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1(월)
샤크레쾨르 성당 - 몽마르뜨지역 돌아다니기 - 바또무슈 타기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상쾌한 하루. 간밤에 소나기가 쏟아지며 더위를 식혔다. 이 나라는 수시로 비가 뿌리지만, 장마처럼 온종일 내리는게 아니라, 후두둑 쏟아지고는 다시 말끔해진다. 작심하고 거리의 먼지를 청소하려는 듯.
호텔을 옮기고 아침식사를 방에서 준비했다. 작은 쿠커에 달걀을 삶고 누룽지를 끓이고.. 과일과 커피 등. 한국에서부터 각자 짊어지고 온 부식이 이제 거의 떨어져간다. 평소 1년 동안 먹을 라면을 여기와서 다 먹은 듯하다.
한기가 으스스 드는 날에는 뜨끈한 국물이 그립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니 국물 생각이 절로 난다. 들어오는 길에 모노프리에서 채소, 달걀, 햄, 과일, 빵 등 장을 봐와서 갖고 온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는다. 여기 소고기는 언제 먹어보나....
아베스 역에 내렸다. 출구를 못찾아 헤메이다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곳을 따라가 빙글빙글 돌아 나온다. 지하가 꽤 깊은 역. 아방가르드 양식의 멋진 역사라는데 ... 화려함의 절정을 보고 다녔으니 다들 시큰둥. 벌써 지쳐서 쿠니쿨라 타는 곳을 향하여 터벅터벅 걷는다.
쿠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니 하얀 돔이 빛난다. 샤크레쾨르 성당. 벌써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앞 잔디에 앉아 파리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사기를 고양시키려고 국민들 스스로 모금하여 지었다. 1876년에 기공되어 1910년에 완공. 내부의 모자이크와 돔이 볼만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오늘은 몽마르트 분위기만 맛보자...
로컬푸드 부스를 지나는데 빵집 아저씨가 부른다. 사람좋은 웃음으로 어디서 왔느냐며 빵 맛을 보라고. 맛을 보니 구수하다. 맛을 보앗으니 안살 수도 없고... 한 덩어리를 사서 넣고 테트리트 광장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복닥복닥... 채원이 옷을 샀다. 소피아 공주 그림이 있어야는데... 알맞은 사이즈가 없어 다른 디자인으로 구입. 화가들 그림을 구경하며 골목길로 나아간다.
점심은 이 동네 오래된 크레페 집에 가서 먹다.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르노와르가 그린 뮬렝 드 라 갈레트도 찾고 고흐가 세들어 살았다는 집을 찾아 헤메다. 간신히 찾아가니 파란 문 옆에 조그만 표지판만 붙어있다. 실망과 허무함...
벽을 드나드는 남자는 어떻게 찾는담... 다행히 사랑해벽은 근처에 있다. 지도를 보니 언덕을 다시 내려온 셈이다. 과일 가게를 지나치면서 체리, 살구, 납작복숭아를 사서 각자 배낭에 담다.
사랑해벽 발견! '사랑해'가 여러나라 글자로 써있다. 이런 소소한 설치물이 사람을 끌어모으는구나...벤치에 앉아서 과일을 먹으며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글자를 찾는 걸 보고있자니 재밌다. 한글은 세 군데... 저 위 글자는 뒤집어졌네... ^^
몽마르뜨 묘지로 간다. 입구 안내판을 보며 스탕달, 에드가 드가, 하이네 ... 그리고 에밀졸라가 있던 자리를 짚어본다. 스탕달을 찾아보려 했으나, 구역내 번호를 찾을 수가 없다. 길가에 베를리오즈 무덤만 보고 발길을 돌린다.
다시 언덕을 오른다. 샤크레쾨르 성당 뒤쪽에 포도밭이 있다는데... 포도밭 발견! 예전에 포도밭이던 것을 조금 남겨서 아이들이 체험학습도 하고 시민들이 수확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짧은 여정이지만, 파리시의 시정은 시민들 생활 깊숙이, 곳곳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있는게 느껴진다. 모든 생명체와 사물에 스토리를 입히며 삶을 풍성하게 이끈다.
르 라팽아질 앞에 왔다.
19세기 말, 가난한 화가들이 몰려들던 몽마르뜨언덕에는 선술집과 카페가 생긴다. 르 라팽아질도 그 중 한 곳. 피카소, 로트랙, 기욤 아폴리네르, 마리 로랭생 등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곳.
길 건너 의자에 앉아 그 집을 내려다 보니 어떤 커플이 그 집 뜰에서 음악에 맞추어 멋지게 춤을 춘다. 한 친구는 영상을 찍고. 춤이 끝나고 멋진 춤을 보여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중년의 커플이 수줍어하며 어디서 왔냐며 고맙다고 답한다. 이분들에게 오늘의 작품상을 수여하기로함^^.
다시 테트르트 광장으로 올라갔다. 골목 여기저기 가게에 걸린 옷을 보니 아까 사려던 채원이 옷이 사이즈별로 걸려있다. 먼저 가게에 찾아가서 환불을 하고프다니까 자신은 보스가 아니라서 환불을 못해준다나. 기계로 계산이 다 되어 빼줄 수가 없단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담... 다행이 원피스를 발견하여 교환했다.
광장에 달리 미술관 안내판이 보인다. 어? 살바도르 달리? 들어서보니 흐늘거리는 시계와 특이한 조각상 등이 달리 작품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뻔했네....
화가들 손놀림이 빠르다. 인상 착의를 순식간에 캐치해서 특징을 사사삭 그려나간다. 물론 실물보다는 에쁘게, 잘 생기게 그려준다 ^^ 가격이 얼마인가 보니 엽서크기 작품들도 보통 50유로 정도. 초상화는 꽤 나갈거 같다.
유람선 타기.
7시에 승선. 한바퀴 돌다. 우리가 다닌 곳을 짚어본다. 에펠탑, 케브랑리, 오르세... 그 옆이 학사원. 왼쪽으로는 루브르, 파리 시청사 저기는 노틀담성당 ... 햇살이 많이 약해졌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강가에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저 건너편에서는 댄스를 추며 왁자하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니 답례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센강은 폭이 넓지않아 사람들과 교감이 어렵지않다.
시테섬을 스쳐서 생루이섬을 지나 다시 유턴한다. 이 배에는 인도인들, 중국인들이 많이 탔다. 한국에서 할인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했는데 저들도 할인해주는건가?
저녁을 먹고나니 거의 아홉시.. 천둥 소리가 요란하더니 비가 뿌린다. 밖에서는 아직도 소란스럽다. 흑인들이 거리에 많이 나와서 소리지르고 경찰차는 앵앵거리고... 우리 방은 7층 꼭대기층이라 지붕들이 풍경이다. 지붕 위 굴뚝들은 뭐하는거람? 방 밖을 나가면 저 멀리 샤크레쾨르성당이 붉은 불빛아래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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