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6일, 목요일
베키오궁 ㅡ커피 ㅡ 바르젤로 미술관 ㅡ 갈릴레오 박물관 ㅡ 점심 ㅡ 산 크로체 성당 ㅡ 조토의 종탑 ㅡ 기차역
이른 시간에 베키오궁으로 갔다. 어제 시뇨리아 광장에 앉아 살피니 베키오궁 앞에 긴줄이 늘어서 있길래 서둘렀다. 한산한 궁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피티궁에 워낙 소장품이 많아서인지 여기는 쓰윽 둘러본다.
그 시절엔 데드마스크가 유행이었나보다. 코지모의 데드마스크를 메디치궁에서 보았는데 여기엔 단테의 데드마스크가 눈을 감고 인사한다. 지도의 방에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14, 15세기에 저런 지도를 만들었다니...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지금의 지도와는 다르게 그렸다. 둥근 지구에서 꼭 북반구는 위에, 남반구는 아래에 놓아야하는지... 지금과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서 혼란스럽지만 흥미롭다. 대동여지도를 무색케하는 방.
탑에 오르는 길에 철문으로 잠긴 작은 방들 어디에 코지모가 갇혀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그 당시는 교회의 힘이 막강하여 교황의 눈에 거스르면 실권을 잃는다. 메디치가의 은행에서 교회의 헌금을 관리하며 세력을 키웠으니 메디치가도 교황도 서로 힘 겨르기가 팽팽했다. 지금과 달리 교황이 자식도 있고 애인도 있고 사생아를 낳아 고아원에 밑기던 시기. 교황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고 친인척을 앞세워 주교나 추기경 시켰으니.
화려하게 꽃피던 르네상스는 로렌초의 죽음 이후 점차 시들어갔다. 거기에 화려한 그림과 조각이 하나님을 욕되게 한다며 금욕의 길로 가야한다며 설교하는 사보나롤라가 나타났다. 자식을 낳는 교황,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교회, 성직 매매 축재 등 교회의 치부를 공격하며 사람들을 현혹하던 사보나롤라가 갇혀있던 방도 여기 어디겠거니.
종탑에 올라가니 저기 두오모가 당당히 우아하게 서 있다. 조토의 종탑과 세례당은 그 앞에...붉은 지붕들 속에서 우리가 다녀온 곳들이 드러난다.
미켈란젤로 언덕이 저기 보이고 피티 궁은 저쪽, 산타 노벨라 성과 비슷한 산타 크로체 성당이 전면 파사드를 보이며 유혹한다. 다시 봐도 참 멋진 풍경. 이렇게 보존해준 피렌체 시민들이 새삼 대단하고 고맙다.
매표소 옆 뮤지엄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봄부터 커피를 마시지 못했는데 여행하다보니 하루에 한 잔을 꼭 마시게된다. 맛도 좋고 각성제 역할도 하고 다리도 쉴겸. 맛있는 커피...작은 카페라 그런가 자릿세를 받지 않아 기분도 개운하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바로 바르젤로 국립미술관이 나온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이 현수막이 벽에 걸려져있어 쉽게 찾았다. 여기는 조각을 모아놓았다더니 입구부터 조각상이 쏟아진다. 꽤나 넓은 방을 번호를 따라 이리저리 살피다보면 사람들이 몰려있거나,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작품이 있다. 여기에도 한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있다. 바로 세례당 청동문을 공모했던 '이삭의 희생' 청동조각상이다. 브루넬레스키가 역동적으로 묘사했는데 비해 기베르티는 안정적으로 사람을 부각시켰네... 참신성에서는 브루가 앞서가고 당시 풍조에는 기베르티가 적합하게 보인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은 모자를 써서 그런가 싸움에 어울리지않는 미소년에다가 표정도 온화하다. 외유내강? 이 방엔 도나텔로 작품이 많다. 막달라마리아에서 받은 인상이 강해서인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노벨라성당의 예수상도 도나텔로였지. 두 시간 동안을 거닐다 중정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다. 베네치아에서도 피렌체에서도 건축물 마당에는 우물이 있다. 지하수를 고이게 하여 식수로 사용하였겠지.
산 크로체 성당에 가는 길에 갈릴레오 박물관에 들렀다. 패스로 들어갈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간단히 보고 나오자고 들어갔어도 사람을 지치게 할만큼 볼 것이 많아서 문제지만.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 - 1642). 파도바대학 교수로 있을 때 우리가 간 카페 페드라르키에 자주 갔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들어섰다. 정교한 천문 측정도구들과 과학기계들에 화들짝 놀라고 나왔다.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기계들..
산타 크로체 성당 근처에서 빠니니를 먹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부인 둘이 활짝 웃으며 맞아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인 작은 가게 한쪽에서 음악을 들으며 맛있게 먹는다. 이탈리아 가게들은 겉은 허술해보여도 들어가면 벽면에 그림은 기본이고 감각이 뛰어난 인테리어로 구경할게 많다.
산타 크로체 성당 앞 광장에 사람들로 소란하다. 외관이 흰색과 녹색의 대리석으로 치장되었고 저 높이 다윗의 별이 있다. 관람선을 따라 가니 프레스코화가 연이어 나온다. 지하에 있는 박물관은 놓치기 쉬워 잠시 헤멨다. 큰 성당에는 예배당이 부속으로 딸려있어서 경쟁적으로 그림과 조각품으로 치장을 하니 사전 지식없이 들어가면 눈에만 담고 끝~! 여기도 나중에 검색해보니 조토의 프레스코화였다는...
성당 내에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오, 마키아벨리의 무덥을 하나하나 찾아본다. 어떻게 천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까.
해가 뉘엿뉘엿 들어갈 시간이다. 지친 몸을 젤라또로 달래주고... 두오모쪽으로 서두른다. 어제 놓친 두오모에 오를 수 있을지 ... 친구는 조토의 종탑으로 가고 나는 두오모 뮤지엄에 가서 알아보니 예약시간을 놓치면 다시 입장권을 구입해야한다네. 게다가 오늘은 마감되었다고... 흥!칫! 뿡!이다...
빠르게 조토의 종탑쪽으로 걸어가서 친구와 합세했다. 사람들 발걸음에 좁은 계단 가운데가 패었다. 땀을 훔치며 오르니 바로 옆에 두오모가 가까이 보인다. 바로 볼 수 있으니 가슴이 뛴다. 피렌체에서는 브루넬레스키를 옆에 끼고 다녀야하는군. 산타 크로체 성당, 베키오궁, 바르젤로 미술관... 오늘 다녀본 곳이 석양에 보석처럼 빛난다.
베키오 궁 벽화를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가 그릴 계획이었으나, 미켈란젤로는 로마로, 다 빈치는 밀라노로 떠나서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햇다.
단테의 데드마스크
지도의 방
바르젤로 미술관
도나텔로. 다비드.
'이삭의 희생' 공모작.
갈릴레오 갈릴레이
최초의 망원경
산타크로체 성당
조토. 성 프란체스코 장례식, 1325
미켈란젤로 무덤
갈릴레오 무덤.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쳐다보는 조각상을 보고 바로 눈치챔.
단테의 무덤
산타 크로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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