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 서울갈 준비를 하였다.
남편이 하루종일 혼자 있어야하니 끼니를 준비해야한다.
유부초밥을 만들고 찌개를 끓여놓고
서둘러 준비하여 8시에 집을 나섰다.
밤새 서리가 내려 창문이 얼어버렸다.
실외에 주차를 시켜놓으니 동쪽으론 녹아내렸고 서쪽과 북쪽은 유리창이 얼어있다.
시골에선 겨울 아침에 어디가려면 서둘러야한다.
8시 40분 버스를 타자, 잠이 쏟아진다. 잠깐 눈을 부치고 깨어나 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낮밤으로 기온차가 심하다보니 안개가 이리 짙은가싶다.
11시에 남대문 안경점에서 만나기로 약속. 늦지 않게 도착하여 안경을 수리하고 나니 한샘과 박샘이 들어선다.
언제봐도 반가운 얼굴.
안경을 고치고 그 아래 그릇가게에서 후라이팬을 사서 택배로 부치고 삼성프라자쪽으로 건너갔다.
지난 번 애들 결혼한 건물 로비가 약속장소. 바로 앞에서 일산버스가 도착하니 만남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다.
두 분이 더 오셔서 인사 나누고 식당으로 이동. 나를 잘 알고 아껴주는 분들이기에 편안하고 마음껏 투정도 부릴 수 있어 마냥 좋다.
시골 사니 옷 사기가 불편하다니까 옷 선물도 받았다. 가볍고 따뜻한 옷으로. 언제든 고마운 분들이다.
점심을 먹고 시립미술관에 갔다. 북유럽학교 건축전을 둘러보았다.
건축물이 직선과 네모가 아니라 곡선으로 만들었다.
거의 모든 학교가 공공건물로도 쓰인다.
운동장이 꼭 필요하다는 관념도 깨버리고.
컬러도 다양하다.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어두컴컴하지 않고 밝다.
서울시민 사진전도 열리고 있어 흥미롭게 관람하였다.
60대 이상 분들은 삶 자체가 우리 역사와 맞물린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다양하게 살까 싶을 정도로 이나라 역사를 부딪치며 살아온 삶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읽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른다.
미술관을 나와 덕수궁길을 걸어 찻집에 들어갔다.
거리는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여있다.
은행나무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잘 자라나보다. 오가는 시민들이 노란색에 물들어 깊어가는 늦가을 정취를 만끽한다.
아이들은 은행잎을 날리고...
차를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노라니 헤어질 시간.
올해 안에 또 볼 수 있으려나...
나이들다보니 건강이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다.
남대문 시장을 가로질러 회현역에서 전철을 탈 요량으로 걸어갔다.
올 때와는 달리 남대문 시장에 사람들이 넘친다.
노점까지 활황이다. 양말을 사고...
윽! 전철이 딱딱 맞아주어야 하는데...
전철을 계속 놓치고 시간을 가까스로 맞추었다.
티켓팅을 하고 화장실에 가니 줄이 길다.
다른 화장실로 달음박질... 버스에 오르니 땀이 흥건하다. 옷도 많이 입었으니...
서울서 만난 일을 되새기다 잠깐 잠이 들었다.
지난 여름 주사를 맞아 그런지 다리가 저리지 않아 다행이다.
겨울 배낭여행에는 12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닌다니 걱정이다. 잘 버텨주어야 할텐데...
집에 오니 9시.
서산 시내는 서울보다 어둑하고 우리 동네는 진짜 캄캄하다.
달이 휘영청 떠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동네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하다.
서울... 그 많은 사람들... 참 피곤하다. 예전엔 몰랐던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