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여행 12일) 드디어 로마로, 콜롯세움과 포로로마노

정인숙 2019. 9. 30. 15:49

2019년 9월 29일 일요일


오늘 피렌체에서 10시 17분행 로마로 간다. 친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두오모 근처로 산책을 갔다. 나는 몸을 챙긴다는 핑계로 호텔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낸다.



델레나지오니 호텔에서 업그레이드 시켜주어 편안하게 지냈다. 그런데, 침대 두 개를 홀로 쓰자니 물건을 널리 벌려놓아 챙길 땐 더 신경이 쓰인다.  적당히 알맞은 크기의 룸이 내게는 제격인가보다.  이 호텔에서는  중간중간 들러서 쥬스와  물, 커피도 마음껏 마시며 크로와상 한 입에  기운 차릴 수 있고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가깝다. 무엇보다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맞아주어 좋았다.


 

피렌체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여기도 가을이 오고있다. 무성하던 나뭇잎들도 생기를 잃는 듯 하다. 기차는 1등석으로 급행으로 예약해놔서 편하게 다닌다. 이딸로 1등석은 음료와 간단한 스낵 종류도 준다.



로마에 도착하니 11시 56분.  이번에는 한인민박을 잡았다. 열흘 넘게 이태리 음식을 먹었으니 한식도 먹고 세탁도 할 수 있다기에 한인민박에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세탁을 할 수 없다는군. 게다가 침대가 좁고 화장실도 좁아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넓은 집에서 돈이 떨어져 비좁은 집으로  이사와서 비비적거리는 꼴이다.



떼르미니역 후드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콜롯세움으로 갔다. 메트로가 운행이 정지되어 내렸갔다가 다시 버스 타로 올라오면서 이리저리 헤메고... 콜롯세움과 포로로마노를 함께 보는 통합권을  끊어서 포로로마노에 먼저 입장했다.  4시 반까지 콜롯세움에 입장해야 한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포로로마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팠는데 할수없이 바삐 돌아다니게 된다.



 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하나인 팔라티노 언덕에 올라갔다.  뮤지엄 앞에 가서  팔라티노 언덕이 어디냐니까 여기라 한다. '아하!  고개마루같은 언덕이군'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포로로마노가 보인다. 로마인들이 토가자락을 휘감으며 거닐 던 곳.  아고라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여기로 도망치기도 하고 날씨도 뜨거운데 로마인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 여기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었는데, 막상 여기에 오니 구체적으로 장소를 찾을 수가 없어 아쉽다. 그리고 1시간 정도로 찾아다니며 돌아다니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개선문을 나선다.



4시 반에 콜롯세움에 들어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기다리다가 우리가 가진 티켓이 즉시 입장이란 것도 몰랐다. 하마트면 한없이 기다릴뻔했다.  네 명이 여행에 일가견이 있어 서로서로 챙기니 잘 찾아다닌다. 



인파에 섞여 이층으로 올라가 거대한 콜롯세움을 둘러본다. 내 생애에 여기를 와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비로서 여기에 와 있구나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젊은 시절 얼마나 꿈꾸던 일이었던가.  저쪽으로 황제석이 있을테고  저아래 바닥에  짐승들을 가둬두었겠거니 상상해본다.  미로와 같은 지하 시설에는 검투사 대기실, 맹수 우리, 무대장치 보관실로 사용했다니 맹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대기 중인 검투사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검투사와 싸울 때 짐승들이 굶주려서 울부짖는 소리... 저 관중석에 앉아서  흥분하는 로마인들을 그려본다. 5만 명에서 입석까지 7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곳... 빠져 나가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게끔 출입구 번호가 다 새겨져 있다. 이 넓은 콜롯세움에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다. 한가로이 옛 정취를 그려보기에는 이리 밀리고 저리 비켜야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로 혼잡하다. 



커다란 돌덩어리 한 구석에 앉아서 콜롯세움을 내려다본다.  6시가 가까와오니 석양이 드리며 그늘이 깊어지고  점점 한적해진다. 어디선가 웅장한 음악도 들린다.  오랜 세월 콜롯세움을 지켜온 돌덩이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다가 1층으로 내려왔다. 중간 벽도 상당히 두툼하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아치를 보니 이천 년 세월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두껍다. 아래를 들여다보니 상당히 깊다.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은 가이드를 앞세워야 들어갈 수 있다네. 어딜가나 돈을 써야하는군 ...

 


베네치아광장으로 가면서 왼쪽으로 포로로마노를 볼 수 있었다.  이쪽으로도 넓게 드러난 유적지... 아직도 발굴이 진행중이어서 신기하다. 여기는 땅만 파면 유적이 나온다니..  광장에서는 어린 소녀들이 캣츠를 공연하고 있다.  한국아이들 보다 체격이 더 가늘어보인다. 아이들마다 귀엽고 유연하다. 공연이 끝나자 수줍어하면서도 뿌듯해 하는 표정이 어린아이들답게 순수하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랩과 댄스 공연을 하면서 관객을 끌어들인다.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 예술가는 재능과 용기가 겸비되어야할 거 같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베네치아 광장에서 식사. 나비올리, 파스타, 피자를 맛있게 먹고 버스를 탔다.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좁은 침대가 나의 왕국.  제일 편안한 내 자리에서 잠에 빠져들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서기 72년 축조 시작하여 82년 완성.  4층까지 높이가 50미터 둘레가 527미터. 바깥 벽은 12~13미터, 안쪽 벽은 4미터로 이천년이 지났어도 가라앉거나 금 간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콜롯세움에서는 523년까지 행사를 벌인다. 점점 잔인해지는 검투사 시합을 황제도 막을 수 없었는데, 5세기에 수도승 텔레마코스가 검투사 시합을 벌이는 경기장에 뛰어들어가 그만두자고 호소하다가 돌에 맞아죽은 후부터 검투사 시합이 사라졌다. 그 후, 채석장으로 전락해서 만신창이가 되어 풀만 무성하다가 방목장으로 이용되었다. 1790년, 교황 베네딕트 14세가 콜로세움을 순교지로 지정하면서 복원하고 십자가를 세웠다.



티투스 개선문



막센티우스 바실리카. 306년 건설. 천정의 도금된 타일을 뜯어 성베드로 대성당의 지붕에 사용했다.











안토니누스와 파우스티나 신전. 141년 안토니누스 황제가 아내 파우스티나를 위해 세운 사원.




베스타 신전. 기원전 6세기 세움.

불의 여신 베스타를 위한 신전으로 스무 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인 포로 로마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로마의 안위를 위해 베스탈(6명의 처녀 사제)들이 성화가 꺼지지 않도록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