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일

정인숙 2013. 11. 7. 20:01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이건만, 그래도 그냥 지나가기엔 아쉽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나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다.

생일날 아침, 빵 먹는 걸 보시면 엄마가 슬퍼하실테니까.

아침에 무를 뽑아놓고 요가를 다녀오니 남편이 깨끗이 다듬어서 씻어놓았다.

낮에 밥 먹으러 나가려면 시간이 촉박하니 나를 위한 배려? ㅎㅎ.

'고맙습니다'하고 알타리처럼 잘라서 소금에 절여놓고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때맞춰 선물이 도착했다. 남편이 운동화를 선물로... 물론, 내가 주문했지요...

 

출발....어디로?

버드랜드에 갔다. 어제 뉴스에 철새 15만 마리가 천수만을 찾았다고 보도한다.

철새를 볼 수 있으려나 ...

전망대에 올라가니 너른 벌판이 사방으로 펼쳐져있고 저 멀리 간월암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바다가 푸른 빛을 내며 넘실거린다.

철새는 해질녁에나 날아오른다니 기다리기는 무리다. 세 시 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다.

주말에 아이들이 올 예정이니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호수공원쪽으로 갔다.

철판포차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손님들 맞을 준비한다.

 

여덟시가 되자 두두두두~~.

동네분들이 생일 축하한다고 우르르 오셨다.

에구 많이 오시네...

먹을거리를 많이 준비해둘걸...

오늘의 인기메뉴는 땅콩!

농사지은 땅콩이 엄청 고소하다. 양이 적어서 문제지...

영아씨가 구운 케잌도 맛있고... 언니가 가져온 삶은 밤도 맛있고...

여기와서 살면서 자연의 맛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치킨에 코를 박는다.

 

행복하고 피곤한 생일날 밤이 깊어간다....

결국 무김치는 못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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