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져서야 가까스로 찾은 료마기념관... 어? 달랑 비석만 있나?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그보다 더한 허탈감이 몰려온다.
미애가 골목을 들여다보고는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골목에서 료마기념관 발견! 안에 들어서니 내일 탄생제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이 작가가 료마 캐릭터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달력도 만드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그 와중에 우리와도 사진을 찍자한다. 위층 아래층으로 다니며 행사준비에 분주한 아주머니들은 아마도 자원봉사자인 듯. 미애와 혜린이는 피곤함도 잊고 일본어로 묻고 설명듣느라 열심이다.
나는 멀뚱멀뚱... 그림만 보고있다.
사카모토 료마는 메이지 유신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양세력이 밀려들어오는 17세기에 에도 바쿠후 시대를 종결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본을 구상하고 실천한 무사다. 그런데, 여기 캐릭터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로 변신해 있다. 아름다운 여자와 달콤하게 여행하는 인물로. ㅎㅎ. 부인 오료와 큐슈방면으로 여행한 것이 일본 최초의 신혼여행이라나.
료마 소설을 읽으며 일본인들은 위태로운 시기에 뛰어난 지도자를 만나 천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료마는 그 시대를 앞서가는 식견으로 적대적이었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이 동맹을 맺게 하고 나아가 대정봉환을 이뤄낸다. 무일푼 하급무사의 신분으로.
사실 그의 무기는 헌신성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의회나 민주주의등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구상한 탁월한 비전과 소통력이다. 그러고보니 지도자의 자질을 다 갖추었군, 흠. 그중 제일로 치자면 소통력 아닐까. 목숨을 바쳐 각자의 길을 가는 쇼군 바쿠후와 천황, 무사들 사이를 오가며 하나로 이끄는 소통력... 일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만하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다 나라를 통째로 내어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며 부럽기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트램을 탔다. 트램을 이용해보니 약자에게 참 편리한 교통수단이겠다싶다. 오르내리기 쉽고 천천히 달리고...
고치역 근처 스시집에 들렀다. 여기서만 36년 장사를 했다는 주방장이 자부심을 내보이며 가게를 자랑한다. 피곤해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나니 힘이 솟는다. 주방장 혼자 준비하니 기다리고 ... 가다랑어를 슬쩍 구운 고치 명물 가츠오타다끼를 맛보다. 입에서 스르륵 넘어간다고나 할까. 다 먹고 난 뒤에 아뿔싸! 사진을 못찍었네...
저기 진열된 생선이 오늘 주재료인 듯. 음식이 조금씩 나와 기다리기에 지친다.
연근 줄기와 죽순으로 만든 전채요리.
주요리인 카츠오타다끼를 놓쳤네...ㅠ
다음날 아침, 료마기념관이 있는 카쓰라마하로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가서 시간을 살펴보는데 택시가 다가왔다.
미애가 오늘이 료마 생일이니 깍아달라며 흥정에 나섰다.
2800엔으로 택시에 탑승! 시코쿠아저씨들 덕을 많이 본다.
아~~ 편하다 ㅎㅎ. 게다가 오늘은 기념관 입장료가 무료란다.
료마가 어릴 때부터 자료가 빼곡하다. 근왕지사들, 메이지 유신을 이끈 인물들, 가족사항들이 사진과 글로 가득. 우리는 그중 사이고 다카모리를 찾아낸다. 1873년에 정한론을 주장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사쓰마번의 사이고는 전형적인 사무라이 얼굴이다. 하긴, 저 많은 사진속 일본의 영웅들은 모두 조선을 합병하여 그들의 입지를 굳히고 일본을 살리려 한 사람들이다 ㅠㅠ.
저들이 사이고 다카모리에 맞서 정한론을 반대한 것은 우선 내치를 강건히 하자는거지 조선의 독립이나 우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 후 1875년, 일본은 2년 동안 내부적으로 힘을 키우고 본격적으로 조선에 눈독을 들인다. 그동안, 조선은 더 만신창이 되가고...
료마가 암살당한 방.
료마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는 일본사람들.
가쓰라마하 해변. 태평양이다. 료마가 저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고.
카쓰라하마 해변으로 내려갔다. 버스 시간에 마추자면 30분 여유가 있을뿐. 검은 자갈이 섞인 해변이 청정하다.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를 탔다. 그런데, 요금이 천엔씩. 택시보다 비싸다.
여기서는 일일권을 쓰는 전용버스만 다닌다니... 츱!
다시 고치시내 기념관에 들렀다. 이제막 탄생제 의식이 끝났나보다. 기념관에 들어가니 카레를 준다.
우리도 줄서서 카레를 받았다.
일본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맛있게 먹고 기념관을 나섰다.
호텔 가는 길에 발견한 초등학교 음악회 안내판.
고치역에서 오후 1시 좀 넘어 출발.
마쓰야마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다.
호텔에 짐을 놓고 도고온천으로 간다. 3,000년전부터 온천이 있었다는데... 고풍스런 목조건물이다.
400엔을 내고 내부로 들어가니 옛날 목욕탕 그대로다. 작은 나무의자와 나무대야, 가운데 둥근 탕에선 뜨거운 김이 오른다. 아주 소박한 옛날 목욕탕에 몸을 담근다. 여길 거쳐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며...
호텔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서 저녁을 시켰다. 생선구이를 시키니 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세 명분의 생선을 구워야해서... 밥도 새로 지은거 같다. 갓 구워진 생선과 짜지 않은 반찬, 따끈한 쌀밥으로 저녁을 잘 먹고 쇼핑에 나섰다. 치즈류와 사와류를 사고 돌아오니 10시가 넘었네. 여행 마지막 밤에 사와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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