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박내린 일요일

정인숙 2013. 11. 17. 23:01

서리가 두어 번 내리니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메리골드와 산국, 칸나꽃이 급격히 시들어갔다.

토마토도 우두둑 떨어지고 모든 잎사귀가 축 늘어졌다.

 

오늘밤부터 영하로 내려간다니 무를 뽑아야한다.

남편이 대충 뽑아다 창고에 벼려놓았다.

밭에 나가 나머지 무를 뽑고 창고에 쌓아놓은 무우를 잎을 떼어내고 자루에 담아놨다.

우박이 우두둑 내린다.

비도 몇 차례 세차게 쏟아진다.

날씨가 급격해 겨울 날씨로 변해간다.

무가 맛있을 때 무김치를 담가서 동생한테 보내야할텐데...

꼼짝하기 싫어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직장에 다니는 동생에게 좀이라도 해보내야지 하고.

무우를 한 광주리 담아다가 손질해 살짝 소금에 절여놓고

마른고추를 갈고 마늘 갈고 ... 양념을 손질해 버무려놓았다.

지난 번에 애들 해 보낼 때는 너무 절여서 퍽퍽했는데 이번엔 좀 맛있으려나...

 

저녁나절엔 앞 동네 분들을 모시고 저녁대접.

근처 신토불이집에서 네 집 식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우리 결혼식 때 어찌 알고 부조금을 보내오신 분들을 이제서야 대접해드린다.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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