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6 (토)
센강 - 퐁 네프교 - 예술의 다리 - 시테섬 - 오페라 가르니에 - 사를 드 골 공항
오늘은 파리를 떠나는 날이다. 어디에 가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까 하다가 첫 날, 거닐던 센강변으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묵었던 방에 '안녕~~, 잘 쉬었어. 고마워' 인사를 하고 체크아웃. 캐리어를 호텔에 맡겨두고 전철을 탔다.
처음에 긴장되고 어색하던 전철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머리에 입력하지 않아도 몸이 슥슥~~ 잘 찾아간다.
샤틀레역에서 내려 센강변으로 내려갔다. 아침, 햇빛이 일렁이는 강변, 바람이 시원하다. 이 바람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강변에 앉아 내 머리 위 자작나무도 올려보고 하늘을 바라본다. 지난 16일이 꿈같이 흘러갔다. 넓지않은 파리시내에 볼거리가 무진장 숨겨져있어 오래된 깊은 샘에서 보물을 끌어올린 느낌이다. 파도 파도 끊이지 않는 화수분...
다시 또 올 수 있으려나...아마 못오겠지...이번 여행이 앞으로의 내 삶에 얼마나 깊이 차지할까. 나는 여행을 통해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나.... 이번에는 내내 이것 저것 챙겨야했다. 친구들과 직장동료와의 관계도 은근히 신경쓰이고.. 호텔도 내 책임인양 예민해지고..목적지까지 잘 찾아가야할텐데... 등등. 여행을 하면서 피곤해지면 인간 바닥까지 다 드러난다는데 며칠을 같이 다니며 감정이 상한 점은 없었는가 되짚어본다. 앞으로 더 가깝게 지내고자 떠난 여행에서 사소한 일로 멀어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는가.
이번 여행에서는 구글맵을 이용하여 잘 찾아다녔고 불어를 좀 익혀와서 훨씬 수월하고 재밌던 기억에 뿌듯해진다. 말하기는 어려워도 글자를 익히니 이해할 수가 있어 흥미가 더해진다. 다음부터는 꼭 글자공부를 하고 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예술의 다리에서 센강을 내려본다. 한편에서 화가가 강변을 그려 파는가보다. 작은 화폭에 재빠르게 여러 장을 그려낸다. 부키니스트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시테 섬 끄트머리에 앉아 오가는 유람선에 손을 흔들어주었다. 내가 유람선에 탔을 때 강변 사람들이 웃으며 손 흔들어 주어 기분 좋았던 그 날을 생각하며. 작은 일을 서로 공유하니 왠지 모를 연대감이 느껴진다.
슬슬 걸어서 루브르박물관쪽으로 갔다. '폴'에서 마카롱을 살까하고.. 루브르에 있는 상점에서 티셔츠를 골라봤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손에 잡지도 못했다. 루브르를 뒤돌아서니 '볼거리를 많이 남기고 왔네..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는 생각에 빠진다. 내 가슴을 뛰게 했던 오르세도 건너다보고.. 우리가 갔던 장식미술관, 오랑주리, 튈리히 공원을 손짓해본다.
오페라 가르니에는 샵에만 들렀다. 오페라의 유령을 그려보며 들어가볼까 하다가 시간도 없고 하여..샵에서 선물을 좀 사고 쁘랭땅 쪽으로 걷다가 대만 음식점 발견. 프랑스 음식으로 마지막 만찬을 하려다가 느끼함이 턱 목에 걸려 선뜻 결정을 못하다. 이곳에서 밥과 고기에다 채소를 듬뿍 넣고 맛있게 먹었다. 아시아인 습성이 내 몸 속속히 박혀있구나 깨달으며.
쁘렝땅을 지나며 폴을 발견, 마카롱도 구입. 이제 숙소에 가서 캐리어를 갖고 나가야한다.
공항까지 전철을 이용하여 갈거라 시간을 넉넉히 두고 나왔다. 오후 세 시경 출발...
호텔직원에게 확인차 공항가는 노선을 물으니 생 미쉘에서 갈아타라고 한다. 캐리어를 끌고 낑낑거리며 힘들게 계단을 내려와 전철을 탔다. 전철을 타고 노선표를 올려보니 레 알에서 갈아타게 되었다. 하필이면 이 시간에 전철안은 사람들로 발딛을 틈도 없이 복닥거린다. 급히 내려 공항 표시를 따라 이동. 플랫홈에 가서 확인차 물어보니 오를리 공항에 간단다. 샤를 드 골 공항은 반대편이라며. 다시 올라와 안내 표시를 찾았으나 표지판이 사라졌네... 이런~ 어쩐담...옥경이가 창구에 가서 확인하니 반대편에서 샤를 드 골 공항에 간다고.. 휴우~~ ! 공항가기 전에 땀깨나 흘렸으니 비행기에서 곯아떨어지겠다...
탑승을 기다리며 되돌아보니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무사히 일정을 마쳐 감사하다고 되뇌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주었구나 깨닫게 된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를 가슴 가득 안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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