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여행 3일) 파도바, 조토의 블루마린

정인숙 2019. 9. 21. 13:07

2019. 9. 20

파도바 ㅡ 스크로베니 예배당 ㅡ 산 안토니오 성당 ㅡ 카페 페트로키 ㅡ 역 ㅡ 무라노 ㅡ 부라노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파도바에 가기로 했다. 지오토의 프레스코화를 보기 위해. 친구가 기차표를 예약했는데, 산타루치아역에서 출발이란다. 그러면, 본섬으로 가서 메스트레역을 지나갈텐데... 친구가 역사에 가서 알아보니 메스트레역에서 타도 오케이란다. 그렇지.. 섬에서 나오는 철도선이 여러 개일리가 없을테니까.



간밤에 푹 자고 일어나서인가 몸이 많이 개운해졌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파도바로 출발~!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철저히 예약제로 실시한다. 10시 반에 입장하여 딱 30분만 관람할 수 있다. 그것도 15분 전에 입장하여 영상으로 먼저 교육시킨다.  일찍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 서성거리니  안내원이 박물관 관람을 먼저 권한다. 시립박물관이 붙어 있구나...



로마시대 유적을 모아둔 고고학박물관에 먼저 들어가서 일부 구경하고 예배당 앞으로 갔다. 이틀 동안의 소란함을 일시에 씻어주는 새소리와 산들 바람.. 참으로 조용하고 정갈하다. 벽돌로 지어진 에배당 겉모습이 단아하다.



베네치아는 13세기부터 부를 일궈 당시 금보다 더 비싸다는 청금석을 동방에서 수입하여 안료로 썼다. 파도바의 갑부 엔리코 스트로베니는 화가 지오토에게 막대한 자금을 대주며 예배당을 멋지게 그려달라고 의뢰했다. 그의 아버지가 고리대금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여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라 아버지의 죄가 조금이라도 경감되기를 소망하면서 아름다운 미술작품으로 장식한 예배당을 바치고 싶어했다.



지오토는 지금껏 그려온 중세의 그림과 달리 이야기가 살아나는 생생함으로 예수의 일생과 마리아의 일생,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그려서(1305년 완성) 지금까지도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청금색... 블루마린 빛깔에 '아~!' 소리가 새어나온다. 천정에는 별이 쏟아지 듯, 짙은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고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니 엔리코 스트로베니가 예배당을 봉헌하고 천사가 받아들이는 그림,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들, 최후의 심판, 예수의 탄생과 일생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30여 분을 멍하니 그림을 쳐다보다 입구쪽을 보니 석관이 보인다. 엔리코 스트로베니가 바로 여기에 묻혔다더니.  '저 분은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가셨을까' 궁금해진다. 밖으로 나와 그림에서 헤어나오려고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몽롱한 환각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듯 하다.



나오는 길에 먼저 잠깐 들른 고고학 박물관에 가서 나머지.. 수없이 많은 로마시대의 대리석상과 유물들...를 관람하고 예배당을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갈까. 파도바시의 수호성인을 모시는 성안토니아성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눈 앞에 성당이 나와서 거기에 들어갔더니 안토니아 성당이 아니다. 잠시 앉아 쉬며 마음을 진정시키고...공원 길을 돌아서 노점과일상에서 자두와 복숭아도 사먹고 커피도 마시고... 성안토이오 성당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살짝 붐빈다.  여기도 푸른색 프레스코화가 카펠라에 가득하다. 14세기, 15세기에 꽤나 유행한 그림사조라는걸 입증하 듯.



카페 페트로키를 찾아간다. 1831년에 오픈한 곳. 나로서는 아무 식당이나 찾아가서 점심 먹으면 좋으련만... 세 분이 신나서 찾아가니 따를 수 밖에. 골목에서 하얀 바로크식 건물이 돋보인다. 파도바 대학 근처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카페답게 당시 지식인들, 학생 상인들 모두 와서 즐겼다는 곳답게 한창 성업중이다. 직원이 자리를 잡아주고나서도 한 동안 기다려야 메뉴를 들고 나타난다. 자리만 잡아주고 세팅 도와주는 단순직 웨이트리스와 식사 주문을 받는 멋진 아저씨 웨이터로 나뉘어 도와준다.



스타터로 문어요리를 시키고 커피파스타를 시켰다. 또 십분, 이십분.. 거의 삼십분 지나서 요리가 나온다. 메인까지 시켰으면 큰일날뻔. 커피도 마시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서 빠르게 포기했다. 유명한 커피집에 와서 커피를 못마시고 식사를 하다니 이상한 일행들이다. 흐흐.   한시간이 넘어서야 점심 식사가 끝났다. 시간은 벌써 두 시가 지나 돌아갈 기차를 타야한다. 여기서는 걸어가는게 제일 빠르다는데... 빠르게 걷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자꾸 시내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 지나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기차역 반대편으로 한없이 걸어간거다.  이런~~~. 거의 뛰다시피 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탔다. 발에서는 화끈화끈 열이 나고.. 균형을 맞추어 제대로 걷지를 못하니 한쪽 골반이 심하게 아프다. 기차에서 또 잠이 들었다.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메스트레 역을 지났네. 아뿔싸!  급행이라 이십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아 역을 놓쳤다. 친구는 앞칸에 타서 메스트레에서 내리고 남은 세 명은 산타루치아 역까지 가게 생겼다. 이탈리아에서는 개찰구 개념이 분명치않아 승차하기 전에 펀칭만 하면된다. 셋이 산타루치아역까지 가는 김에 배를 타고 무라노섬에 가보자고 의견이 일치했다.  산타루치아역에서 내려 곧바로 선착장으로  가서 무라노섬에  가는 배를 탔다.



배는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아가 쏜살같이 달린다. 네 시 넘어서 무라노 섬에 도착하여 유리박물관에 갔다. 베네치아에서는 유리산업이 성행하자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도공들을 이 섬에 가둬두고 평생 유리제품을 만들게 했다지.  베네치아인들은 돈버는 데는 선수급. 유리박물관에는 13세기부터 지켜온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나는 유리공장을 보고팠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곳은 사설업체라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나.



결국 유리공장을 못찾고 길가의 가게 창을 통해 알록달록한 유리제품들을 감상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한마리 살까 어쩔까 망서리다 피곤하여 포기. 무라노가 별 볼 것이 없다고 부라노에 가자고 한다. 시간이 벌써 다섯 시를 넘었는데... 일단 돌아오는 수상버스를 살펴보니 밤 늦도록 다닌다. 부라노로 가자~~. 삼십 분 정도면 가려니 했는데 꽤나 멀다. 중간에 이섬 저섬 다 들르다보니 그런가.



여섯 시 넘어서 부라노에 도착. 안쪽으로 들어가니 집집이 색깔이 다르다. 석양에 반사되어 물빛이 더 예쁘게 물든다. 이곳은 레이스 산업이 발달했다. 가게마다 예쁜 레이스를 판다. 시골 섬이어도 이탈리아이니 물가가 만만치 않다. 삼심여 분 돌아다니다 베네치아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한 시간 여 달린다. 본격적으로 석양이 뉘엿뉘엿 바다 너머로 넘어간다. 서산에서도 늘상 대하는 석양이건만, 여기서 보는 노을은 더욱 붉게 바다를 물들인다. 오늘의 고단함이 저 붉은 진홍빛 노을에 다 녹아내리는거 같다. 멀리 리도 섬이 보이고 베네치아가 보인다. 성당 쿠폴라가 둥글게 실루엣만 남기니 더욱 아름답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지오토 그림과 아드리아해의 붉은 노을이다.


스크로베니 예배당












최후의 심판. 후에 미켈란젤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가까이 서서 인물 하나하나 표정을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다.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무덤


유다가 은화를 받고 예수를 넘기는 장면


스크로베니가 교회를 지어 바치는 그림.



파도바 거리



시내 어느 성당
















성안토니오성당













     

      카페페드로키음식




무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