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파리 - Day10, 마르모탕을 거쳐 에펠탑으로

정인숙 2018. 6. 11. 12:58

2018. 5. 20 (일)


마르모땅 미술관 - 에펠탑 - 케브랑리 미술관


오늘부터는 뮤지엄패스 없이 다닌다.  하루에  두 군데 정도 둘러보아도 머리에 몸에 채워넣기엔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곳이라도 더 들르려고 욕심나게 하는 뮤지엄패스. 다시 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자꾸 욕심이 생긴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얽매인다. 모순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면서 날마다 지칠 때까지 다닌다.  뮤지엄패스가 없으면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을까.


엊저녁에 노트르담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를 연다하여 늦은 시간에 그곳에 갔다. 길게 줄 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성장을 한 사람들... 뭔가 이상하여 알아보니 성령강림일 특별미사를 드리려고 온 사람들이란다. 더우기 초대권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가이드북이 잘못 알려주었군 흠...

늦은 저녁을 먹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 오늘은 느즈막이 출발~~.


마르모땅 모네 미술관에 도착했다. 코로(1796 ~ 1875) 특별전이 열려 멋스럽게 차려입은 노인들이 주말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시회에 가서 다 돌고 나오면 뭔가 아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기서는 헤아릴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림들이 주제별로, 시기별로 방마다 가득하다. 아스레한 풍경화를 잔뜩 보고 ...수도사를 그린 인물화에 끌려 서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거 같다.


상설관으로 들어서니 모네의 그림이 우루루 다가온다. 어제 설명을 들어 후반기의 그림이 왜 추상화처럼 보이는지도 알게 되었다. 눈이 안보여서 형체만 그려놓은 것이 추상화로 이끌었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역할까지 모네가 해낸건가? 등등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그림을 본다. 어제 본 지베르니를 떠올리며 색채를 쫒아간다. 언제쯤 그렸을지 가늠해가며.


마르모땅을 나오면 바로 공원. 공원에 앉자 일요일을 보내는 시민들이 보인다. 복싱연습하는 부녀, 자전거타는 아이들, 공차는 아이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다.


샤요궁에서 에펠탑을 내려봤다.  드디어, 이제사 에펠탑에 왔구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니 가방부터 조심하고... 에펠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놀이 시작~ ^^ . 햇살이 뜨겁다. 트로카데로 정원 분수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가까이 다가가니 시원해진다. 다리를 건너 에펠탑 아래에 들어가려니 수속이 복잡하다. 흙먼지 날리는 간이 검색대 앞에서 빼곡히 장사진을 친 사람들 ... 간신히 입장해보니 사람들이 타워에 오르려고 길게 늘어서있다. 간단히 포기~~.  에펠탑 아래에서 수많은 철선들을 올려다본다.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올렸을까.  당대 지식인들에게 맹비난을 받던 에펠탑... 모파상은 파리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을 보지 않으려고 수시로 그 안 카페에 앉아 있었다..  세월이 흘러 비나은 파묻히고  파리의 상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탑 꼭대기는 바람에 살금살금 흔들린다는데...


케 브랑리 미술관이 바로 지척에 있다. 잠시 다리쉼도 할겸, 미술관 정원에 앉았다. 햇볕은 뜨겁고 사람들은 많아 지쳤다. 게다가 먼지까지.. 파리에서는 공원에 맨 흙이 깔려있다.  하루종일 걷다보면 흙길을 걸어 덜 피곤할테지만, 바람이 불면 먼지범벅... 그래도 이 사람들은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나보다. 음식점을 찾기도 힘들어 배낭에서 비상식을 꺼내 요기를 한다.


케 브랑리에 들어서니 딴 세상이다.  나선형의 비탈길 입구에서는 글자가 빔으로 쏟아진다.  의미가 있을테지만, 그냥 글자로만 인식될 뿐...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 각지를 돌며 참으로 수집품을 많이도 모았다.  아시아관에서 우리나라 수집품 발견! 저고리 세 벌... 1962년이라고 적혀있네.. 편안하게 기대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미술관. 장 누벨의 작품이다.


이곳에서도 큐레이터들이 맹활약중이다.  효과음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공갈젖꼭지를 문 아가들이 아장아장 걸으며 아프리카의 악기를 두드린다. 큐레이터가 이끄는 대로 아프리카의 세계로 들어선 아이들...아이를 안거나  걸리며 부모들도 덩달아 기쁨이 한가득이다. 미술관을 나와서 다시 한번 건물을 살펴본다. 붉은 빛만 언뜻 비추고 ...나무에 가려서 건물이 드러나지 않는다.

 

알마다리를 건너 오니 크레페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달달한 크레페를 베어물며 다이애너비 추모비를 바라본다. 20여년 전, 저기 지하차도에서 사고를 당해 죽은 이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사진이 빼곡하다. 죽은 이는 말없이 웃고 있는 것인지... 아름다운 미소를 띄며 이 길을 지키고 있다.


오늘 저녁 어스름에 바또무슈를 타려고 했으나,  7시가 다가오는데도 해는 중천이다.  내일로 미루자고 이구동성으로 다들 한마디.  이렇게 미루다가  야경을 못보면 어쩐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