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일
그라츠 ㅡ 블레드ㅡ블레드섬 성당 ㅡ 블레드 성 ㅡ 포스토이나 동굴 - 오파타야 리에카
그라츠에서 새벽에 잠이 깼다. 시차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하루는 어떨까 기대하며..
블레드로 들어서는 길목에 벌써 새순이 돋고 목련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며 하늘을 향해 웃고 있다. 집집마다 마당가득 흰 꽃, 노란 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슬로베니아 내륙으로 들어섰어도 전혀 춥지 않다. 기온이 20도를 넘나드니 다들 옷이 가벼워졌다.
- 블레드 호수
진한 쪽빛 물이 우리를 맞는다. 봄이 일어나는 소리, 율리안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수이다. 길이가 2,120m, 폭이 1,380m로 물결이 잔잔한 평화로운 모습에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다.
뱃사공이 노를 저어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는 가운데 섬으로 나아간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첫 장소이다. 설렘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성당에 들어가 줄을 잡아당겨 종을 쳐 본다. 세 번 종이 울리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는. 이 나이에도 다들 종을 치고자하니 재미있다. 성당을 둘러싼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백조가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있다. 멀리 보이는 블레드성이 알프스의 설산 아래 안겨있는 듯 하다. 숨막힐 듯 아름답다.
- 블레드성
호수 절벽 위에 세워져 800여 년 동안 유고슬라브 왕가의 여름별장으로 사용되었다. 저 아래 짙은 파란 물 한 가운데에 블레드 성당이 솟아있다. 호수 건너 티토의 별장을 가늠해본다. 후세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방문하고 김일성이 2 주나 더 체류할 만큼 빼어난 경관이다.
블레드성 내부 작은 박물관 곳곳을 들여다보고 창 밖으로 내다보고 한껏 맑은 공기, 파란 하늘, 신록과 꽃들을 가득 담는다.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센스쟁이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들려준다. 약간 더운 봄날씨, 아이스크림만큼이나 날씨가 맛있게 받쳐준다.
- 포스타이나 동굴
꼬마기차 타고 들어간다. 전체 길이가 20km나 되는 큰 동굴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머리가 종유석과 부딪칠까 자꾸 숙이게 된다.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석회석이 녹은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탄산칼슘을 품은 종유석과 석순이 된다. 백년에 1cm 자란다니 저 결정체들에게 경외심이 솟는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생긴 석주를 볼 때마다 탄성이 나온다. 새삼 세월의 장중함에 숙연해진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 바람이 불었을까. 물결 모양이 그대로 치마가 휘날리는 모습으로 굳어있고, 가는 국수가락 형체로 천정에 수없이 매달려 반짝인다. 한 시간여 동굴을 오르락 내리락 탐사하여 그레이트 마운틴에 다다른다. 열차로 달릴 때 추웠는데 걸어서 그런가 더위가 느껴진다. 이곳은 연중 섭씨 10도 정도라는데.
이 동굴에 산다는 프로테우스라는 특이한 동물을 수족관에서 보았다. 수명이 백년. 동굴 생활에 맞추어 눈이 퇴화되었고 투명한 하얀 피부의 도마뱀같은 모양이다. 프로테우스는 나름 살기 위해 진화한 것이겠지만 투명하리만치 흰 피부 때문일까 신기하면서도 왠지 섬뜩하다.
만 명이 수용된다는 콘서트홀에서 다시 꼬마기차를 타고 부웅~~달려 밖으로 나왔다. 지하세계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새삼 환하고 따뜻하다. 슬로베니아를 벗어나 크로아티아 오파타야로 들어선다.
이스트라 반도의 구릉지대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붉은 지붕의 낮으막한 집들이 언덕을 따라 바닷가로 주욱 펼쳐져 있다. 거기에 봄 꽃이 즐비하게 색색의 향연을 벌인다. 본격적으로 봄이 무르익어 간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좀 이르다싶게 왔으려나 했는데 오히려 초 봄이 절정에 달한 듯 자연의 색채가 황홀하다.
숙소에 들어서니 창 밑으로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아드리아해의 맑은 바닷물 아래로 바닥이 훤히 드러난다. 저 멀리 도시의 야경이 반짝인다. 오늘밤엔 밤바다를 여유롭게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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