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파리 - Day4, 루브르박물관에서 어질어질~~

정인숙 2018. 6. 3. 20:31

2018. 5월 14일, 루브르박물관 - 오랑주리 미술관


가랑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아침.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루브르 박물관만 일정에 넣었다.  실내에서 보내려고 계획한 날 비가 오다니... 아무래도 우리 중 누군가가 덕을 많이 쌓으시는가보다^^


9시 오픈시각에 맞추어 도착했더니 늘 줄이 길게 서있다는 말과 달리 바로 입장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모나리자부터 보자~'하여 달음박질쳐 나아갔다.  도난사건과  <다빈치코드> 출간 이후 더욱 관람객이 많아 <모나리자>를 특별 대우하나보다. 방향 표시가 계속 이어졌다. 가는 길에 수많은 조각상과 그림들을 제쳐놓고 다시 오리라 마음먹는다. 루브르의 규모를 체험하기 전이니까 이런 생각을 했겠지ㅎㅎ.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 발견! 드디어 <모나리자>가 내 눈앞에서 빙긋 웃고 있다. 5백여 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수께끼 그림을 남겨놓고 어디선가 빙긋이 웃고 있을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미소인지 조롱인지 ... 임신설에 손모양까지 수많은 미스테리를 남겨놓고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그림... 약간 비껴 서서  모나리자가 짓는 입모양을 따라해본다. 목판에 유화. 어찌나 보관을 잘 했는지 오백여 년 전 작품같지가 않다.  몇겹의 방탄유리 너머로 마주치는 귀한 <모나리자>.


과학, 역사, 요리, 기계, 수리, 군사등 다방면에 걸쳐 능통한 다빈치는 말년에 그 능력으로 인해 파탄한다.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그를 프랑수아 1세가 프랑스로 초청(1516년)하여 루아르강변 클로 뤼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 몇 년 전 클로뤼세에 갔을 때, 다빈치가 구상한 각종 모형을 보고 '이 모든게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게 가능? 더구나 1500년대 초에..'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클로 뤼세 궁에서 모나리자를 완성하였다지. 모나리자를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면 <가나의 결혼식>이 벽면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다.  이천 년 전 이야기를 이렇게 화려하게 그려놓다니...


모나리자가 짓는 묘한 웃음이 내 몸 가득채웠는데 ... <세례자 요한>의 저 웃음과 손가락질은 또 무엇인가? 우리들은 그림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미야기를 나눈다.  회화방이 넓고 천정이 높아 말소리가 커도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으니 다행이랄까. 지나치다보니 <암굴의 성모>가 미스테리를 또 던져준다. 그나저나 아기 얼굴에서 인생 말년의 모습이 나타나니 이 모순을 어쩌란 말인가.


<나폴레옹의 대관식> 앞에 섰다. 나폴레옹과 가족들을 찾아보고  인물과 옷자락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다비드의 노고에 혀를 내두르고 ... 그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드농관만 봤는데 벌써 한 시가 되어간다. 다들 지쳐서 헉헉.  중앙로비에 나가 점심을 먹고 이번에 들루크루와관으로 간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에 압도 당하고 잠시 보면 되겄거니 하였지만, 끝도 없이 작품이 많다. 전쟁과 살육의 현장을 대형으로 그려낸 작가.. 역사와 연관시키려니 머리가 아프다.  그리스 조각이나 보고 나가자 하여 <비너스> 상 앞으로 가서 또다시 그 매끄러움에 매료되어 자리를 못뜬다. 결국 이집트관에서는 스핑크스만 잠시 보고 발길을 돌렸다. 이러니 일주일은 족히 봐야 어느정도 봤다고 하겠다.


밖에 나오니 오후 네 시경이다. 블랑제리 폴에서 타르트 한 개씩을 사먹으니 다시 기운이 솟는다. 오랑주리로 출발~

어제는 모네관을 보았으니 오늘은 아래층 폴 기욤과 장 발터의 컬렉션으로 내려갔다. 폴 기욤이 죽은 후, 그 부인이 재혼한 사람이 장 발터라니 기욤부인이 진짜 주인이겠네...


르노와르의 그림들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밝고 화사한 그림을 대하니 머리가 개운해진다.  그 뒤로 폴 세잔의 그림, 피카소 그림도 있고 앙리 마티스의 그림도 꽤 걸려있다.  마리 로랑생의 <코코 샤넬>은 처음 보는 그림. 색채와 선이 아름답다. 모딜리아니 그림애서 잔느를 찾아보고 .. 점점 추상화로 나아간다. 이것봐라 와~! 모네의 일본식 정원이 추상화와 연결되었네.  삼일 동안 미술관을 다녀보니 큐레이터들의 안목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큐레이터들은 열심히 정진해야겠는걸 ㅎㅎ.


다시 오벨리스크를 바라보며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급급하다. 얼른 씻고 누워야 내일 다닐 수 있다. 자자 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