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담궜다. 김장을 끝으로 올해 농사는 끝~~!
이번 주는 날씨가 내리 춥다.
제일 춥다는 화요일에 옆집이 김장을 담궜다.
가서 일손을 도와주면서 순서를 기억해냈다.
작년엔 우리가 먼저 하면서 몇가지를 빼먹었으니 올해는 명회씨 하는 것을 잘 지켜보기로 했다.
나이들으니 기억력이 감퇴한다. 행동도 느려지고... 말도 느려지고... 판단도 느려지고...
올해 김장농사는 거의 망쳤다.
원인은 벌레. 허리가 아파서 벌레를 잡을 수 없기에 약을 한 번 쳤다. 약을 치니 그렇게도 번성하던 배추벌레가 시들어갔다. 그리고는 진드기가 까맣게 덮쳤다. 진드기는 배추의 단맛을 빼앗아 간다고 한다.
몇 포기나 건지려나... 세어보니 스무 포기도 채 안되겠다싶어 배추농사 짓는 저 앞집에 배추 스무 포기를 주문했다.
목요일, 배추를 싣고 온 은서아빠가 우리 배추를 보더니 작은 것은 맛이 없으니 하지 말라고 한다.
서른 세 포기를 가져왔으니 집에 것은 큰 것만 하라고.
우리집 배추 열 다섯 포기 정도를 더해서 마흔 여덟 포기를 절여놨다.
새벽에 일어나 잘 절여졌나 들여다보니 밤새 날씨가 추워서인지 잎만 절여졌다.
소금을 조금 더 뿌려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아침 열 시부터 동네 엄마들 세 분, 남편, 나 이렇게 다섯 명이 배추를 씻었다.
아파트에선 엄두를 못낼 일을 여기와서 잘도 벌인다.
배추를 절이고 씻고 하기엔 마당이 최고다.
배추를 씻어 건져놓고 점심 준비.
전날 등갈비를 넣고 김치찜을 해놓고 아침에 밑반찬을 만들어놨으니 고기만 삶으면 된다.
그 사이에 양념을 버무린다.
나는 코치만... 제일 젊은 해울엄마가 팔 걷어 부치고 뒤적이고 남편이 뒤섞은다.
어젯밤에 양념 준비하면서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양을 남편이 척척 나서서 처리해준다.
작년에도 이만큼했는데 다 먹었으니... 도대체 누가 다 먹은거야 ㅎㅎ.
내가 생각해도 놀랄만큼의 양이다.
양념은 황석어젓갈을 다려서 걸러놓고
육수(황태, 멸치, 다시마, 무, 양파) 우려내어 찹쌀 풀을 쑤고
마른 고추를 씻어서 씨채로 갈아놓고
마늘, 양파, 생강 갈고 무우도 반은 갈고 반은 채 썰어 놓고
새우젓과 생새우도 갈고
고추가루는 육수에 버무려 놓고...
이 모든 것을 전부 큰 통에 버무려둔다. 아참! 단맛을 내기 위해 사과와 매실청도 준비하고...
쪽파, 대파, 갓을 씻어서 썰어놓고.
마침 뒷 집도 오셨기에 함께 점심을 드시자고 연락을 드렸다.
모두 일곱 명이 상에 둘러 앉았다.
반찬을 살펴보니 거의 다 우리가 농사지은 것들이다.
밥에 넣은 콩도 수확물.
저번에 담근 깍뚜기가 알맞게 익어 인기다.
묵은지, 고들빼기, 도라지, 땅콩, 무우, 배추, 고추가루... 모두 직접 수확한 것들이니.
점심을 먹고 에너지를 얻었으니 이제부터 일 시작이다.
세 분이 둘러앉아 배추에 속을 넣고 남편과 나는 뒷 치닥거리한다.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바닥이 드러난다.
손을 합치니 의외로 일찍 끝난다.
다들 여기와서 처음 하는 일이건만, 척척 잘 한다.
해울엄마는 매년 시댁에 가서 김장을 담궜기에 우리중에 으뜸으로 일을 잘한다.
뭐든 직접 해보면 득이 된다니까.
나는 주~욱 김치를 담궈 먹었어도 이렇게 많은 양을 하기는 시골 내려와서 부터다.
첫 해엔 배추를 부려놓고 지레 질려버렸다.
고기도 열 세근이나 삶았으니.
공사하던 분들에 동네 남정네들까지 술판이 거나하게 벌어져 아연해하던 일이 벌써 이년 전이다.
세월은 참 빠르다. 그리고 잘 대처해온 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올해는 고추 농사가 잘 되어 그런지 빛깔이 유난히 곱다.
어둑해져서야 사진을 찍었다.
어두워서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편리하게 휴대폰으로 찍고 블로그에 올리려면 후회! 사진을 제대로 찍어야지 해보지만...
뒷정리를 하고 길게 누웠다.
이제 여덟시인데 잠이 쏟아진다.
맛있게 익기만 기다리면 된다.
일년치 김치 마련이 끝났으니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