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9
수상버스 ㅡ 산마르코광장 ㅡ 두칼레 궁전 ㅡ 마르코대성당ㅡ 코레르박물관 ㅡ 자카리아성당 ㅡ 마조레 성당 ㅡ 뒷골목 현대미술 전시 그림(휴먼), 유리 작품
아침 8시 반,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어제 베네치아 박물관패스 끓고 버스티켓도 구입해놓고. 버스를 타고 본섬으로 가서 대운하를 따라 도는 바포레포 1번에 승선. 약간 쌀쌀한 날씨. 배가 떠나자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우와~ 운하 양 옆으로 저택들이 우아하게 도열해있다. 옛 명성을 지닌채 약간 탈색되어 햇살에 빛난다. 리얄토 다리, 아카데미아 미술관, 페기구겐하임 미술관...저 안은 얼마나 더 빛날까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드디어 베네치아에 왔구나.
건물사이로 물이 가득하고 각종 배가 교통수단인 곳. 발이 아프니 처음부터 걸어갈 엄두도 못내고 배를 타고 한바퀴 돈다. 7세기 무렵, 아띨다를 선봉으로 훈족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살기위에 갯펄로 모여들었다. 기마병들은 갯펄에 빠지니 더는 추격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갯펄에 나무를 박아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집을 지었다. 곳곳에 아직도 나무말뚝이 보인다. 출렁거리는 바닷물 위에 500년, 600년을 넘어 천 년 가까이 되는 집들이 즐비하니 신기할뿐이다.
베네치아 본섬은 마치 벙어리 장갑을 겹쳐놓은 형상이다. 가운데 S자형의 대운하를 돌아 거의 끝무렵에 산마르코 대광장이 있다. 여기에 산마르코 대성당도 있고 두칼레 궁전, 코레르 박물관이 있다.
산마르코 대광장에서 하선하여 광장을 향하여 인파 속을 헤치고 나아간다. 구경할거리가 지천이다. 친구는 앞서가고 직장동료 두 분은 연신 셔터 누르고 가게 구경하고.. 자칫하면 네 명이 헤어질 판이다. 조금 천천히 가고 조금 서두르면 좋으련만... 나는 내 발관리나 잘해야지. 민폐끼치지 않으려면...소매치기가 심하다니 행여 틈을 보일까 크로스백을 부여잡고 걷는다.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인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해 위에 이슬람인들이 싫어하는 돼지고기를 덮어서 빼내어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에 모셨다(827년). 대성당 입구 청동 말 네 마리 조각상 아래에 이 이야기가 모자이크로 그려져 있다. 당시에는 성인들의 유해를 어떻게해서든 빼앗아 유치하려고 하였으니... 하긴, 그 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배드리러 이 성당을 찾았으니 도둑질도 지헤롭다고 칭송받아야 하는지.
저 콰드리가는 제 4차 십자군과 베네치아 도제인 엔리코 단돌로((1192 -1205)가 주축이 되어 콘스탄티노플을 침략하였을 때(1203년) 성소피아 성당에서 가져와 마르코 대성당에 올려놓았다. 그 후, 천년 동안 견고하던 베네치아가 나폴레옹에게 정복 당했을 때(1797년) 나폴레옹은 각 성당에 흩어져 있는 미술품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모아놓도록 하고 콰드리가는 파리 카이젤 개선문 위에 떡~하니 올려 놓았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전에서 패하면서(1812년) 콰드리가를 다시 갖다 놓았다. 프랑스는 콰드리가를 제작하여 카이젤 개선문에 올려놓았고. 파리에 갔을 때 이 스토리를 알면 더 재미있게 올려다보았을텐데... 이들의 문화재 욕심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으니 하나님도 용서하시는걸까.
산 마르코 대성당에 들어가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닷가로 가서 두칼레 궁전에 먼저 들어갔다.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카이사르.
베네치아 공화국은 독특한 정치제도로 국가를 운영했다. 최고 10인 위원회 위에 총리격인 도제가 있다. 물론, 선거로 뽑았다. 도제들의 화려한 생활모습을 둘러보고 산마르코 대성당에 들어가다.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을 닮은 듯한 외관. 비잔틴 양식이라 그런가보다. 내부에 들어가니 금빛 찬란하다. 온통 금칠을 한 듯.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조각으로 일일이 모자이크를 한거다. 사람들의 신심으로 못하는 일이 무어람..
'팔라도로'를 보려는 줄에 30분째 서있다가 포기하고 의자에 앉았다. 한달 이상을 걷지 못하다가 오늘 이렇게 걸어다니니 피곤이 몰려온다. 가만히 앉아서 천장을 올려보고 옆 기둥을 살펴보았다. 작은 모자이크 조각을 정교하게 맞추어서 성경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부가 이렇게 넘치고 넘쳤구나...성당 안에선 사진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도 없다. ㅠ 피곤한 몸을 잘 쉬어주고 나간다.
코레르 박물관에 들어서니 낯익은 얼굴이 맞아준다. 카이사르의 잘 생긴 얼굴.
베네치아 도제도 특이한 모자를 쓰고있다. 역대 도제들 사진이 즐비하다.
당시 베네치아인들 모습도 보인다.
이 그림은 사냥나간 남편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이라지.
강아지만이 몇 백년 세월동안 변하지 않았네.
왼쪽 개 위에 놓여있는게 다리미인가 했더니 '쵸핀'이다.
베네치아여인들이 즐겨 신던 구두. 높을수록 멋쟁이였다니.
가나의 혼인잔치를 그림으로.
'헤라클레스의 힘'. 베네치아인들이 축제 때 이렇게 놀았나보다.
앗! '쵸핀'이다. 저렇게나 높은걸 신었다니.
근처 자카리아 성당에 갔다. 골목 깊숙이 평화롭게 들어앉아 있다. 티치아노의 스승 조반니 벨리니의 <자카리아의 성모>를 보고 성모보다 정중앙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네... 동전을 기부하면 불이 들어와서 그림을 볼 수 있다. 비싼 그림이다.
벌써 오후 세 시... 성당 앞 우물가에 모여 앉아 젤라또를 먹는다. 사진을 보니 다들 기진맥진한 모습. 어제 도착해서 오늘 숨가쁘게 돌아다녔으니.. 게다가 사람들로 북적북적.. 시골에서 사람구경하기 힘들게 살다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젤라또를 먹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배 타고 바다 건너 마조레 성당에 가기로 했다.
자카리아 성당
벨리니, 자카리아의 성모, 1505년.
배를 타고 마조레 성당으로 건너갔다. 바다와 바닥이 거의 수평하다. 만조일 때는 물이 넘칠거 같다. 마조레 성당 안에는 소박하다. 휴우~ 다행이다. 오늘 본 것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인데다 몸 컨디션도 말이 아니기에. 성당 앞에 앉아서 바다 건너 마르코 광장 쪽을 바라보고 또 다른 두오모들도 눈에 담고 있다.
잠시 쉬었으니 성당 뒤쪽으로 가볼까. 왼쪽으로 돌아가니 요트 정박장이다. 수많은 요트들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더 걸어가니 건물이 나오고 'HUMAN'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건물안에 들어가니 유리공예품이 주르륵~ . 어디 한군데 가면 볼 것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유리공예품이 세련되고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야외에서도 전시하니 벤치에 앉아 감상. 다른 건물에는 현대화가 또 주르륵~ 걸려있다. 오늘은 과부하가 걸리겠군.
다시 본섬으로 돌아왔다. 대성당 종루에 오르려고 가다가 도저히 허리가 아파서 발을 뗄 수가 없다. 나는 이만 호텔로 돌아간다고 하니 다들 같이 돌아가겠다고. 다시 1번 바포를 타고 까무룩히 잠이 들었다. 배 안에는 퇴근하는 사람, 시장봐서 집에 돌아가는 사람, 이웃끼리 만나서 인사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현재 베네치아 인구는 6만여 명. 옛날 집에서 살아가려니 불편하고 배를 타고 다녀야하니 불편하고 관광객에 치여 불편할테지. 그대신 수입은 꽤 넉넉할 듯. 40여분 배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다. 저녁 먹으러 갈 힘도 없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누웠다. 베네치아인들의 삶을 엿본, 고단하지만 행복한,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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