘다는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이제부터 먹고 자고 먹고 자고 ... 두번만 하면 인천에 도착하리라.




빌라데스테 입구. 다리를 건너고 시내에서 한참 걸어 빌라데스테에 도착.





이 분수가 백 개라는데...









돌로 된 담을 뚫고 나온 풀들이 작품같다.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가슴에서도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작은 미술관이 있길래 눈요기나 할참으로 들렀다가 앗! '베아트리체 첸치'다.  여기서 볼 줄이야. 바르베르니 미술관 소장이건만, 한 층이 공사중이라 거기 있어 못 보나 했는데 그새 여기로 옮겨왔구나. 아무도 봐주는 이 없이 고요한 미술관에 걸려있어 더 쓸쓸해 보이는 작품. 귀도 레니가 그리고, 다시 엘리자베차 시라니가 그린 이 그림.  베아트리체 첸치의 눈빛이 처연하게 쳐다본다. 볼수록 빠져드는 얼굴이니 실제론 얼마나 매력적이었을지 상상해본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교회에 아버지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고발하지만, 교회는 아버지 편을 들어주고... 결국, 견디다못한 첸치의 가족들이 아버지를 살해한다. 로마 시민들이 이들에게 동정을 하며 감형을 탄원하였으나,  첸치가의  재산에 눈이 먼 교황은  1599년 9월 9일, 산탄젤로 다리 앞 광장에서 가족 모두에게  참수형을 시켰다.   


귀도 레니는 처형을 당하기 직전 첸치의 초상화를 그렸고, 카라바조는 유디트에 참수 장면을 그려넣었다.  스탕달이 이 그림을 보고 거의 혼절 상태에 빠져 스탕달 신드롬이란 말이 생겨났고  매년 사형 집행 전날 밤이면 산탄젤로 다리에서는 잘려진 머리를 든 첸치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괴담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