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4일 화요일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ㅡ 오페라 두오모뮤지엄( 기베르티 천국의 문, 피에타, 마리아 상) ㅡ 산 로렌조 성당 ㅡ 산 조반니 세례당 ㅡ 메디치 리카르디궁 ㅡ 점심 ㅡ 아카데미 미술관 ㅡ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ㅡ 산타마리아 노벨라 ㅡ 호텔-미켈란젤로언덕
오늘은 무조건 두오모다. 두오모를 향해서 출발~. 지나는 길에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다시 눈에 담았다. 아직 오픈 전이라, 마사초의 성삼위일체는 나중으로 미루고 고~. 골목 저 끝에 둥근 지붕이 보인다. 두오모닷! 가슴이 두근두근... <냉정과 열정>에서 쥰세이가 하루종일 서성인 곳. 영상으로 하도 많이 봐서 '그렇겠지 뭐' 했는데 압도적인 크기의 둥근 돔이 제 모습을 살짝 드러내놓으며 아름답게 다가온다. 마음은 급한데 패스 끊는 곳을 몰라 헤메고... 패스 대면 입장이 가능한줄 알았더니 다시 입장권을 끊어오랜다. 벌써 꽃의 성당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있다. 그 앞에 있는 산조반니 세례당에 먼저 가보자고 줄을 서서 성당을 올려보았다. 초록색, 흰색, 붉은 색 대리석이 일정한 문양으로 새겨져 햇빛에 반짝인다. 고개를 빼들고 위를 쳐댜볼 만큼 거대한 성당과 두오모.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마리아) 성당은 1287년에 착공한 거대한 성당이다. 90여 년을 성당 건축에 힘썼지만, 1377년에 돔공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되어 뚜껑을 덮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1417년 다시 공모. 브루넬레스키가 설계도도 없이 지원하여 공사를 맡게되었다. 건축신예인 브루넬레스키가 16년 걸쳐서 두오모를 완성한것이 1433년. 브루넬레스키는 돔 공사를 위해 고대로마 건축에서 답을 찾으려했다. 포로로마노를 뒤지며 다니고 판테온을 파헤치며 공부하여 마침내 거대한 돔을 올려 피렌체의 상징이 되었다.
오페라 두오모 뮤지엄에서 뮤지엄 패스를 보여주니 다시 입장권을 준다. 뭐가 이리 복잡하담? 여기부터 관람하기로 결정... 들어가보니 기베르티의 '천국의문' 진품이 여기에 있다. 거대한 청동문이 전시실 가운데에 꽉 차있다. 원래 산 조반니 세례당 북문과 동문에 있던 것을 세월이 흘러 부식이 되니 이곳으로 옮겨놓고 세례당에는 모사품을 달아놓았다. 관람하기엔 좋으나, 제자리에 있어야 더 멋질거 같다.
1401년. 산 조반니 세례당의 북문을 맡을 공모전에 기베르티와 브루넬리스키가 경쟁했다. '이삭의 희생'을 주제로 한 패널 크기로 조각하는 공모전에 기베르티가 1등. 브루넬리스키가 2등을 했다. 기베르티가 브루넬레스키에게 보조작업자로 일해달라고 청했지만, 브루넬레스키는 건축을 공부한다며 로마로 갔다. 절친이자 후배인 도나텔로와 함께.
그 후, 기베르티는 20년 걸려 청동문을 완성했다. 총 28개의 패널에 예수의 일생을 담았다. 청동문이 완성되자, 사람들은 환호했고 다시 동문을 부탁했다. 이번에는 28년이 걸렸다. 대형 1패널 10개에 구약성서 이야기를 담아 그 위에 금을 입혀서 더 밝고 화려해지고 조각도 더 섬세해졌다.
기베르티의 땀과 열정, 일생을 다 쏟아부은 청동문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조각에 이야기를 이어가면 더 실감날 듯 하다. 600년이 지났어도 변함없는 작품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상'.... 조각이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훔쳐갈까. 막달라마리아의 슬픔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고통이 배어나온다. 거칠게 빚어놓은 조각상이 슬픔 그자체인 듯하다.
돌아다니다 어느 방에 가서 발을 멈췄다. '훅~!' 숨이 멎을 듯 강열하다 '피에타'! 누구 작품인가 봤더니 미켈란젤로다. 예수를 받치고 있는 이가 미켈란젤로 자신이라는.. 조각이 사람보다 감정 표현을 더 잘하네... 조각에서 감정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그림보다 더 강렬하게 고통에 빠져든다.
산로레초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투박한 벽돌이 그대로 퇴색한 빛을 보여준다.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하고 파사드를 세우지 못한 성당. 그 앞 광장에 한 화가가 그림을 팔고 있다. 로렌초가 보면 감식가의 눈으로 후원을 할지 아닐지 판단할까... 로렌초는 어린 미켈란젤로가 조각하는 것을 보고 메디치 궁에서 함께 살며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도록 후원했다.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다리가 아파 쉬려고 했다가 돈을 받고 입장시키기에 '뭐가 있길래?' 벌떡 일어나 무조건 들어갔다. 미켈란젤로가 설게하고 건축한 곳. 열람실과 고문서를 구경하다. 어딜가나 메디치가의 문양이 있다. 특이한 계단 구경도 하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앞면 저 위에 브루넬레스키가 앉아있다는데... 너무 멀어서 찾아볼 수가 없다.
산 조반니 세례당 북문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
도나텔로의 '막달라마리아'조각상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80세에 조각한 작품이라서 그런가 절절함이 살아있다.
예수를 부축한 니고데모가 바로 미켈란젤로의 얼굴이라고.
산 로렌초성당. 두오모를 가운데에 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한산하다싶으면 들어간다. 패스가 있으니까. 이 건물도 브루넬레스키가 지었다.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이끈 든든한 후원자다. 은행업으로 최고의 가문을 이룬 코시모 데 메디치(1389 -1464년)는 검소한 생활과 겸손함으로 시민들과 측제를 즐기고 동서로 갈린 교회 세력을 하나로 합쳐 학문과 예술이 꽃피는 피렌체를 만들고자 소망했다.
그는 콘스탄티노플이 함락(1453년)되자 동방 교회를 탈출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플라톤 아카데미 학당을 세워 철학, 신학, 역사등 인문학이 융성하게 지원했다. 신의 세계만을 찬양하던 시기에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을 되살리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풍조를 일으킨 르네상스와 신인문주의를 도래하게끔 아낌없이 지원했다.
코시모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플라톤 아카데미의 운영규칙을 정할만큼 르네상스기의 진정한 조력자였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않게 소박하게 지었다는 에배당을 둘러보고 미켈란젤로가 지은 도서관, 메디치가 무덤도 둘러보았다. 그런데 , 도나텔로도 여기에 묻혀있네... 나중에 찾아보니 주군 코시모가 도나텔로의 시신을 옆에 매장해 달라고 유언으로 남겨 여기에 함께 묻혔다고.
메디치가 문장
메디치가 남자들과 코지모 1세의 부인과 아들 초상화
성 로렌초의 순교. 1569. 아그놀로 브론치노. 미켈란젤로의 근육을 닮은 사람들^^
산 조반니 세례당. 이탈리어어로 세례자 요한을 산 조반니로 부른다. 산 조반니 세례당은 천 년이 넘은 건물. 내부는 뻥 뚫린 단순한 구조이다. 천정을 올려다보자 금색의 모자이크화가 햇살에 빛난다. 십자가를 든 세례자요한 조각상이 우리를 내려다본다. 가만히 앉아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관람객들도 모두 조용히 살펴본다.
메디치가의 궁전 리카리디 궁에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브루넬레스키가 멋지고 거대하게 설계하였으나, 코지모는 미켈라초의 설계안을 채택했다. 검소한 생활방식 엿보며. 이 방 저방 둘러보다가 '동방박사의 행렬' 그림을 발견! 코지모, 로렌초, 피에르를 짚어본다.
손자 로렌초에게 앞길을 열어주는 할아버지 코지모.
두오모 근처 식당에서 점심 먹다. 이젠 요령이 생겨 간단한 샌드위치류를 시킨다. 거기에 스틸 워터 아니면 오렌지쥬스나 레몬쥬스. 샌드위치가 워낙 크니 든든하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간다. 패스가 있어서 바로 입장했다.
곳곳에서 성서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을 대하다보니 화가마다 색다르게 표현하여 재미를 준다. 조각은 살아 숨쉬어 조각을 보는 재미를 익혀가고. 낮 익은 브루넬레스키와 인사하고 마키아벨리도 보고...다비드에게로 날래게 다가갔다.
네 성인과 성모승천. 피에트로 페루기노. 1500.
잠볼로냐 '겁탈 당하는 사비니의 여인, 1579.
로마인들은 로마를 건국하고 여자가 부족하니까 인근 사비니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한 뒤, 여인들을 겁탈하여 로마인으로 만들었다.
수태고지. 뒤 배경이 풍경화.
팔레스트리나의 피에타. 피에타상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온다.
다비드상. 아래에서 볼 때 위가 작아지므로 미켈란젤로는 두상을 거대하게 조각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려고 입을 앙 다물고 눈에 힘을 주고 주먹에는 돌맹이를 쥐고 불끈 힘을 주는게 느껴진다. 조각이 살아숨쉰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뒤도 돌아가보고 한동안 넋놓고 쳐다보다.
골리앗은 어디에 있을까.
미켈란젤로 '노예시리즈' 중.
아르놀프 디 캄비오. 두오모를 디자인하다.
여기 계셨군요. 브루넬레스키. 자신이 세운 돔을 바라보고 있다고.
수태고지. '저요? 제가 왜?' 하는 표정이 재밌다.
이 수태고지에서는 '저 싫어요. 안할래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그림을 실컷 보고 두오모 광장근처로 갔다. 노천카페에 앉아 쉬면서 젤라또를 먹었다. 피오레 성당에 들어가는 줄이 휑하다. 얼른 들어가봐야지.... 성당 외관에 정신을 빼앗겨서인지 휙 돌아보고 잠깐 기도 올리고 나왔다. 어느 성당에 가도 밖의소란함과는 무관하게 조용해서 잠시 쉬기에 안성마춤이다. 고맙습니다. 마리아님~!
호텔에 가서 잠시 쉬려고 가는 길에 노벨라 성당에 들렀다.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를 보러.
마사초, 성 삼위일체, 1425~1428년. 평면을 4단계 입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원근법을 그림에 도입한 최초의 그림이다.
호텔에 들어가다가 중극식당에 들어갔다. 좀 이르다싶게 저녁을 먹었다. 마파두부, 밥, 김치, 청경채 볶음. 오랜만에 먹는 밥과 김치, 매콤하고 따뜻한 두부를 맛있게 먹었다. 호텔서 잠시 쉬고... 델레 호텔 로비에 쥬스와 크로와상이 준비되어 있어 얼마나 고맙던지. 물론, 커피와 레몬물, 뜨거운 물도 먹을 수 있다.
6시 반쯤, 버스를 타고 미켈렌젤로 언덕에 올라갔다. 저녁 햇살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피렌체. 중세의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 그 흔한 콘크리트 고층빌딩을 찾아볼 수 없는 곳. 평안과 고요를 선사하는구나. 낮은 건물들 사이에 두오모가 한가운데서 빛을 내며 중심을 잡아준다. 눈길은 이 도시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두오모를 늘 염두에 둔다. 오늘은 두오모를 가까이서 멀리서 내내 본 날이다.
시내가 어두워지고 하나 둘 불이 들어온다. 언덕을 내려와서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이 시뇨리아 광장과 연결된다. 우피치 미술관 앞이라 내일 관람 시간을 예약했다. 오늘도 내 머리는 꽉 찼다. 내 가슴에도 양껏 들어찼다. 천천히 보고 가자는 내 나름의 약속을 멀리 집어던졌으니 소화를 어찌 시켜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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