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일
플리트비체 - 트르기르 - 스플릿
간밤에 윤희가 오이팩을 해주어 내 얼굴이 화사해졌다. 여행지에서 누리는 호사. . 친구의 세심한 배려에 단잠을 잤다.
6시 새벽 여명에 이끌려 호텔 밖 동네로 나왔다. 집집마다 봄꽃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에 마음까지 청정해진다.
8시, 플리트비체로 출발. 플리트비체에 들어서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폭포가 우리를 맞아준다. 산책로로 조성된 나무도 이곳 산에서 죽은 나무들을 이용하였다. 자연보호를 위해 일체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곳. 석회석이 쌓여 이루어진 호수는 햇빛에 따라 물 빛깔이 달라진다. 쪽빛, 옥빛, 코발트빛... 이곳은 산이라 아직 봄이 무르익지 않았다. 열흘 뒤 쯤이면 저 산위가 초록빛으로 뒤덮여 훨씬 더 예쁠 듯 하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크기는 무려 295평방 Km, 호수는 2평방 Km이다. 호수는 총 16개로 상부와 하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하부호수만 보고 나올 예정이다.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하루 온종일 이 곳을 쏘다닐텐데..
호수 위 나무다리를 걸어 큰 폭포에 왔다. 여기서 혜빈이를 만나 얼싸안고 즐거워하고. 폭포소리에 묻힐세랴 13명이 소리지르니 얼마나 시끌러웠을꼬~^^
자연의 경관에 환호만 있을 여유가 없다. 두 시간 여 지나 전동 배를 타고 꼬작 호수를 지나 선착장에 닿았다. 여기서 호수를 바라보아도 절경이네..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가까운 식당에서 송어정식을 먹으며 우리경비로 전체 팀에게 화이트와인을 쏘았다.
지금까지, 앞으로도 우리 12명이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트로기르로 가는 길에 쇼핑센타에 들렀다. 무게 때문에 망설이다 발사믹 식초를 한 병 구입.
버스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돌산이 이어지다가 바다가 보인다. 트로기르는 그리스어로 염소라는 뜻이다. 이 곳에 염소가 많아서 그런 지명을 얻었다. 인구 2천면으로 발칸의 베네치아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도시이다 . 입구부터 '와아~' 소리가 나온다. 성문으로 들어가는 북문 위에 이 도시의 수호성인 이반 오르시니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골묵을 따라 걸어가니 성 로렌스 성당이 나온다. 13~15세기에 완성된 건축물로 성당 정문 조각품으로 유명하다. 라도반이 과감하게도 베네치아의 상징인 사자 위에 알몸의 아담과 이브를 조각한 것. 달마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누드조각을 흥미롭게 들여다보았다. 예수의 탄생과 부활까지의 생애를 찾아보기도 재미있다. 여기 종탑에 오르면 트로기르 전체가 조망된다는데... 짧은 시간 탓에 포기하고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에는 야자수가 늘어서있다. 이국적인 아름다운 풍경에 서로 사진 찍어주며 깔깔~~. 한정된 시간이 아쉬울뿐이다. 이 바닷가를 따라 성벽이 흔적이 보이고 끝 쪽에 카메를랭고 요새가 보인다. 베니스의 속국이었을 때 투르크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지은 듯. 여행객들에겐 견고한 성벽이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
광장 앞 카페에 앉아 쥬스를 한 잔 마시려니 예쁜 골목길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구 시가지의 집들은 거의 다 카페나 상가, 숙소로 이용된다. 반들반들한 골목길 안쪽에서 예쁜 집들 찾기하느라 또 웃음꽃이 활짝~~.
성 로렌스 성당과 라도반의 조각작품
광장에 있는 법원. 공개 재판이었나.
바닷가를 조망하는 학교. 날마다 설레어서 공부가 제대로 될런가^^.
성 도미니크 수도원과 성당
카메를랭고 요새
트로기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며 스플릿으로 향한다. 주변 돌산에는 노란 꽃이 지천이다. 스플릿 이름은 이 노란 꽃 이름에서 유래된다. 지금은 루이보스 차의 원료로 쓰인다는.
이곳은 살로나 지역에서 노예였다가 최고 권력을 거머쥔 로마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가 지어서 노년에 머문 궁전으로 유명하다. 디오클레시아누스 궁전. 아드리아 바다를 끼고 295년 부터 궁전을 건설하여 죽기 전에 은퇴하여 유유낙낙하게 지내던 곳. 1900년대 초반까지 매립되어 있었기에 보존이 가능했다.
궁전으로 들어서자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끼가 낀 퇴색된 돌들을 가게 천장으로 삼고 자랑스레 장사를 하는 이들이 신기하고 부럽다. 황제가 살던 방으로 들어서자 지붕이 뻥 뚫린 공간이 나온다. 우리를 기다린 듯, 남성 오중창의 화음으로 아카펠라 공연이 이어진다. 병진이가 센스있게 음반을 구입하자 함께 노래하자고 초청하여 박수를 받았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매너있는 친구...
트로기르 종탑을 못 올라갔으니 여기서는 기여코 올라가리라. 영차영차~~ 18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스플릿의 동, 서, 남, 북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저 있다. 바람이 시원하다.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석양을 받은 빨간 지붕들이 앙증맞아 보인다. 여행지에서 맞는 하루는 참으로 길은 듯 짧다.
성 도미니우스 성당. 스플릿의 초대 주교이자 수호 성인인 성 도미니우스의 관이 모셔져 있는 성당. 이 자리가 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의 관이 있던 자리인데 황제가 죽은 후, 170여 동안 이 곳에 보관되었던 황제의 주검이 사라졌다. 크로아티아가 카톨릭이 우세하면서 황제가 도미니우스 성인을 죽인 사실이 시민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겠지.
그레고리우스 닌 주교의 동상. 10세기 경 크로아티아의 대주교로 크로아티아 인들이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주도했다. 이 청동 조각상을 이반 메스트로비치가 1929년에 만들었다. 그레고리우스 닌의 왼쪽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다들 터치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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