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탈리아여행 5일) 피렌체로 가다

정인숙 2019. 9. 24. 03:39

2019년 9월 22일 일요일

 베네치아 골목길 투어 - 산마르크 광장 종루 - 수상택시 - 호텔 - 메스트레역 - 피렌체 산타노벨라역 - 숙소 체크인 - 노벨라 광장 - 베키오 다리


베네치아에서 마지막 날이다. 발가락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하면서 시작한 여행. 화상이 나아지니 걷기가 훨씬 나아졌다. 볼 것은 많고 몸을 따라주지 않고 ... 참으로 난감한 나날이었다. 얼굴에는 아직도 트러블이 심하다. 그나마 잠을 잘 자니 견뎌내는 것 같았다.



오늘은 마지막이니 골목길을 걸어서 산마르크 광장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삐아잘레 로마에서 하차하여 일단 리얄토 다리까지 걷고 거기서 배를 타든지 걷든지 몸 상태를 보아 결정하자...소운하를 따라 걷자니 집집이 꽃을 내다 걸었다. 작은 정원에 꽃을 가득 키우는 집도 보였다. 갯펄 위 땅을 다져서 만든 도시라 식물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을텐데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십여 분 걷다가 동네 성당에 들어가 앉아 베네치아에서의 나흘간을 되새겨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신이시여, 우리의 여행이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기원하며 촛불을 하나 켠다. 다시 걷는다. 아직 아침이라 리얄토 다리 근처가 번잡하지 않다.  베네치아가 번성하던 15, 6세기, 리얄토 다리에 동방에서 들여온 향신료가 산같이 쌓이고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진귀한  물건들이 아침마다 경매에 붙여졌다 한다.  베네치아인들의 모험심과 개방성이 이뤄낸 성과겠거니싶다. 어제도 가게마다 물건이 그득한 상가들로 북새통이었지만, 아직 상가들이 문을 열지 않아 골목길의 연장선 같다.



한 시간을 채 못걸어 산마르크 광장에 도착했다. 한산한 아침에 다시 와보니 산마르코 성당이 더 잘 보인다. 나폴레옹이 유럽 최고의 응접실이아고 극찬했다는 광장을 휘돌아 종루에 오르려고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루에 오르니 베네치아가 온통 주홍빛이다. <바다의 도시이야기>에서 시오노나나미가 한 '주홍빛 도시'란 말이 실감난다.



 '저기는 마조레 성당, 저기는 살루테 성당...' 하면서 도시를 짚어본다. 8세기에 건립하여 천년 동안 구가하던 번영의 도시, 베네치아. 몇백 년을 이모습 그대로 지켜낸 것이 새삼 감탄스럽다.  주홍빛과 푸른 바다..눈이 시원해지면서 편안한 빛깔이다. 점점이 배가 떠다니는 바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저 바다로 배를 몰고 나아가서 지중해 곳곳과 흑해까지 거점도시를 만들어 무역항을 만든 베네치아. 이 도시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가슴에 깊이 담는다.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코레르박물관 카페에 들러 잠시 쉬면서 창밖을 내다본다. '수상택시를 타고 산 루치아역으로 가서 메스트레 역에 내리자....' 수상택시는 대운하에서 소운하로 접어들어 15분만에 역앞에 내려 놓는다. 일반 수상버스로는 1시간여 걸리는데 돈을 쓰니 편안하게 구경하면서 빠르게 도착!



호텔에 가서 캐리어를 찾아 메스트레역으로 갔다.  오후 2시 넘어 출발하여 두 시간 정도 걸린다. 1등석에 편안히 앉아서 밖을 내다보다 잠깐 눈을 붙이다보니 피렌체 도착. 비는 내리고 역에 사람들로 혼잡하다.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하나.  구글지도를 보고  출구를 정해 나왔다. 비가 몹시 온다. '덜덜덜...' 가방을 끌고 돌길을 따라 갔는데 호텔이 나올만하건만 아니네... 이런~! 방향을 잘못 잡은데다 인터넷이 늦게 떠서 역을 빙 돌았네.

빗길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따라온 일행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델레나지오니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 호텔 앞이 역 출입구다. 나는 반대편 출입구로 나와 한바퀴를 돌은 것. 여기서 오박을 하니까 좀 나은 방을 주었거니 믿고.  5시 훌쩍 넘어 산타노벨라 성당을 찾아갔다. 불빛에 비친 성당이 참으로 예쁘다. 저 성당 안에 마사초가 그린 르네상스 최초의 그림이 있겠구나...광장을 둘러보고 베키오 다리까지 다녀오자고 결정.



 비오는 날, 그것도 첫 날 저녁에 그 먼데까지 가자고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걷고 또 걸으니 아르노강에 다다렀다. 다시 걸어서 베키오 다리에 도착. 여기도 다리에 상가가 집결해있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났던 다리. 어디쯤에서 베아트리체를 봤을까. 단테는 걸음이 딱 멈춰졌을까. 짝사랑으로 끝난 단테의 사랑. 베아트리체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병을 얻어 스물여덟 나이로 죽었다지.



집으로 돌아오다가 미슐랭 평점이 붙은 식당을 발견하였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깔끔하고 고급지다. 다들 음식에 대하여는 일가견이 있다. 초록색 올리브유가  신선하다, 발사믹은 최소 5년 이상은 발효되어야 한다... 등등 서양식 음식에 문외한인 나는 처음 알게된 음식 이야기를 듣기만한다.

나는 음식보다 어서 빨리 두오모를 보고싶은데... 오늘은 무리겠다싶다. 밥 먹으려면 두 시간은 걸릴테니...



오랜 소망이던 피렌체에 왔다. <냉정과 열정>의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도시, 미켈란젤로가 거닐던 도시... 내일부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기대감에 부풀어 잠들다.














베키오 다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