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아바나, 흥겨움에 꽉찬.

정인숙 2018. 1. 21. 13:52

 

 

 

 

 

2018년 1월 18일 , 아바나

 

올드아바나 ㅡ 헤밍웨이 박물관 ㅡ 럼박물관 ㅡ 아르마스 광장 ㅡ 샌프란시스코 광장 ㅡ 암보스 문도스 호텔 ㅡ 수공예품 시장

 

식당에 내려가니 사람들이 왁자지껄 꽤나 분주하다. 갖가지 음식이 즐비하다. 맛있어서 그득 먹다. 간밤에 몰아치던 바람도 잦아들고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이다.

 

가이드가 호세마르띠가 지은 시에 곡조를 붙인 '관타나메라'를 부른다. 끝부분을 '완달러내라~' 로 불러 한바탕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관티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나는 진실한 사람, 야자수 무성한 고장 출신

죽기 전에 이 가슴에 맺힌 시를 노래하리라

내 시는 마치 엷은 녹색, 불붙은 카민색같아

내 시는 산에서 피난처를 찾는 한 마리의 다친 사슴같아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관타나모의 농사꾼 아가씨)

이땅의 불우한 자들과 나의 운을 나누고 싶어요

산의 계곡이 바다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해요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호세마르띠(1853 ~ 1895)는 쿠바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스페인의 폭압아래서 민족혼과 공동체 의식를 일깨우고 독립의 깃발을 올렸던 위인. 호세마르띠 공원, 호세마르띠 공항 등 쿠바인들에게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지은 시 구절을 인용하여 흥겨운 가락을 붙여 어딜가나 연주하며 흥을 돋구는 곡이다. 슬픔을 담은 싯귀가 흥겨운 선율로 살아나다니..

 

차창으로 타워형태의 러시아대사관, 학교 아이들, 가정 집들이 지나간다. 좀 낡았지만 왠지 푸근해지는 풍경이다. 어느 담벼락에는 'VIiva Cuba Libere' 라고 큼직하니 써있다.

대서양 파란바다에 넘실대는 흰 파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서야 여행의 흥이 올라오는걸까.

 

올드 아바나에 내렸다. 국회의사당은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공사를 몇 년째 하고 있단다. 물자가 부족해서..

 

오페라하우스는 멋진 유럽식 건물이다. 호세 마르띠 동상이 있는 공원에서 사람들이 밝은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찿던 찻집을 구경하고 즐비한 올드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몇십 년된 차들이 내뿜는 매연 냄새가 이리 독하니 몇 년내로 사라질 풍경이겠거니싶다.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가는 길. 어느 집엔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손에는 똑같은 흰 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아~~! 배급줄이구나.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모두들 일상인 듯, 덤덤하게 때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받고, 바삐 돌아간다.

 

30여 분 달려 헤밍웨이가 살던 집, 지금은 박물관에 도착.  고목들이 무성한 입구를 지나 그가 지내던 서재와 침실을 들여다 보았다. 화장실에 체중계가 있고 흰 벽면에는 숫자가 씌여있다. 몸무게를 기록했다는.. 책과 술과 낚시를 사랑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덧붙여 여자도 빼놓을 수가 없겠군. 네 여자의 묘지가 나란히 누워있다.

 

이곳에서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다지. 실제 어부를 친구로 삼아 청새치를 낚은 경험을 바탕으로.

 

쿠바는 80년대까지 나름 경제가 발전하다 90년대 들어 사회주의국가들이 연이어 붕괴하자 경제가 악화된다. 주민들이 영양부족으로 병이 생기자 중요 물푸을 나누기 시작했다. 쌀, 계란, 설탕, 커피, 빵, 밀가루, 소금, 닭고기등이 필수 배급품이다.

 

점심식사는 박하잎을 띄운 모히또 한 잔으로 시작한다. 옥수수 가루를 뭉쳐서 튀겨낸 요리, 밥, 샐러드, 통돼지 구이 요리, 삶은 마 요리등 근사하다. 후식으로 럼주를 맛보고  직접 내린 커피를 바리스타가 서빙해준다. 귀한 손님 대접을 받은 듯 배도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럼주 박물관에 들렀다. 가이드가 콜럼버스 사진을 가르키며 악인이라 한다. 유럽사람들에겐 위인, 여기서는 침략자... 박물관을 둘러보며 사탕수수 재배부터 럼주를 얻기까지 노고를 새삼 깨우친다.

 

시내 광장으로 오다. 16세기에 조성된 아르마스 광장 여기저기서 음악이 흐른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쉬고... 골목길을 걸으며 거리화가도 만나고 유서깊은 집들도 살펴보고 현대 설치 작품들도 감상하고

샌프란시스코 광장에 있는 성당 타워에 올라가 대서양 푸른 바다도 내려다보며 광장에서 즐겼다.

 

재래시장에서 채원이 선물을 샀다.  양손에 들고 흔드는  타악기 종류. 8쿱이라기에 10쿱을 주었더니 덥석 다른 악기 한 개를 손에 쥐어준다. 허~~ 장사의 귀재인지... 다음부터는 잔돈을 꼭 갖고 다녀야겠군. 아가 선물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그라시아스~~ 

 

연일 기온차가 심하니 일행들 기침소리가 잦다. 내 룸메도 감기가 나아지지를 않아 걱정이다. 호텔은 넓직하고 안락하나 온수가 뜨겁지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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