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4일, 화요일
스플릿 - 두브로브니크
네움 휴게소에서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니크로 향한다.
들판에 체리나무 꽃이 하얗게 눈부시게 피어있다.
올리브나무 잎은 싱그럽게 바람에 날리고 돌이 듬성듬성 드러난 낮은 산들이 이어진다.
산너머 산이 겹쳐지고 그 자락에 봄이 피어난다.
연녹색 나뭇잎들 사이로 흰색, 연분홍, 분홍 꽃이 만발하여 산 아래 빨간 지붕과 어우러진다.
차장 풍경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충만해졌다.
네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네움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바다에 닿아있는 유일한 땅.
두브로브니크는 네움을 지나가야 하므로 여권 검사를 다시 한다.
18세기까지 크로아티아의 해안지역, 달마티아는 베네치아 공국령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1400년대 중반에서 1600년대까지 오스만령이었다가 베네치아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상인의 기지로 '라구사'라는 도시 국가를 세웠다.
옆 보스니아가 오스만 제국령이었으므로 네움이 분쟁을 막기위한 완충 역할을 했다한다.
네움은 보스니아 땅이므로 물가가 싸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 모두들 쇼핑하느라 정신없다.
이곳에서 쇼핑을 놓치면 마치 큰 손해를 보는 듯, 카트에 쓸어모은다.
나도 쵸콜릿을 종류별로 담고 라벤다 오일 종류 좀 담다보니 장바구니로 가득~~. 무거워서 반을 덜어내고..
버스에 올라타서 쇼핑담으로 웃음꽃을 피운다.
보스니아의 화폐단위를 크로아티아 쿠나로 잘못 알고 엄청 싸다고 쓸어담았으니..
버스는 산길과 해안 길을 구불구불 달린다.
왼쪽은 디나를 알프스, 오른쪽은 아드리아해가 반짝인다.
버스 안에는 '향수' 노래가 잔잔히 흐른다.
저기 바다 건너 베네치아가 보인다.
섬들이 둥둥 떠있다. 왼쪽 돌산과 차창 아래로는 노란꽃들이 지천으로 나부낀다.
바다가 잔잔해서일까. 집들이 문을 바다쪽으로 내놓고 있다.
드디어 두브로브니크 도착.
아드리아의 보석답게 흐린 날씨임에도 찬란한 햇살을 머금고 '짜잔~' 나타난다.
라구사 공화국은 인근의 오스만과 베네치아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해상 무역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 외교수완으로 독립을 유지했다.
그러나, 1667년 대지진으로 도시는 파탄나고 쇠퇴의 길을 걷는다.
1800년대에는 나폴레옹이 점령하고. 2차 세계대전 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편입되었다가 1991년 크로아티아 영토로 되었다.
크로아티아 땅이 되었으니 세르비아에서 가만 있을쏘냐.
다시 되찾겠다고 포탄을 퍼부었다.
프랑스의 학술관장 장 도르멩송이 유럽의 정신이 불타고 있는데 팔짱만 꼬고 있을 것인가 하며 저 앞 바다에 배를 타고 와서 성토할 정도로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무참하게 무너졌다.
1999년 부터 유네스코 지원을 받아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잠깐 햇살이 비추더니 이내 흐려진다.
중세에 라구사(바위란 뜻) 공화국은 상인의 지혜를 발휘하여 부유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성장하였다.
버나드 쇼가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말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고 하며 단, '돈있는 자들의 천국'이라 명명했을 정도로.
두브로브니크를 한 바퀴도는 유람선에 탑승.
바다에서 두브로브니크를 바라다 본다.
견고한 요새로 둘러싸인 도시.
저 앞 로코룸 섬 해안가에 누드 해변이 있다는데 아직 해수욕하기엔 이른 날씨니까 볼 수가 없다.
모두가 알몸인 세상에서는 옷 입은 사람이 이상해 보이겠지.
잠시나마 저 섬에 가서 해방을 누리는 사람들 표정이 보고싶었다.
배에서 내려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성인은 성 블라이세. 유럽의 각 도시들은 성인을 두고 있다.
유일신이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했건만, 사람들 마음은 흡족치 않아서 그럴까.
성 블라이세 조각상이 새겨진 대성당을 둘러보고.
성당 앞 루쟈 광장에서 시의 수호기사인 올란도 조각상도 올려다보고.
검을 쥔 오른팔이 옛날 상인들이 길이를 재는 척도로 사용하여 이 팔을 '두브로브니크의 팔뚝'으로 불렀다.
이슬비 뿌리는 플라챠 거리.
13세기까지 운하였던 이곳을 메꾸고 1468년에 대리석으로 깔았다.
빗물에 반짝이는 스트라둔 거리, 밤에는 불빛에 반짝인다.
'오노프리오의 분수' 구경도 하고. 이 분수는 구 시가지의 식수를 공급했다.
스르지 산에서 물길을 끌어와 각 면의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한 편의 작품이다.
'오노프리오'는 이 분수를 만든 건축가.
스폰자궁, 프란체스코 수도원 등시내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으로 올라갔다.
가랑비가 뚝 그쳐 햇살이 비친다. 우리는 럭키우먼들이라니까..
아름다운 시내가 보인다. 뒤쪽으로 가니 포탄 맞은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내전의 아픔을 드러내고. 저기 디나르 알프스 산 너머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고 바다 저쪽이 몬테노그로이다.
아직도 분쟁의 씨가 마르지 않는 곳.. 하지만, 남의 일이 아니지.
누구나 말하는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 성벽에 올랐다.
날씨도 점차 개어 바람이 차지도 덥지도 습하지도 않다.
하늘은 바다 빛깔로, 바다는 하늘 빛깔로 마주치고 있다.
설렁설렁 걷는 이 길이 13세기 부터 쌓기 시작하여 15세기까지 쌓았다지.
요새도 올라가보고... 지진 전의 지붕, 내전 전의 지붕을 찾기도 하고... 친구들과 사진 찍어주며 바다와 하늘과 바람을 만끽한다.
성벽을 어느 정도 돌아나오니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친구들을 발견했다.
잠시 쉬어서 커피를 얻어 마시고... "아 좋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여기 앉아서 맛있는 커피를 아껴 마시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노닥거리면 제일 좋을것 같지만, 단체이니 시간을 맞추어야한다.
밤에 다시 야경을 보러 나왔다.
스르지산의 석양은 이미 넘어가서 어둡고 시내는 아직 축제로 시끌벅적하지도 않다.
몇몇은 카페에 앉아 있고 용감한 네 명이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가파른 계단 길도 올라가보고, 수공예품 가게도 기웃거려보고, 남들이 앉아 즐기는 밤 카페도 어깨너머로 구경하고... 성문을 나와 항구로 나갔다.
'어머나~~, 여기가 절경이네...' 등대로 가는 길, 벤치에 앉아 밤바다를 말없이 바라본다.
밤바다는 조용히 철썩 철썩~~.
오늘의 여정을 증명하듯, 다리는 천 근 만 근, 온 몸이 뻑적지근하다.
일어서보니 한 친구가 오지 않고 있다.
아뿔싸,,, 그 새 잠이 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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