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

정인숙 2019. 5. 29. 14:55

 

충분히 백인이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이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이지도 않고

난 뭐죠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산꼭대기 캐슬에 홀로 외롭게 산다고 공격당하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절규한다.

 

걸음마 뗄 때부터 피아노를 쳐 레닌그라드 음악학교를 나오고 명연주자로 연주여행을 다니는 남자, 돈 셜리. 이태리 이민자로 뉴욕 브롱스가에서 부모, 동생, 처가와 어우러져 사는 토니 발레링가. 이들이 떠나는 남부 연주여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여행을 떠나기 전, 토니는 계약금 50%와 그린북을 받았다. 흑인이 남부에서 갈 수 있는 숙소와 식당 등을 정리해놓은 그린북. 저런 책자까지 있을 정도였다니. 1962년 미국남부에서는 흑인은 버스도 식당도 호텔도 화장실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심지어 흑인통행금지구역과 통금 시간까지 있었다.

 

둘은 만나면서부터 경계하고 각자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지만, 하루하루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이해하게된다. 토니는 거친 삶이 다듬어지고 셜리는 마음을 열어 점차 사람들 속에 섞이고 웃음이 환해진다.

 

버밍햄에서 마지막 공연만 하면 토니는 수당을 100% 받고 셜리박사는 성공리에 연주여행을 마칠 수 있으련만. 이들은 돈 대신 차별을 걷어찼다. 더이상 이런 차별을 계속 예의바르게 감수하는게 부당해서 그들은 'NO'를 택한다.

 

토니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려 애썼지만, 악천후로 고군분투. 약속을 지키게끔 도와주는 셜리. 토니의 아내, 돌로레스는 편지쓰기를 지도해 준 셜리에게 감사해한다. 정신세계가 부쩍 커버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리라.

 

차별을 극복해나가는 또 다른 방법, 예의를 알려준 셜리와 외로움을 떨치는 용기를 알려준 토니는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전파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과 연대하여 힘을 얻는거만큼 기분좋은 일이 또 있으랴.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우리 안에 차별을 뒤돌아보게 하는 영화.

돈으로 차별하고, 출신지역을 차별하고,

이주민들을 차별하고..

 

무엇보다도 피아노 위에서 현란하게 노니는 긴 검은 손가락에 마음을 빼았겼다. 또 셜리박사의 몸가짐이 어디서나 당당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도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다녀야지하는 마음이 생기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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