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경기도 화성.
수로 안에 여자가 죽어있다.
'아~! 그때가 86년이었구나.' 영화를 보며 내 머릿속은 86년으로 돌아갔다. 만원버를 갈아타며 바삐 퇴근하여 집안일을 대충 끝내고는 아이를 업고 서성이던 밤. 남편은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오곤 했던 나날들. 뒤숭숭한 시절, 젊은 부부는 아이를 키우며 무사히 보낸 하루에 감사했었지.
일련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수사팀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좀처럼 잡히지않는 꼬리, 흔적. 범인은 그야말로 발과 머리로만 뛰는 형사들을 갖고 놀았다.
그사이에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가 라디어에서 흘러나오는 비오는 밤에 살인이 또 일어난다. 경찰서장은 사건을 몇 번 당하고 전면적으로 매복을 하려했으나, 전경이 모두 수원에서 일어난 시위를 막으러 갔다고 전한다. 이런~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치다니.
'경찰이 시민의 안전보다 정권유지가 더 당면한 과제인 슬프고도 아픈 시대를 우리는 걸어왔구나.'
고졸인 형사는 용의자들에게 무차별한 폭력으로 자신의 컴플렉스를 해소한다. '그래~ 그땐 그랬어. 모두 조심하며 살았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도 어수선하고... 86년 전두환 정권아래서 일어난 성고문 사건을 보면서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시절을 지나왔는지 ..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 오르는데 우리 모두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삼 느껴진다.
다시 봐도 사건에 푹 빠져들었던 영화, 주연과 조연배우들이 그때나 지금도 여전히 연기를 잘해주어 고마운 영화였다.
다만, 음향이 정확치가 않아 자꾸만 내 귀를 의심케 해서 조금 피곤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