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7일 , 금요일
피렌체 - 라 스파치아 ㅡ 숙소, 점심 ㅡ베르나차 ㅡ 코르닐랴 ㅡ 마요놀라 ㅡ 라 스패치아
오늘은 친퀘테레에 가는 날이다. 하룻밤 묵어올 짐을 간단하게 배낭에 넣었다. 엊저녁에 기차역에 가서 티켓을 끊었다. 이런~ 8시대 티켓은 매진되어 9시 53분에 출발하는 티켓을 끊었다. 피렌체 산타 노벨라 역에 나오니 인산인해... 그야말로 앞에 있는 일행도 놓칠 판이다. 실제로 친구들을 놓쳐 플랫홈에 혼자 찾아갔으니...
기차가 완행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라 스파치아 역에 12시 20분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친퀘테레 패스를 끊어야하니 또 시간이 지체되었다. 숙소인 벨라나폴리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레스토랑을 겸하는 집이라 북적북적거린다. 핏자테리어겸 식당이라 정신없이 바쁘니 기다릴밖에. 숙소를 배정받고 우선 점심을 시켰다. 간단히 피자만 시켰어야는데 음식을 보니 이것저것 시키게 된다. 네 명이 샐러드와, 믹스드 피시, 도미, 피자 등을 시켰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쟁반으로 믹스드 피쉬가 나온다. 연어, 문어, 새우, 도미는 한 마리 통째로 나온데다 도미요리에 또 도미가 큰놈으로 구워 나왔다. 피자 크기는 또 어쩌구... 그나마 음식이 빨리 나와 다행이다. 네 명이 기함을 하고 양껏 먹어도 절반이나 남았네, 도미 한마리는 킾시키고...
숙소는 역쪽으로 걸어가서 조용한 건물 이층에 있다. 서둘러도 벌써 2시 반을 넘어선다. 이러다 친퀘테레는 언제 가누~
5개 마을 끝까지 가려다가 마음이 조급해지고 산길을 걷고싶어 네번 째 마을인 베르나차에서 하차하여 트랙킹 길에 올랐다. 오후 3시 15분.
오전에 비가 내려 걷지 못하겠거니 하였더니 기우였다. 날씨가 활짝 개어 저 아래 마을이 햇빛에 반짝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트래킹 길을 오르내린다. 옷을 벗어들고 걸어도 땀이 흐른다. 튼튼한 서양여자들은 민소매에 반바지.. 심지어는 탑만 입은 차림으로 당당하고 시원스레 걸어간다. 발가락이 다쳐서 여기서 트레킹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햇는데 이렇게 걸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다리가 아픈 이니샘과 나는 탄성을 내지르며 올리브 나무 사이를 걸어나간다. 오른쪽 아래엔 바다가 햇빛에 반짝인다. 1시간 후쯤 음료를 파는 바에 도착하였다. 화장실도 다녀올 겸 잠시 쉬었다. 오렌지 쥬스와 레몬쥬스를 시키니 섞어서 마시라고 권해준다. 오~ 상큼하고 달달하고 시원한 맛이다. 유리창 너머 저 아래로 바닷가 해안이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절벽 위 집들이 멀리 보인다. 우리가 도착할 코르릴리야 마을이다. 바 주인인 잘 생긴 이태리 청년과 코르릴냐에 산다는 친구가 운영하는 바. 둘이 친절하게 대해주니 화룡정점이랄까. 몸도 마음도 시원해져서 다시 걷는다. 어디선가 어코디언 곡조가 울려 퍼진다. 한적한 오솔길에서 홀로 음악을 감상하고 감사한 마음을 코인으로 표시했다.
5시 반쯤 출구로 나왔으니 두 시간 정도 걸었나보다. 빠르면 한 시간, 보통 1시간 반 거리라니 천천히 쉬면서 잘 걸었네... 출구에서 기차역까지 가면서 마을 구경을 했다. 해안가 절벽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을 가까이 보니 다소 낡은 집들이다. 어부들이 남의 집에 들어가 잠을 자기 일쑤라 자기 집을 잘 찾아가려고 집집이 색깔을 다르게 칠했다니 그 뒤에는 그런 일이 없어졌을까. 다들 만족했을까. ㅎㅎ 궁금해하며..
한 코스 더 걷고싶은 마음도 일었으나, '무리해선 안된다. 내 몸 상태와 마음이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다독이며 기차역으로 갔다. 마요놀라에 내리니 어둠이 내린다. 5코스에서부터 걸은 두 분을 만나서 불이 들어오는 마을을 구경하고 거칠 것 없이 너른 바다도 내려보았다.
오늘 숙소는 저녁식사가 포함된다. 이런 날엔 점심을 가볍게, 저녁을 푸짐하게 먹어야하건만, 그 반대였으니 어쩌랴...
피렌체에서 오랜 역사를 담은 그림과 건축을 들여다보느라 피곤해진 머리를 오늘은 말끔하게 씻어낸 기분이다. 게다가 날씨마저 우리 가는 길을 도와주는구나싶어 감사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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