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 앨리스

정인숙 2019. 7. 24. 09:10

 

Still, Elice 2014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육체도 정신도 온전히 '나'이어야지 '나'이겠지.

 

앨리스는 갓 오십대에 접어들었다. 장성한 세 아이 모두 자기 길을 가고 있고 남편은 앨리스를 이세상 최고로 아름답고 지적이라며 칭송하니 어느모로나 안정적으로 살아간다. 무엇보다도 누구나 부러워할 자신만의 일, 콜럼비아대 언어학 교수로 강의도, 연구도 열정적으로 하면서 자긍심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어휘가 생각이 안나고 조깅하다가 길을 잃고 아들 여친 이름을 두번씩이나 물으면서 자신이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진찰결과 조발성 알츠하이머.

 

앨리스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병에 다가갈수록 오늘 이시간이 내가 할 수있는 마지막 시간이라 깨닫고 최선을 다해 가족들과 보내고 알츠하이머 환자들 앞에서 강연도 한다. 희한하게도 앨리스에게는 분노하는 모습이 없다. 치매환자들은 전두엽과 후두엽 해마가 죽어서 감정조절이 잘 안될터인데.

 

앨리스가 앨리스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앨리스가 자각이 있을 때 뿐일까. 앨리스가 기억이 없이 매일 새롭게 살아도 직전의 기억을 잃어도 앨리스는 앨리스인걸.

 

영화에서는 막내 딸이 엄마를 돌보는걸로 나온다. 한국인의 시각으론 과도한 애정과 신뢰를 주던 남편이 자신의 일이 중하다며 LA로 떠난다. 앎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그에게 실망하지만, 현실 대다수가 그런걸 어쩌랴. 서양인들은 바로 현재에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인지도..

 

일을 못하고 쓸모가 없고 기억도 없고.. 지금까지는 돌보는 사람으로서 나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당사자일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문득 다가온다.

 

나에게 닥치면 그땐 내 일이 아니겠지. 다만, 내 가족에게 닥쳤을 때 온전히 받아들이자. 고치려고도, 알려주려고도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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