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2 (화)
옹플뢰르 ㅡ 몽생미쉘 ㅡ 생 말로
몽생미쉘 야경을 보러간다. 파리에서 500여 킬로 떨어진 곳, 게다가 해가 10시 넘어 저무니 11시는 되어야 야경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출발은 오전 10시.
날씨가 참 좋다. 이번 가이드도 노르망디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드물다는데 복받으셨다고 한다. 두 번의 노르망디 나들이 내내 화창~.
차장을 내다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기원전 프랑스의 역사부터 짚어가는 해박함. 종교와 왕권과의 파워게임을 쉽게 설명해준다. 카노사의 굴욕,,, 아비뇽 시대..유럽의 봉건제... 노르망디에 정착한 바이킹족...끝이 없이 이어지는 이 땅의 역사이야기가 흥미롭다. 가이드가 역사이야기를 이리저리 어찌나 연결을 잘하는지 혀를 내두르다. 유로자전거나라 지식가이드라는 말을 실감한다..
옹플뢰르 도착. 버스에서 내려 잠시 모였다가 이동하려는 순간, 퍽~! 에그머니나... 김선생님이 넘어지셨다.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지셔서 일어나지를 못하신다. 잠시 후, 살펴보니 뼈에는 이상없는 듯.. 얼굴에 타박상이 심하다. 약국을 찾아가려는데 가이드가 다녀오겠다고 한다. 우리들은 항구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라고하며... 가이드가 얼음을 구해다주어 냉찜질하시는 김샘. 무척 아프시고 얼얼하실텐데... 그나마 저 정도라 다행이다라고 토닥토닥~.
요트가 떠있고 알록달록한 건물들로 둘러싼 항구에서 비릿한 내음이 난다. 대서양이 연결되는 바다.. 해적선이라 불리던 바이킹족의 배. 15세기에 지어진 교회에 들어선다. 돌로 만들어진 단단한 교회 안이 소박하면서도 성스런 기운이 서린다. 기념품과 블랑제리점이 즐비한골목을 다 돌아보고 타르트를 입에 넣으며 항구를 바라보다.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맛~.
몽생미쉘 도착. 2년 전에 여기에 왔을 때는 꽤나 바람이 심했다. 3월초라 그야말로 바닷가에 수도원만 달랑 있던걸로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는 완연한 봄날씨를 품은 몽생미쉘이 보고 싶었다.
8세기에 주교 오베르의 꿈에 미카엘 대천사가 나타나 이곳에 수도원을 지으라 명명. 수도원 꼭대기에는 미카엘 대천사가 황금빛을 내며 지키고 있다.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니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 양식등 세월이 지나면서 증,개축이 이어졋다. 가이드가 곳곳을 짚어가며 설명해주니 마치 수도원 탐색전에 나선거 같다. 돌로 된 건물이라 지금 기온에도 서늘하니 겨울에는 상당히 추웠을텐데...
이곳에서 기도와 노동으로 살아갔을 수도사들을 떠올리며 기도실과 식당, 주방등을 더듬어간다. 제단 바로 아래층 방에 들어가니 이곳이 필경하던 방이라 한다. 이곳만 손이 얼지않게 난방을 했다고... 수도사들이 추위를 감내하느라 머리까지 망또를 뒤집어쓰고 성경을 필사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들은 평생 고독했을까..마음의 평안을 얻었을까...궁금해하며.
투어가 끝나고 갯벌이 이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다. 끝이 없는 갯벌. 우리동네 서해안은 눈을 들면 저 앞에 섬이 보이고 산이 보이는데 여기는 수평선이 아스라하다. 단단한 돌집을 이리저리 돌아나와 그런가 숨통이 터지는 느낌이다.
생말로에 가다. 몽생미쉘에서 한 시간 거리. 예전에 생말로 성벽길이 참 좋아서 다시 가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다 걷지는 못하고 돌아나왔다. 예전에는 가게마다 불빛이 현란하고 마을사람과 관광객 뒤섞여 사람도 많았는데 오늘은 스산하다. 성안 집들도 조용하고 ...작은 꽃들만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벌써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저녁도 먹어야하니... 햄버거를 쥐고 바닷가에 앉다. 므뉴로 시켰더니 햄버거도 큰데다 감자튀김까지 가득이다. 아깝지만, 다 못먹고 남겼다. 저녁 어스름이 지자 쌀쌀해진다.
다시 몽생미쉘로 이동. 바닷가에 안개가 몰려온다. 옅은 안개속에서 저멀리 불이 들어온다. 열시부터 한시간 가량 어두워지는 몽생미쉘 수도원을 바라보았다. 오른편 하늘에는 비너스가 반짝인다. 저 모습을 보려고 참 멀리서 달려왔구나...수도원의 몽환적인 불빛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툭툭 튀어나올거 같다. 천 년을 넘게 견뎌왔으니 바닷물과 추위와 바람에도 내내 굳건히 견디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위안을 주길 바라며 자리를 뜬다.
11시 좀 넘어 다시 파리로 출발. 새벽 세 시경에 도착 예정이다. 졸다 깨다 반복하며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았다. 개선문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니 세 시가 넘었다. 파리시내가 고요하다. 불빛만 빛나는 센강가를 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세 시 반이다. 무사히 다녀왔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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