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5일, 수요일
피티궁 ㅡ 궁내커피숍 ㅡ 우피치미술관 ㅡ 저녁식사 마파두부 ㅡ 호텔 ㅡ 두오모 입장 ,통합권을 놓고 와서 못 들어가고 버스킹 감상 ㅡ 두오모 근처 밤거리 - 산타노벨라 성당 -마트
버스를 타고 피티궁으로 갔다. 아직 이른 아침인가. 한산하다. 호텔 아침식사 시간에 가보면 중국인이 첫번 째로 입장, 두번 째로 한국인 입장. 우리 나갈 때쯤이면 서양인들이 들어온다. 여기도 중국인 입장객들만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가고 있다.
브루넬레스키가 건축한 피티궁. 넓디 넓은 방마다 끝없이 가득찬 지뉘한 물건들. 처음에는 차근차근히 보다가 1시간이 지나니 지치고 다리 아프고... 미술관에서는 티치아노, 루벤스에 라파엘로 그림까지..., 박물관에서는 온갖 도자기, 공예품, 조각품, 귀금속... 현대미술관은 패스할까 했더니 인상파 그림들이 주르륵.... 거기에 정원도 따로 입장해야 한다.
잠시 뮤지엄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쉬었다. 커피도 크로와상도 맛있다. 무엇보다 햇살이 가득한 뜰을 바라보며 앉아서 커피를 마시니 더 맛있는 듯.
베키오 다리를 건너 우피치 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12시 반에 예약을 해놨으니 주변을 살펴볼 여지가 없다. 우피치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입장객들 인파에 밀려 안으로 들어간다. 책에서 보던 그림을 대하는 감동. 보티첼리와 카라바조는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낸 듯 하다.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하다가 그림에 옮겨놓은 보티첼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고.
카라바조는 짧은 삶이 그대로 그림에 드러나있다. 불안한 눈빛과 격앙된 표정. 그림 속 주인공들은 살아있는 나 자신보다 감정 표현을 더 잘한다. 이들 그림은 그림으로 인류사만큼 살아가리라.
4시에 우피치 미술관에서 나와 호텔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보고싶은 그림을 실컷 봤으니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기운이 떨어지니 뭘 좀 먹어야겠다. 호텔 근처 중국음식점에 들어가서 마파두부와 밥, 김치, 청경채볶음을 주문했다. 매콤하여 개운하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었다. 가격도 적당하여 만족. 호텔에 들어가서 시원한 오렌지쥬스와 크로와상을 후식으로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머릿속에는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여인들이 자태를 빛내고 있다.
두오모에 오르기로 예약한 시간이 6시 반. 총총히 걸어간다. 아침에 헤어졌던 두 분을 만나 입장하려고 티켓 검사를 하는 순간, '앗차~!' 가볌게 나오느라 가방정리를 하면서 통합권을 두고 뮤지엄패스만 들고나왔네. 에휴~~~! 일행들만 올라가고 나는 두오모 주변을 맴돌았다. 브루넬레스키가 어떻게 벽돌을 쌓았는지 보고싶고 쥰세이가 온종일 지키던 두오모 꼭대기에서 피렌체를 보고팠는데... 통합권도 패스도 있으니 내일 다시 시도해봐야지...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즐길 일은 널려있는걸...그러다 버스킹 연주곡에 마음을 홀려버렸다. 연주자를 바라보다 눈길을 돌려 성당과 두오모를 살펴보기도 하고 ...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가 흐른다.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구나.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일행들과 만났다. 하나 둘 불이 들어오는 시내를 어슬렁거리다 시장쪽으로 가니 파장시간이다. 돌아오는 길에 노벨라 성당 앞에 앉아 쉬었다. 어디선가 연주음악이 흐른다. 낮의 소란스러움이 사라지고 .... 밤의 불빛을 받아 고대 로마의 문양을 새긴 대리석이 은은하게 빛난다.
17세기에 머물러있는 건축물 사이를, 공간을 돌아다니며 르네상스 시기를 맛보고, 그 안에 풍성하게 차려진 내용물로 흠뻑 취할 수 있는 도시. 메디치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가, 다 빈치가, 보티첼리가, 카라바조가 지나다니는 듯 스토리가 가득한 도시에 빠져든 하루다.
피티궁
피티궁내의 정원
베키오 궁앞 광장에 있는 '겁탈 당하는 사비나 여인'
우리비노 공작 부부. 부인의 얼굴이 창백하여 섬찟. 14살부터 11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이른 나이에 죽은 아내의 얼굴을 그렸다.
보티첼리의 '프리마벨라' 한쪽 벽면을 온통 다 차지하는 그림으로 봄이 뿜어져나온다. 반짝이는 색채에 인물들이 살아있다. 꽃을 뿌리는 주인공은 실제 피렌체 최고 미인이면서 로렌초의 동생 줄리아노의 연인. 폐결핵으로 일찍 죽어 애잔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환하게 광채가 난다. 성서이야기가 아닌 그리스 신화를 그림에 담아 인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낸다. 보태첼리의 그림 내용은 당시 인문학 교양을 이끌어갔다.
보티첼리. '동방박사의 경배' 그림속에 자신의 얼굴을 넣었다.
목판화 그림에 실제로 금화 모양을 파서 만들었다.
보티첼리. 아펠레스의 모함, 1494년. 로렌초가 죽자 보티첼리의 인기도 시들어갔다. 바닥에 끌려가는 남자가 알렉산더 대왕의 궁정화가 아펠레스. 역모로 중상모략 당한 화가를 대왕앞에 끌고가는 푸른 옷의 여인. 그앞 두건 쓴 남자가 저승사자. 당나귀 귀를 한 미다스 왕. 진실을 알려주는 비너스. 이 그림으로 자신을 대변하고자 했을까.
창밖을 내다보니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밖의 풍경을 보면서 다리도 쉬고 머리도 쉬고 눈도 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수태고지. 뒤 배경을 스푸마토 기법으로 처리함.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어 보면 눈에 확 띄는 그림이 있으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두 아이들을 그렸다. 아이들다운 사실적인 모습에 눈길~.
미켈란젤로 작품. 근육이 살아있는 그림^^
라파엘로. 방울새의 성모. 요한이 예수에게 방울새를 건네주는 모습을 자애롭게 내려다보는 성모. 방울새는 골고다 언덕에 오르는 예수의 이마에 바힌 가시를 부리로 빼내었다. 우아하고 평온한 그림이 빛나고 있어 눈여겨 봤더니 라파엘로 작품. 그의 얼굴에서 화풍이 연상된다.
반가운 얼굴. 라파엘로 '자화상'. 재능에다 미남, 성품까지도 온화한 피렌체의 인기인이었으나, 39세로 요절하여 안타깝다.
라오콘 군상.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 시 트로이목마의 비밀을 미리 발설하여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는다. 두 아들과 함께 뱀의 공격을 받는다.
긴 목의 성모. 파르미자니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베첼리오 티치아노. 이 여인의 도발적인 눈을 쳐다보다가 저 뒤 어린 하녀는 옷장에서 무얼 찾고 있는걸까 궁금해졌다. 이 여인이 치장할 뭔가를 찾는거겠지.
이 그림의 유디트는 아주머니네. 지금껏 젊은 여인이었는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유디트의 단호한 모습에 성폭행 당한 상처를 담았다. 유디트도 그림의 주제로 많이 다뤄졌다. 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여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카라바조, 메두사.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추어보면서 죽였기에 카라바조는 메두사를 아테네식 방패에 그렸다. 메두사의 얼굴은 바로 카라바조의 얼굴. 직접 보니 피를 쏟으며 죽는 모습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자신의 죽음을 항변하는 메두사의 모습에서 카라바조의 소리침이 나오는 듯.
젊은 바쿠스. 게슴프레한 눈과 손톱에 낀 때, 시들은 과실... 자세히 보니 화가가 얼마나 세심한지 새삼 깨닫고 감탄만.
카라바조. 홀로포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이스라엘의 젊은 과부 유디트가 앗시리아의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겼다. 강렬한 명암대비와 유디트의 표정, 그 옆 노파의 주름과 독려하는 듯한 모습이 생생하다.
램브란트의 자화상. 젊은 날과 노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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