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9 화요일
새벽 6시 반부터 길을 나섰다.
마을 분들과 하는 여행이라 마음이 가볍다. 은경씨가 운전을 잘하니 몸만 실으면 경주에 데려다 줄테니~^^
오늘은 칠불암에 오르고 밤에는 안압지에 나가보기로 했다.
대전을 거쳐 대구를 지나 경산 구미, 드디어 경주에 들어섰다.
칠불암에 가려면 통일전에 주차하는게 좋다해서 통일전에 주차하고 나니 11시가 좀 지났다.
예전부터 경주 남산에 꼭 올라서 곳곳에 있는 마애불이나 불상을 보고싶었다.
남산을 전체 등반하지는 못해도 마애불 있는 곳을 찾으니 친구가 칠불암을 추천.
마침 얼마전에 TV에 소개되었는데 가는 길도 아름답고 스님 두 분이 그리 맑을 수가 없다한다.
칠불암은 어떤 모습일까 설레이며 걷는다.
서출지를 지나 마을 길을 지나가니 석탑이 맞이해준다. 마을 한 가운데 석탑이라니... 신라땅이구나싶다.
들판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감나무에선 노랗게 익은 감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려있고 낮은 기와지붕 집들이 오손도손 정겹게 보인다. 아무렇게나 툭툭 튀어나와 하늘을 가로막는 아파트 건물이 보이지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고마울만큼이나 벅차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지나자 산길에 들어선다. 아직은 평탄한 산길. 흙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쉬엄쉬엄 걸어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점점 가파라진다.
산에서 내려오시는 나이든 보살님들이 '어여 가서 점심 국수 먹으라'고 하신다. 국수 삶는거 보고 오셨다면서.
저분들은 벌써 점심 공양을 드시고 내려오시나보다. 꽤 나이드신 듯 한데...
드디어 칠불암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느라 땀에 흠뻑 젖었다.
작은 암자에는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서 쉬고 있다.
사면석불이 있고 마애불이 세 분.. 이래서 칠불이구나.
칠불을 지키는 작은 암자, 칠불암.
땀을 식히기에 딱 알맞은 자리에 부처님이 굽어보시고 있다.
암자 안을 들여다보다 스님과 눈이 마주쳤다.
합장 인사를 드리니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반갑습니다. 이리 들어오셔서 차 한 잔 하세요"하신다.
그 옆에 외국인 스님이 열심히 무언가를 메모하시네.
작은 방안에 이미 너 댓 분이 스님과 말씀을 나누시며 차를 드시고 계시니 들어설 자리가 없을 듯.
암자를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삼성각에 들어섰는데 점심공양을 주신다고 들어가라고 하신다.
작은 방에 들어가서 팥 찰밥에 각종 나물을 얹어 먹었다. 미역국과 함께.
오는 길에 요기를 하였음에도 식탐이 살아난거 같다.
'절밥이니까 소화가 잘될거야' 라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동료들이 설겆이도 싹싹해서 얹어놓았다.
물은 콸콸 쏟아지니 받아 먹으면 되고, 커피는 무료.
작은 암자에서 살뜰히 살아가시는 모습이 피부에 닿는다.
보살님들이 반찬을 만들어 나르고
여기서는 밥을 짓고 1회용 가스불로 국을 끓여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인다. 오늘도 4백여 명이 공양을 하셨다니.
칠불암에 필요물품이 작은 글씨로 씌여있다. 이것을 보고 보시물품을 들고 와 칠불암 살림이 이뤄진다.
아름다운 나눔..
마애불이 선명하다. 서산마애불보다 보존이 잘된 듯하다. 백제는 망한 나라이기에 방치되어 있었나...
식사를 하면서 밖을 내다보니 그대로 풍경 한 컷이다.
사면석불을 살펴보니 조금씩 손 모양이나 옷이 다르다.
배불리 먹었으니 기운을 내어 신선암까지 오르기로 했다. 200미터 위쪽.
신선암 마애불상은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을 하고 계신다. 구름 위에 둥실 떠오른 모습.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하다. 저 멀리 들판이 노랗게 익었다.
다시 한 번 칠불암을 마음속에 새겨넣고 합장을 하고 내려간다.
누군가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쓰고는 한 군데에 모아놓았다.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요긴하게 이용했다.
작은 정성이 모아져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곳이구나, 여기가.
산을 내려오니 나무지팡이가 모아져있다.
여기다 모아놓으면 다음에 오르는 분들이 잘 이용하리라.
산을 내려오니 세 시. 석굴암에 가기로 했다. 각자 수학여행 추억담을 이야기하며 옛 흔적을 찾는다.
본존불은 여전히 위엄을 갖추고 계시다. 십이지신상이나 금강역사등도 마치 요즘에 깍은 듯 선명하다.
저분들이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네..
낙곱새라는 음식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사우나에 다녀오니 개운하다.
이대로 누울거 같은 몸을 일으켜 '동궁과 월지'로 갔다.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나왔다.
예전에 안압지로 불리던 곳, 새로이 동궁을 복원시키고 연못을 살려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불빛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입장료..5천원..가 꽤 비싸다 하였는데 그 값어치를 한다.
오랜만에 경주에 왔더니 모든 것이 새롭다.
앞으로도 섬세하게 세련되게 품위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이 도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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