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

정인숙 2019. 3. 27. 20:24

 

'No means No.'

'No'는 'No'다. No를 왜 Yes로 받아들이는가.

왜 학교당국과 경찰은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말썽쟁이 취급하는가.

 

헌팅그라운드는 어디인가. 미국내 대학신입생 여자의 16%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충격이다. 명문으로 일컫는 하바드, 브라운, 예일, 콜럼비아, 죤 홉킨스, 카네기 멜런, 버클리, 스탠퍼드, 노스 캐롤라이나 등 수없이 많은 대학에서 은밀히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한다. 카톨릭 명문인 노트르담 유니버시티도 예외가 아니다.  남학생의 8%가 전체 성폭력의 90%를 저지른다는 무서운 사실.


성폭력을 행한 한 남학생이 고백한다. 한 여학생을 목표로 친구들과 계획적으로 성폭행하고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끝까지 발뺌하면 무협의로 풀려난다고.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더 당당하게 성폭력을 일삼는다. 운동선수 한 명은 학교와 지역사회에 부를 가져오는 원천이기에 모두가 그를 감싸준다.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일에 카메라를 들이대보니 가해자는 물론 대학총장, 총장보다 더 권력자인 코치, 동문인 경찰, 주민들 심지어 같은 여학생들도 가해자를 두둔한다. '너가 잘못이다. 조용히 있어라. 너도 좋아서 하지 않았느냐'고.


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던 대학내 기부정책도 이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폭력의 원천지인 사교클럽을 운영하여 다시 돈을 거둬들이는 구조라니. 다들 인두겁을 뒤집어 쓴 욕심사나운 무리들일뿐이다.   


영화를 보는 90여 분 내내  몹시 불편해진다. 한숨이 나고 분노하게 된다. 미국의 현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니 어찌할건가. 대학 신입생 OT에 함께 보고 토론하면 참 좋겠다싶다. 청소년기에도 꼭, 반복해서, 심각하게 가르쳐야할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해주는 심성을 키워야하니까 말이다.


다행이도 미국의 여학생들은 용감하게 피켓을 들었다. Safe Walk . . 평범한 일상을 파괴한 폭력과 파렴치함을 어떻게 깨부술지 행동으로 나섰다. 학생들은 실태를 조사하고 용감하게 피해사실을 상세하게 말하고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는 어떻게 부당하게 대우 받았는지 미디어로 내보낸다.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어떡하나가 무겁게 다가온다.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사람들은 묻고 또 묻는다. 피해여학생이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심이 엄습하는데 무슨 말이 나오느냐고 울먹인다. '아! 저런거구나. 그래서 반항을 할 수가 없었던 것구나'


영화가 끝난 뒤, 적은 인원임에도 소극장이 가득 찰만큼 의견이 오갔다. 봄을 맞아 나물밥을 먹으면서도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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