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여행 6일) 시에나, 빛바랜 벽돌색의 도시

정인숙 2019. 9. 24. 03:42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시에나로 출발 ㅡ 캄포 광장 ㅡ 커피 ㅡ 만자냐탑 ㅡ 팔라초 푸블리코궁전 ㅡ 점심 (두시간) ㅡ 시에나 대성당 ㅡ골목길 위 아래 지나 ㅡ 도미니코 성당 ㅡ 피렌체 7시 20분 도착



어제부터 비가 내리더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뮤지엄패스를 개시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는 외부로 나가자... 일행중 두 분은 더몰로 떠나고 친구와 나는 9시 10분발 버스를 타고 시에나로 향했다. 호탤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어서 다행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피렌체와 달리 이곳은 날씨가 청명하다. 야호~!



캄포광장을 찾아가다가 모자가게를 발견.  비가 내려서 모자나 선글래스를 가져오지 않았더니 눈이 부셔서 다니기가 힘들다. 짐을 최대한으로 줄여 다니다보니...인상이 좋은 모자가게 주인은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며 40유로 이하로는 안된다고 한다. 비싼 모자를 샀네... 그런데, 가볍고 햇빛을 잘 가려줘서 여행 내내 애용하고 다녔으니 그분에게 고맙다.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1시간 남짓 걸린다.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유네스코 역사지구로 지정된 도시다. 13C까지는 금융의 중심지로 피렌체와 겨뤘으나, 전쟁과 기아, 잇달은 경제공황으로 피폐해진데다 14C초에는 흑사병까지 덮쳐 황폐해졌다.   1557년 피렌체로 복속되었으나, 전성기부터  건축물을 계속 지은데다 전쟁의 화를 피해 중세의 모습 그대로이다. 



골목을 돌아나오니 별안간 광장이 탁 틔여 나타났다. 캄포광장이구나...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함성도 지르고 사진도 찍는다. 저쪽 한켠에 금발머리 여인이 푸블리코 궁전을 그리고 있다. 방해될까 살짝 사진을 찍었다. 가이아 분수와 광장을 둘러보고 카페로 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광장이 경사지어 보는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바닥에 돌도 어찌나 예쁘게 깔았는지.  관광와서 즐거워하는 사람들 얼굴을 대하는 것도 기쁨이다. 



만자냐탑에 올랐다. 기운있을 때 힘든 거 부터 시작해야지... 만자탑(1338 착공~ 48년 완성)은 102m의 종탑이다. 조선이 개국하기도 전에 이런 멋진 도시가 세워졌구나 싶으니  그저 감탄만 나올뿐이다. 505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토스카나 평원이 멀리까지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캄포광장이 조개모양이라는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 옛날에 누가 설계했을까.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비를 맞고 있는 퇴색한 빛깔의 도시를 내려다보니 참으로 편안하다.



베네치아에서 내 몸이 불편한데다 첫 도시라 낯설어서 많이 긴장했나보다.  번잡한 곳에서 있다가 한적한 곳으로 오니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긴다. 만자탑과 이어진 궁전에 들어섰다. 팔라초푸블리코 궁전이다. 1297년 착공 1310년 완성.  지금도 견고한 건물...여기도 프레스코화가 가득이다. 시에나 화파의 작가들 작품이라는데.... NO Photo.  사진에 신경쓰지 않고 각방마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니 더 집중이 잘된다. 밖은 어두워지고 폭우가 쏟아진다.










만자냐탑













1시쯤되니 기운이 빠진다. 식당을 두리번거리다 깔끔한 작은 식당을 발견하였다. 메뉴를 보니 코스 요리가 40유로. 친구가 여기서 요리를 한 번 먹어보자했다. 시간만 많이 걸리지않으면 좋은데... 밖에서는 다시 비가 쏟아지니 느긋하게 기다려야지. 드디어 스타터부터 요리가 나왔다.  입에 착착 붙는 맛이다. 파스타도 처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반쯤 익힌 면발이 이렇게 고소할 수가. 티라미슈까지 먹고 나오니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기분좋게 호사한 식사. 








시에나 성당앞에서 우비만 입은 채로 빗속에 줄서 기다린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입장료를 받는다.   12C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하기 시작하여 13C에 고딕으로 완성한 성당. 피렌체와 경쟁관계일 때, 먼저 성당을 건립하여 피렌체 시민들을 애타게 했던 성당.



가만히 서있으니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보인다. 두 모녀가 계단에 앉아 설전을 벌인다. 사춘기 딸은 비에 젖은 채로 앉아 무언가 불평을 하며 짜증을 낸다. 젊은 어머니가 이 상황을 끈기있게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딜가나 사람사는 모습은 비슷하여 어림짐작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부에 들어가니  벽과 기둥을 온통 대리석으로 장식했다.  예수의 일생이 대리석 조각으로 빛나고 헤라클레스도 보인다. 이교도인 그리스 신화가 성당 내부에 있다니 신기하다. 카펠라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도 살펴보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쳐서 하늘이 파랗다. 오늘은 내부에 들어가 있으면 비가 내리고 밖에 나오면 비가 그쳐 있으니 감사할뿐이다. 친구가 도미니코 성당에 가보자하여 골목길을 걸어 아래로 내려왔다. 전쟁을 대비해서 시내가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거구나. 저 건너편 언덕에 단아한 성당이 보인다. 산 도메니코 성당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성녀 카타리나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한다.



성당으로 오르는 길도 마냥 예쁘다. 빛바랜 벽돌색에 어우러진 꽃들과 신선한 공기,  뭉개구름이 떠다니는 파란 하늘. 전형적인 토스카나 지역의 날씨인가보다. 성당 내부도 지극히 단순하다. 절제된 느낌. 위로 뻗지않아서 더 안정적인, 수도원같은 성당.  내려가는 길에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성당.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오후 6시에 피렌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7시가 넘었다. 호텔 근처 수퍼에서 채소와 과일을 사갖고 들어와 라면으로 식사. 포도와 복숭아를 많이 먹으니 개운하다,

중세도시에 가서 풍요로와졌으니 내일부터는 기운이 돋으리라 여기며 잠들다.



시에나 대성당







산도메니코 성당에 가는 길



산 도메니코 성당.


단순하며 정감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현대 추상화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