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두어 번 내리니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메리골드와 산국, 칸나꽃이 급격히 시들어갔다.
토마토도 우두둑 떨어지고 모든 잎사귀가 축 늘어졌다.
오늘밤부터 영하로 내려간다니 무를 뽑아야한다.
남편이 대충 뽑아다 창고에 벼려놓았다.
밭에 나가 나머지 무를 뽑고 창고에 쌓아놓은 무우를 잎을 떼어내고 자루에 담아놨다.
우박이 우두둑 내린다.
비도 몇 차례 세차게 쏟아진다.
날씨가 급격해 겨울 날씨로 변해간다.
무가 맛있을 때 무김치를 담가서 동생한테 보내야할텐데...
꼼짝하기 싫어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직장에 다니는 동생에게 좀이라도 해보내야지 하고.
무우를 한 광주리 담아다가 손질해 살짝 소금에 절여놓고
마른고추를 갈고 마늘 갈고 ... 양념을 손질해 버무려놓았다.
지난 번에 애들 해 보낼 때는 너무 절여서 퍽퍽했는데 이번엔 좀 맛있으려나...
저녁나절엔 앞 동네 분들을 모시고 저녁대접.
근처 신토불이집에서 네 집 식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우리 결혼식 때 어찌 알고 부조금을 보내오신 분들을 이제서야 대접해드린다.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