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5
멕시코에 왔다.
비행기를 장장 13시간 넘게 타고 날아왔다.
미국과 스페인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리며 단물을 다 빼먹은 곳, 뿌연 스모그 아래에 광대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카페 노마드클럽에서 패키지로 왔기에 마음에 부담이 크지 않다. 온전히 14일을 즐기다 가야지~~
공항을 나와 버스를 타고 테오티우와칸으로 간다.
도시는 회색빛이다. 약간 인도같은 느낌도 든다. 뿌연 먼지와 살짝 검은 피부빛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나라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메스티조.
작은 키에 웃음 띤 얼굴들. 산중턱까지 가파르게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이나라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짐작케한다.
1810년대부터 독립운동을 그야말로 가열차게 했음에도 아직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
태양의 신전에 올랐다. 가파른 돌계단이 아찔하다.
240여개의 돌계단을 오르니 숨이 차오른다. 건조한 날씨 탓인가. 목이 칼칼하다. 정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손을 활짝 뻗어 태양의 정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이는 직접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사방이 탁 트여 하늘에 맞닿아 있다. 저쪽 삼각형 봉우리들 속에도 이런 신전이 숨어 있을거 같다.
돌바닥인 가장자리에 앉아 저 멀리 달의 신전을 바라본다. 저 곳에서 심장을 꺼내 하늘에 바치고 그 시체를 아래로 굴렸다던가. 그런 의식이 자신들과 부족을 지켜준다고 믿은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기원 전부터 기원 후 200년 사이에 건설되었다는데 마치 요즘에 쌓은 것같은 기술. 복원을 너무 현대적으로 해서일까. 그들의 기술이 발달해서일까.
죽은자의 길을 걸어 달의 신전까지 걸었다. 이곳에 최대 20만 명이 모여 살았다니 그들의 생활터전인셈이다. 비록 지금은 돌과 피라미드만 남았어도 이곳의 신성함이 멕시코인들을 잘 지켜주길 바라며 떠났다. 햇볕이 따갑다.
과달루페 성모 발현지에 갔다. 1530년경 카톨릭으로 개종한 후안디에고에게 성모가 다섯 번 나타나 이곳에 성당을 지으라 했다. 첫번 째 지어진 성당을 비롯하여 본성당까지 7채의 성당이 광을 둘러싸고 있다. 신자들은 이곳에서 하루종일 기도 드리며 미사에 참석하며 충만함을 가득 품을 수 있는 곳.
기울어져 가는 노란색 성당에 들어가 둘러보고 후엔 디에고가 성모상 그림을 펼치자 장미꽃이 후두둑 떨어지는 형상도 둘러보고.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이다. 아가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논다. 밝은 모습에 나도 평안해지고.
본당에 들어갔다. 마치 치마폭으로 사람들을 감싸 듯 건물이 단단해 보인다. 작년 지진에도 끄떡없었단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어느 문으로 들어가도 미사에 참여하고 뒷편으로 내려가 성모상을 우러러 볼 수 있게 설계가 되어있다. 파티마의 파아란 하늘이 떠오른다. 경건한 미사 풍경도. 그곳이 싱그러웠다면 이곳은 탁한 공기 때문일까 잿빛이다. 자연의 풍경에 따라 삶의 풍경이 달라진다.
삼백 년 동안 갈취당하고 그 후로도 부정부패가 계속되어 공기마저 탁해졌는지 일행들의 마른 기침이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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