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없이 살아온게 신기할 정도로 엄마의 체취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딸, 라이문다.
그녀는 동생쏠레와 딸 파울라와 함께 엄마 묘소에 가서 신나게 닦아내고 꽃을 꽂고 돌아온다. 엄마를 제일 아끼면서도 사춘기 이후 거리를 두고 살았기 때문일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마드리드에서 꽤 떨어진 바람많이 부는 마을. 라이문다 자매는 이곳에서 4년전 화재로 부모님을 다 잃고 이모만이 홀로 살고 계신다. 이모는 치매로 병환이 깊어도 이상하리만치 빵도 예전과 다름없이 만들어내고 집안 살림을 잘해낸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모가 동생인 라이문다의 어머니와 같이 산다고 말해도 죽어서 유령이 되어 돌아왔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모두가 사실이었다. 엄마는 딸의 상처를 보듬으려고 딸을 성폭행한 남편과 애인이 있는 집을 바람많이 부는 날 불을 내어 죽이고 이 집에 숨어 살면서 늘 딸을 돌봐온거다.
게다가 파울라도 아빠한테 성폭행 당할뻔했으니.
라이문다가 딸을 성폭행하려다 살해된 남편을 처리하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이면서도 손에 땀나게 한다. 스페인은 예전 이슬람 영향때문인지 아직도 가정내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들었다. 스페인의 골목을 걷다보면 집집이 정성스레 가꾸어 늘어뜨린 꽃이 그집 안주인의 살림솜씨를 드러내는거라 더 열심히 가꾼다하니.
라이문다는 무능력하고 알콜에 절어 살면서 딸을 넘본 남편을 처리하고 딸에게 용기를 준다. 자신이 겪은 상처를 대물림시키지 않으려고 더 용감해졌으리라.
만화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매혹적인 페네로페 크루즈(라이문도역)의 눈망울을 쫒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들어가는 영화.
엄마와 딸들과의 끈끈한 애정을 보면서 평생 자식들에게 헌신하신 내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영화.
그런데...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오랫동안 병상에 계신 엄마가 아니라 영화속 어머니처럼 나를 위해 살아가는 엄마를 꿈꾸고 있어 화들짝! 자식은 참 이기적이구나...
영화가 끝나자 마음이 개운해졌다. 씩씩하고 독립적인 삶을 당당히 살아내가는 네 여자가 흐뭇하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