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파리여행 ㅡ Day9, 지베르니 투어

정인숙 2018. 6. 10. 10:31

2018. 5. 19 토

 

지베르니 ㅡ 에트르타 ㅡ 루앙

 

오늘은 지베르니로 투어 가는 날. 7시 전에 숙소를 나서서 만남 장소로 고고~~! 사람이 덜 붐비는 북쪽으로 전철을 타고.. 처음가는 길에다가 인적도 드물어 살짝 불안해지다. 불안해질수록 당당하게~~ 인상좋고 잘생긴 프랑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개선문 간다고 !! 구글맵으로 찾고 묻기로 확인~

 

개선문 출구로 나가니 인상좋은 가이드가 안내한다.  이번 여행에서 유로자전거나라에 투어 두 개를 신청했다. 마침 프로모션 진행중이라 할인까지 받았으니 운이 따르나^^.  교외로 나와보면 프랑스 땅이 한없이 넓다는걸 실감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이 낯설다.  초록빛 밀밭이 드넓게이 펼쳐진다.  마을에 들어서면 예쁜 집과 싱싱하고 정갈한 그 집 마당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이드가 모네의 그림을 계속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사이 두어 시간이 후딱 흘러갔다.


아침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지베르니... 각종 꽃들이 어우러지고 잘 관리받은 나무에서는 초록이 뿜어져나온다. 모네가 죽은 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지베르니 집과 정원을 모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이렇게 복원시켜놓았다나.


오르세 미술관에 걸려있는 모네의 작품 중에 죽어가는 까미유가 떠오른다. 아르장퇴유에서 그린 그림에 수없이 나오는 까미유와 아들 장.. 까미유가 죽은 후, 모네는 알리스와 재혼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는 그가 그토록 탐색했던 색채를 관찰하고 그려나갔다. 꽃은 아침 햇살을 받아 저녁 황혼이 깃들기까지 색채 변화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 평생을 정원을 가꾸고 정원을 그리고 ... 말년에 백내장이 심해져 수술을 받았으나 색채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당시 의술로는 수정체를 복원할 수가 없어 빛의 굴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 뒤 모네는 노란색이 가미된 안경을 써서 파란색이 지나치게 생생하게 보이는 것을 보완했다니.. 이때 작업한 그림이 수련 연작 8점. 바로 오랑주리미술관에서 나의 피곤함을 달래주던 그림이다.  '아~~!' 소리와 함께 땅으로 꺼져가던 피로가  순식간에 달아나버렸으니.


모네의 정원에서 꽃들이 어우러져서 갖가지 색깔을 보여준다. 보통 정원에 꽃들이 한 종류로 무더기 피어있는거와 달리 붓꽃, 물망초, 디기탈리스, 으아리, 안개꽃, 개양귀비, 장미...등이 한 개씩 섞여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화단을 보노라니 우리집 마당을 거쳐간 수 많은 꽃들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맞아~, 얘도 있었고 쟤도 있었고... 이름도 잊혀진 꽃들.. 다년생이 아닌 꽃들은 모종을 내야 예쁘고 싱싱하게 피어나는구나 깨닫고.. 여기 꽃들은 색깔 맞추어서 심었나보다. 다년생 꽃나무들에 어울리게 일년생꽃들을 주변에 심었다. 이 넓은 정원에 잡초라고는 없으니..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모네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림을 찾고 빛을 찾고 색채를 감상한다. 그리고 온 몸에 휘감기는 색채와 향기에 취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아름다운 천국에서 모네의 그림을 찾기보다  그냥 감탄만 할뿐, 아침의 청초함과 싱그러움을 담은 정원을 눈에 담고 아쉬움을 안은 채 떠난다. 노르망디 지역은 연중 비오는 날이 300일이 넘는다는데 날씨가 화창하다. 아침 찬기운도 가셔서 점차 따뜻해지고.


에트르타 도착!  바닷가로 나간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이 앞다투어 그렸던 에트르타 바닷가.  하얀 모래에 조약돌 구르는 소리가 좌르륵 들린다. 언덕에 자리잡고 앉아 점심을 먹으며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앞쪽 코끼리 바위, 뒤쪽 아기 코끼리 바위를 바라보다. 점심은 빵과 삶은 감자, 삶은 달걀, 자두, 사과 등.. 든든하고 속이 편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다. 날마다 백팩에 지니고 다니면 좋지만,  무거워서 그리 할 수가 없다.


잔잔한 꽃들로 덮힌 언덕을 거닐다. 바람이 부드럽고 햇살은 따뜻하다. 풀밭에 누워서 해바라기하는 사람들... 나도 따라 누웠다. 하늘이 다가온다. 편안하다.


루앙에 갔다. 루앙성당은 하얀 빛으로 빛난다. 모네는 날마다 루앙 성당 벽에 비치는 햇살을 쫓아 성당을 그렸다. 오르세미술관에 걸려있던 루앙 성당 그림들이 떠오른다.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성당에 드리워져 있었다.  성당이 잘 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그렇게 표현했는지 모네의 시선을 닮고자  성당을 한동안 올려다본다.


커피가 온몸에 따뜻하게 퍼져간다. 모네를 쫓아 다닌 오늘. 그의 일관된 노력 덕택으로  행복해졌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