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파리 - Day3, 노트르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

정인숙 2018. 5. 13. 23:30

2018. 5. 13


노트르담 성당 - 생 샤펠교회 - 콩시에르주리 - 오랑주리 미술관


오늘부터 뮤지엄패스 시작이다.

경제적으로 다니려면 노선을 잘 짜야 한다.

가이드 북을 보며 열심히 짰어도 현장에서는 실수가 있는 법... 마음도 단단히 먹고 신발끈을 꽉 조여매고 길을 나선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했다.

시테역에서 내리는데 출구 앞에 검표원이 서있다. 티켓을 보여주고 나왔다. 박선생이 당황해서 표를 찾고 있다. 잠깐 다른 곳을 보고있는 사이 박선생이 소리지른다. '뭐하는거야!' 앗! 검표원이 수상하다. 젊은 청년이 패스 하나 목에 걸고 ( 우리는 당연히 무슨 패스인줄 모른다) 검표한답시고 당황한 관광객을 상대로 소매치기를 하나보다. 박샘 말로는 그 녀석 손이 크로스백 안에까지 들어와서 봉투를 집어가려고 했단다. 에휴~~

그만하길 다행이다. ...


노트르담 성당을 마주보고 섰다. 영화에서 보고 다큐에서 보고 수없이 꿈꿔왔던 성당.. 섬세하고 장엄하게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위인들을 섬세하게 조각해 놨다. 고개를 빼고 넋 놓고 살피고 있으니 혜린이가 미사시간이 다가온다고 들어가자 한다.

미사 참석은 안쪽 자리.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퍼지며 온 몸이 노곤해진다. 우리의 무사함을 신께 기원하며 미사에 참여하였다.

지휘자가 모래에 맞추어 춤을 추듯 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체를 받는 혜린이를 찍다가 그만 욕심이 생겨 카메라를 높이 올렸다.

바로 수녀님이 나타나 제지하신다. 이들의 일상에 난데없이 껴들어와 구경거리로 만들었네 ㅠㅠ.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벌개졌다. 이런 무뢰한 같으니라고...


보물관에 다녀오고 전망대에 올라가려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차례를 기다려 들어가려하니 제지한다. 오잉? 전망대에 사람들이 몰리는걸 방지하기 위해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고.  날씨가 몹시 차갑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내려가는 듯하다. 근처에서 파니니를 사서 성당 뒤편 공원에 앉았다. 따끈한 커피를 곁들이니 잘 가꾼 꽃밭이 눈에 들어온다. 성당 뒷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처음에는 작은 교회였던 것을 앞쪽으로 더 늘려서 고딕양식으로 지었다. 하중을 견디게 하려고 지붕 위에  멋들어지게 기둥을 세웠다. 마치 갈빗대가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오후 한 시가 지나 전망대에 올라갔다. 뱅글뱅글 나선형 계단을 오른다. 출구가 따로 되었는지 마주치는 이들이 없어 한결 수월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십자형의 교회 지붕이 늠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파리 시내가 360도로 다 보인다. 이래서 360도 파노라마라 하는구나... 저 멀리 사크레쾨르 성당 있는 곳이 몽마르뜨언덕, 어제 우리가 갔던 생제르망지구, 멀리 예펠탑도, 팡테옹도 앵발리드도 보인다.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지형감각을 익히기에 제격인 곳. 기다려온 보람이 있다.  종탑에 갔다. 콰지모도가 매달려서 종을 치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저 아래에서 에스메랄다가 까만 눈망울을 굴리며 집시춤을 추고 있겠지... 가고일은 변함없이 이 성당을 지키고 오늘도 내일도 관람객들은 몰려들어 감탄을 자아내겠지싶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 앉아서 햇빛바라기... 포엥제로를 찾아 사진을 찍고 콩시에르주리로 갔다.  마리 앙뜨와네트와 루이 16세가 마지막에 머물던 감옥.  콩시에르주리에 들어서자 음습한 기운이 감돈다. 혁명시절 26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는 곳. 마리 앙뜨와네뜨, 당통 로베스피에로의 사진이 보인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그 시기를 보내며 팍삭 늙어갔다. 마지막에는 피골이 앙상해서 여기서부터 콩꾸르뜨 광장까지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 돌맹이를 맞으며 이송되었다지. 마라의 의도에 따라 시민들은 분노와 적개심을  그녀에게 퍼부었지 않았을까.


음울한 기운을 감도니 나도 기운이 빠진다. 마지막까지 마리가 입던 옷과 머리카락, 소지하던 물건등을 전시하는 건 뭐람...  지독한 혁명을 겪었으니 사회가 이렇게 성숙했으리라...


다행히 생샤펠교회가 그 옆에 붙어있다. 생샤펠 교회 이층에 들어서자 '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사방이 현란한 스텐인드 글라스... 아름답다.  어둡던 마음을 단번에 쓸어가버린다.  그 방에 들어선 사람들 얼굴을 살피니 모두가 놀라움과 찬탄의 얼굴... 우리도 매한가지.. 아름다움은 축복이구나...


시간이 네 시 좀 넘었다. 어디로 갈까... 검색을 해보니 오랑주리미술관이 좋겠다. 택시를 타고 가면 좋으련만,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  걸어서 삼십 분이라니 다시 걷는다. 센강가로 걸었으켠 좀더 나으련만, 구글이 알려주는대로 걸으니 도심 한복판이다. 차들은 꽉 막혀있고... 루브르를 지나 튈르히 공원을 지나 드디어 오랑주리에 들어섰다.  한낯 더위에 낯선 거리를 걷느라 지칠대로 지쳐 모네 관에 들에서자마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벽면 가득한 수련 연작... 자리를 옮겨가 앉으며 지베르니를 더듬어본다. 물 위에 비친 구름과 버드나무, 수련이 아련하게 빛나고 있다. 마음을 온통 빼앗긴 채 자리만 옮겨 앉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한가해진다. 폐장시간이 다가왔다는 멘트가 들린다. 아쉽게 자리를 뜨고...


꽁꾸르드 광장에서는 분수가 아름답게 무지개빛으로 오르다가 떨어진다. 여기 어디쯤에 길로틴이 설치되었던고... 성난 시민들은 어디에서 소리를 질렀을까..  피의 제단을 가늠해보기  어려운 오늘.


오늘도 엄청나게 걸었다. 온몸이 기진맥진... 전철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다. 구글앱이 도대체 어딜 가르키는건지 그 자리에 가면 전철역을 발견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겨우 찾았다. 지척에 두고 콩꾸르드 광장을 한바퀴 돌았으니... 오벨리스크는 무심하게도 햇빛에 반짝이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