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4 (목)
벨빌공원 - 뷧쇼몽 공원 - 페르라쉐즈 묘지 - 얀셀름 키퍼 - 마레지구 화랑 - 에펠탑 야경
오늘은 명옥작가님이 안내해 주신다했다. 현대미술의 세계로~~
피레네역에서 9시에 만나기로 약속... 일산샘 두 분은 오페라가르니에에 가시고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동행이다. 오늘은 줄줄줄 따라다니며 구경만 할 생각에 몸도 마음도 가볍다. 일일이 찾아다니는게 재미와 스릴을 주지만, 성가시기도 하다. 그리고 잘 못찾을 때의 막막함이란...
날씨도 우릴 반기 듯 상쾌하다.
20구 지역으로 들어섰다. 명옥샘이 에디뜨 피아프가 머물던 집이라고 알려준다. 그녀의 사랑과 삶이 울려퍼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가 살던 집을 올려다본다. 골목을 이어서 좀더 올라가니 파리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북쪽 언덕 위를 공원으로 만들어서 누구나 쉬며 파리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었구나... 벨빌공원은 비탈길을 그대로 살려 넓지않아도 정성이 돋보이고 아기자기하다. 여기도 작은 포도밭을 만들어 이 일대가 포도밭이었음을 알려준다. 갖가지 꽃과 나무들로 우거진 숲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탄성을 자아낸다.
이번에는 뷧쇼몽(Buttes Chaumont Park)공원으로 갔다. 이렇게 넓은 자연공원이 있다는게 놀랍다. 마로니에 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얼마나 오래된 고목들일까. Buttes이 언덕이라는 뜻이란다. 오스만 남작이 한창 도시 조경을 주도하던 시절, 채석장과 쓰레기 처리장이던 이 곳을 건축가 돌프 알팡이 설계하여 4년여 공사끝에 조성되었다고.
이제 막 꽃이 지는 마로니에 나무가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목이다. 이런 나무들로 울창한 숲. 그 아래서 조깅을 하거나 산책하는 시민들. 여기는 관광지에서 많이 떨어져 그런가. 거의 파리시민들이고 관광객은 마주치지도 않는다. 비밀의 숲에 우리가 온 듯.. 짙은 녹음아래 싱싱한 기운을 받으며 씩씩하게 걷는다. 채석장 터도 남아있고 공원의 예전 사진을 보며 지금의 모습을 찾아본다.
숲길을 오르내리며 걷다보니 눈앞에 호수가 나타났다. 인공호수를 조성하여 또 하나의 쉼터로 만들었다. 호수 가운데에는 섬이 있고 그 위에는 벨베데레...호숫가 그늘아래 오리도 노닐고 사람들도 쉬고 있다. 우리도 편안히 앉아서 호수를 바라본다.
페르 라쉐즈 묘지에 도착. 파리시민들 백만여 명이 묻혀있다는 거대한 묘지공원. 몰리에르, 쇼팽, 에디뜨 피아프, 프루스트, 짐 모리슨, 나다르, 발자크, 모딜리아니, 이사도라던컨 등 유명인이 묻혀 있는 곳. 각자 가고픈 묘지를 정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쇼팽부터. 고목들 사이에 이끼낀 무덤돌이 가득하다. 몽마르뜨에서처럼 무덤번호가 없으니 어떻게 찾는담... 구글맵도 제자리 뱅뱅~.
결국 명옥샘이 프랑스인 관리인에게 물어서 찾게 되었다. 30여 분 동안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보고 무덤 사이로 서로 위치 확인하느라 지쳐있다. 쇼팽의 묘지 근처에서 명옥샘이 친구를 발견했다. 화가 아르망... 쇼팽보다 더 눈길을 두었던 묘지다. 다른 묘지는 포기~~
얀셀름 키퍼 전시장에 왔다. 버스를 타고 전철로 환승.. 내려서도 한참을 걸었다. 시간은 벌써 한 낮으로 흐른다. 우리를 안내하는 한샘은 별로 지치지도 않고 가뿐하게 걸으며 안내해주신다.... 저 건강함은 어디서 오는걸까. 동갑 또래로 배울 점이 많다. 끊임없는 노력,, 묻어나오는 자신감,,, 드러내지않는 겸손함...
나뭇가지 사이로 전시장 안내판이 보인다. 외곽에 공장이었던 곳을 갤러리로 개조하여 전시를 한다. 공장 외관을 그대로 남겨두어 심플하게 바꾸고 흰색으로 칠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벽면에 작품들이 걸려있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들... 저게 주재료가 무엇이지? 물감이 아닌 낯선 재료로 두텁게 칠해져 있다. 주제보다 먼저 색채와 재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상상해본다.
납과 콜타르를 주재료로 그린 대작들.. 멀리서 보면 풍경이 드러난다. 이 작가는 독일 사람으로 독일의 역사와 문화, 특히 나치시대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비극을 표현했다는데... 저 뱀은 무얼까... 두터운 콜타르를 반쯤 걷어내어 표현한 것은 무얼까. 특이한 재료를 사용한 거대한 그림에 압도당해 그냥 '아~~!' 소리만 나온다.
미술관을 나오면 마당. 맞은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엇다. 미술관맘큼이나 깔끔한 마당과 식당. 요기를 하고 다시 기운을 얻었으니 마레지구로 출발~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갤러리가 나온다. 아하~ 파사주라고 하는거구나. 이배작가의 숯 작품이다. 하얀 벽면을 배경으로 숯으로 세모, 네모, 추상기호 등을 표현하였다. 내 눈에도 동양작가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기메박물관에서 전시를 했던 이 분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게 늘 고민이엇을까. 동양적인 색채, 검은 숯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오래된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 또 연결되는 갤러리.. 건물의 깊이만큼이나 그림의 깊이가 더해진다. 나의 심미안과 내면도 그만큼 깊어졌을까 ...
갤러리들이 문닫을 시간까지 들락날락 여러 갤러리, 여러가지 작품을 보고 다녔다. 현대미술을 돌아보니 단순하게 툭 떨어져 표현한 것이 아니라, 지금껏 보아온 그림의 전통이 쌓인데다 작가들의 상상력 .. 형상, 색채, 재료 등...이 활짝 펼쳐져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예술이 생활화된 파리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그래서 전세계에서 여기로 몰려온다는 것도.
또한, 오래된 건물 안을 리모델링하여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지혜로움을 엿보았다. 여러군데를 다녀도 똑같은 곳은 하나도 없다. 전시장을 오르는 갖가지 계단도 특이하다. 요란하지않은 세련됨, 오랜 세월을 끌어안은 현대적인 간결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리퍼블리끄 광장 근처로 갔다. 공원 한가운데에 공장같은 건물을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하여사용한다고. 한샘도 여기서 전시를 했다고 한다. 주변 옛 건물들의 분위기를 살리며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현대작가들의 갤러리. 근처 일식집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갔다.
에펠탑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흥겨운 음악속에 강남스타일도 들린다. 11시 정각에 에펠탑이 휘황찬란해진다. 반짝반짝~~ 환호성속에 파리의 어둠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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